독수리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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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러시아

12/20 토(모스크바): 작가들 집, 돔 크니기, 마가리타

bravebird 2014. 12. 24. 07:57

새벽까지 논 덕분에 정통으로 약속에 늦었다 -_- 9시 반까지 붉은광장 주코프 동상 앞에서 알렉산드르 아저씨 만나기로 했었는데 거의 1시간 넘게 지각하여 송구스러웠다. 서브웨이 샌드위치 먹고 나서 고리키 집, 알렉세이 톨스토이 집, 츠베타예바 집, 체호프가 의사로 일하면서 살던 곳, 레르몬토프 생가, Patriarch's 연못과 거기 있는 키릴로프 우화 기념비들을 죽 돌아봤다. 우화 내용을 조각해놓았는데, 거대한 코끼리를 쳐다보면서 계속 캉캉 짖어대는 개가 한 마리 있었다. 우리 부서의 한 상사가 생각났다. 짖지 않으면 남들 앞에 약해 보이는 줄 알고 계속 쓸데없이 벽 보고 짖는 그 분. 알렉산드르 아저씨에게도 이미 메일로 얘기해준 적이 있는 사람이라 같이 떠올리며 엄청 웃었다.


키릴 우화의 한 장면

 

 

체호프가 의사로 근무하던 곳

 

 

츠베타예바 동상

 

 

레르몬토프 생가 근처의 동상

 

 

저녁에는 아르바트 거리의 돔 크니기 가서 러시아 오리엔탈 미술에 관한 책을 샀다. 마음에 쏙 드는 고화질 삽도에 영문 설명도 충실한데 단돈 2만원이다. 베레샤긴 등등 인도나 중앙아시아 등지를 다니면서 그림을 그린 러시아 탐험가 겸 화가들에 관한 내용이다. 러시아 탐험가들이 오리엔트를 어떻게 인식하고 재현하는지에 대한 내용. 니콜라이 레릭 섹션까지 있었으면 완벽했을 테지만 그만큼으로도 아주 훌륭했다. 이반 빌리빈이라는 아주 멋진 삽화가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빌리빈 역시 오리엔탈한 감각의 소유자. 신기하지만 내 전공인 한국문학과 영문학과, 중국 생활과 중앙민족대학과 그곳에서 공부한 중앙아시아와 여행 갔던 신장 간쑤와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내 정신에 정말 심대한 영향을 남겼다. 러시아에 와서도 결국은 관련된 걸 찾는다. 공통점은 제국과 주변부의 정체성 문제. 별로 관련 없어 보이지만 결국은 다 이어져 있다. 여하간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빌리빈 화집을 사오고 싶었지만 가격이 5만원이 넘는 관계로 미뤄뒀다. 다음에 다시 올 때도 빌리빈이라는 이름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고 미련이 남으면 그때 사는 걸로. 


시차적응도 없이 아주 펑펑 놀았기에 이른 저녁시간에 호스텔에 돌아왔다. 이메일 답장하고 지출내역도 낱낱이 정리했다. 다음날 가볼 박물관 개방시간도 체크했다. 끝나고선 여름에 왔다가 알게 되어 연락 주고받았던 호스텔 직원 마가리타를 만나 카페에 같이 갔다. 마가리타는 르노 직원인데 주말에는 취미로 호스텔에서 일한다. 호스텔이 있는 마로세이카 거리를 조금 걸어올라갔더니 러시아어 공부할 때 지문으로 나왔던 치스띠예 프루디도 있었고 그리보예도프 동상도 가까이에 있었다. 카페 가서 그 동안의 이야기를 하는데 깜빡 조는 바람에 정말 미안했다. 거의 이틀 가까이 깨어 있다가 2시간 자고 또 하루종일 활동한 셈이었으니, 다음 날을 위해서 숙소로 돌아가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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