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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용산사는 타이페이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도교의 신전은 흥미롭다. 관세음보살이나 지장보살, 월하노인 같은 가상의 존재, 그리고 화타나 관우 같은 실존 인물 등 온갖 것을 섬긴다. 주로 건강, 시험운, 재운, 뱃사람들의 고장이니까 해상 안전, 배우자 복이나 자식복 같은 걸 빈다. 기복적이고 아주 인간적인 내용이다. 용산사에 가면 이런 별의별 기도를 올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다. 나는 얼마 전에 타이페이 여행을 가서 주변 사람들 기도는 잔뜩 했지만 정작 내 기도는 하나도 하지 않았다. 내가 선량한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뭘 기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나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천진난만한 사람들이 부럽다. 그런 사람들은 자연스럽고 자발적이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
나는 중국을 아주 좋아하고 이유는 다양하다. 재미있는 역사, 풍부한 관광자원, 다양한 인간군상, 무궁무진한 음식, 착한 물가, 대체로 대하기 좋았던 사람들, 흥미로운 언어... 그런데 중국엔 기괴한 점도 참 많다. 인터넷 만리장성, 언론 통제, 검색어 차단 (ㄹㅇ 한손으로 하늘 가리기.. 一手遮天..), 외국인에게 입장료 바가지 씌우기, 티베트 문제에 관한 폐쇄성(외국인 여행 제한, 외국인이 티베트어 수업을 못 듣게 함), 실질적인 신분제도나 다름없는 호구제도, 땅에 떨어진 상도덕 등.... 중국의 이런 기이함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길거리를 수놓은 공산당 프로파간다이다. 엄청나게 촌스럽고 믿을 수 없이 교훈적이다. 읽어보면 시민을 애 취급하는 관료주의 요람국가의 모습이 역력하다. 이 점이 굉장한 컬트..
베이징에서, 아니 어쩌면 아마 내가 아는 장소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을 실컷 쏘다닌 얘기를 해보겠다.베이징 종루(钟楼)와 고루(鼓楼) 근처에는 원나라 시대부터 오래된 명소인 후통(胡同, 골목길)이 많다. 이곳에는 나이 지긋한 라오베이징(老北京) 어르신들이 많이 살고 있다. 물론 엄격하게는 최소 3대가 여기서 산 노인이라야 라오베이징 사람으로 치지만 나한테는 뭐 다 엄청난 베이징 선배님들만 가득한 곳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공간이자, 낮에 햇볕 쬐고 이웃들끼리 잡담 하고 장기 한판 두는 휴한의 공간이다. 내 꿈은 언젠가 여기 할아부지들 마작판에 쓱 끼어들어서 마작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얼굴도장 찍으려고 거의 매일매일 출석체크를 했다. 아마 이 꿈은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종고루 근처의 이 ..
안네 프랑크의 집. 이번 휴가 때 사진 거의 찍지 않았다. 그나마 남은 것도 다 발로 찍은 것 같다. 뭐 구글 검색하면 좋은 사진 천지니까 골라잡으면 되므로 상관 없음. 여하간 친구랑 따로 일정을 잡았던 이날, 오전 내내 암스테르담 유대인 지구를 구경하고 저녁 때 마지막으로 안네의 집을 찾았다. 줄이 엄청나게 길어서 들어갈 생각은 애초에 접었다. 운하변에서 안네의 일기를 읽으며 안네의 창문이랑 맞은편 건물을 하염없이 쳐다보다 왔다. 안네가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을 풍경.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안네의 일기를 마저 읽다가 목이 메어서 잠깐 울었다. 안네는 어처구니없이 밝고 씩씩한 사람이었다. 책 반납 전에 헤어지기가 너무 아쉬워서 그 자리에 앉아서 베껴 적고 반납했다. 범우사 책이었음. 안네는 굉장히 영리한..
작년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눈에 띄는 그림이었다. 카라바조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음. 그러고 보면 카라바조는 정밀하고 잘 다듬어진 딱 고전파 느낌인데 할스는 붓자국이 좀 거친 편이네. 순간순간의 인상을 포착하려 했던 인상주의 화가들이 할스를 좋아했다고 한다. 엽서로 만들어져 있었으면 당장에 사왔을텐데 그렇지가 않았다. 메모해놓지도 않아서 그냥 나중에 boy + skull + national gallery 해서 찾았다. (클릭) 요것은 초상화가 아니다. 삶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바니타스화다. * 바니타스(Vanitas)는 16-17세기의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지역에서 정물화에 특히 관련있는 상징과 관련된 예술작품의 한 종류로, 그 이외의 장소들과 다른 시기에서도 인기가 있었다. 바니타스는 라틴어로 ..
어제 친구랑 만나서 구글맵 켜놓고 계획 짰다. 각자 헬싱키, 암스테르담을 알아봐와서 조합하는 데는 딱 2시간 정도 걸렸다. 최우선순위 장소를 미리 선별해와서 가까운 곳들을 같은 날에 묶었고, 시간대별로 계획짜고 그러진 않았다. (숨막힘) 식사는 둘다 한끼 때우면 된다는 마음씨라 식당은 전혀 안 찾아왔더군... 일정 정하기가 아주 편했다. ㅋㅋㅋ 공동비용 관련해서는 헬싱키에서는 내가, 암스테르담에서는 친구가 카드 결제하고 나중에 반반 나누기로. 나는 여행가면 그냥 관광지 위주로 다니다가 틈 나면('틈 내서'가 아님) 주변에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는다. 여행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먹고 입고 꾸미는 등등 감각적인 것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런 걸 다채롭게 누리는 사람들이 확실히 재밌게 사는 것 ..
국제 레릭 센터(International Center of the Roerichs)는 모스크바에서 제일 좋아하던 박물관입니다. 이곳이 요즘 충격적인 위기에 처해있어서 소식을 전합니다. 2014년 여름 처음 모스크바를 갔을 때 니콜라이 고골 박물관에 갔었어요. 안내해 주시는 할머니께서 뭐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못 알아듣고 쩔쩔매고 있었어요. 옆에서 보고 있던 분이 영어로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러다가 동선이 겹쳐 전시실을 같이 다니게 됐는데 고골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어요. 이 분이 바로 지금까지도 이메일을 종종 주고받는 알렉산드르 아저씨입니다.아저씨는 취미가 박물관 구경입니다. 그리고 영어가 훌륭과 완벽을 넘어 문학적인 경지셨어요. 원어민보다 더 풍부한 어휘와 격조있는 문어체를 구사합니다... 인도에서 시도..
2017 위키미디아 커먼즈 사진대회 파키스탄 부문에서 뽑힌 10장이 공개됐다. 그 중에 3장 뽑아봄. 아 영혼이 씻겨 내려가는 느낌. 위 2장은 2016년도 선정작 중에서 골랐다. 왕오천축국전의 소발률국, 대발률국 바로 그곳인 길기트-발티스탄주는 히말라야 산맥의 경치로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거기서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타고 쿤제랍 패스를 넘어 신장 남부를 가로지른 다음 칭하이에 곧장 도착하는 상상을 해본다. 파키스탄은 혼자 여행하기가 만만찮다. 간다라 유적이 있는 아프가니스탄과의 접경지역은 특히 테러 위험이 크다. 이외에도 파키스탄 거의 전 지역이 여성 여행자에게는 특히 까다롭다. 뚫어져라 쳐다보고 몸을 만지기로 악명 높음. 그런데 옆에 남자가 있으면 그렇게 친절하고 순박할 수가 없다고 그러네. 기본적으..
어제 야근 후 베르님이 추천해주신 第三极 1편을 봤습니다. 티베트 관련 cctv 자연다큐인데 6부작으로 되어있어 장기간의 눈호강이 예약되어 있지요. 보면서 내내 와, 이건 말도 안된다, 쩐다 진짜, 허, 하면서 입 벌리고 봤습니다. 본 적도 없는 굉장한 경관이 펼쳐져요... 마침 어제는 QQ도 오랜만에 다운받았습니다. 싸이월드 비슷한 개인공간이 있는데 거기다가 다들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요? 하고 남기니 샤허에서 형 결혼식 초대해줬던 친구가 연락하더군요. 5년 만의 연락입니다. 그동안 시짱 낙추 지구에서 공무원이 됐습니다. 일한 지 벌써 2년 됐다고 하네요. 지도에 찍어보니 정말 멀고 낯선 곳이었습니다. 낙추 지구 선자 현. 안 그래도 여행사 상품을 통해 퍼밋을 받고 가이드를 대동해서 다녀야 하는 시짱인..
여행이 가고 싶어서 구글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보는 요즘입니다. 꼭 돌아가겠다고 다짐한 캄/암도 티베트 지도를 만들어 봤어요. 중국 영내의 티베트는 세 가지 문화권으로 나뉩니다.위짱 - 시짱 티베트 자치구의 라싸, 시가체, 아리 일대 (달라이 라마의 포탈라 궁전을 중심으로 한 티베트 문화의 중심지)암도 - 간쑤, 칭하이, 쓰촨 일대 (티베트 유목 문화를 잘 볼 수 있는 곳)캄 - 시짱 창두, 칭하이, 쓰촨, 윈난 일대 (티베트 전사들의 문화가 발달한 곳. 소규모의 독립 왕조도 많았고 호전적인 기질.) 위의 지도는 암도와 캄 티베트에서 가보고 싶은 곳들을 표시한 것입니다. 포탈라 궁전이 있는 시짱은 여행사를 통해 퍼밋을 발급받아 가이드를 대동해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유여행이 어려운 지역입니다. 패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