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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이현애, 《독일 미술관을 걷다》, 마로니에북스, 2013, pp.22-95에서 베를린 부분을 발췌한 것으로, 견학 때 틈틈이 참고할 예정입니다. 달렘 박물관 내용이 없는 것만이 조금 아쉽습니다. 저는 달렘 박물관의 아시아미술관(인도미술관)에 있는 알베르트 폰 르코크 컬렉션(라 쓰고 실크로드 약탈컬렉션이라 읽습니다)을 가장 기대하고 있습니다. 르코크는 수많은 서양인 실크로드 약탈자들 중에서 벽화를 가장 악질적으로 싹둑싹둑 덩어리째 베어간 것으로 악명 높고, 그중 많은 것들이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을 맞아 깡그리 흙먼지가 되었죠. 자, 르코크 얘기는 다음에 따로 할 기회가 있을 것 같고, 박물관으로 유명하다는 베를린에 가기 전에 벼락치기를 좀 해본 흔적이 아래와 같습니다. 1. 알테스 무제움 (Altes M..
일상에 무사히 연착륙했다. 이번 여행 기록은 편년체 말고 기전체 비슷하게(ㅋㅋㅋ) 남기고 싶은데 예비 작업이 좀 필요하다. 기억 사라지기 전에 메모를 해두고 기회가 되면 하나씩 주제별로 써보도록 해야지. 1. 칼미크 친구들과의 재회 이번에도 두 번의 금요일을 모두 모스크바에서 보냈고, 어김없이 쿠즈네츠키 모스트 근처의 그 바로 돌아갔다. 가기 전에 미리 이메일을 해서 저번에 그곳에서 만났던 칼미키아 친구들과 재회했다. 그 중 한 명이 생일이었고, 또 다른 분은 한국에 관심이 많은 아내 분도 소개시켜 주었으며, 저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밝을 때 들어가서 밝을 때 나올 정도로 정말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칼미키아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 이때 만났던 사람들 하나하나에 대한 좋은 기억 등등 남겨..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서 밥 먹고 레닌그라드 봉쇄시기 기념박물관 갔다. 저번 여행 때 정치사 박물관이랑 같이 보려다가 못 간 곳이다. 8월에 베를린행이 예정돼 있어서 절대 빠뜨리면 안 되는 행선지 중 하나. 1945년 5월 9일 대독일 반파시스트전쟁(대조국전쟁) 승리일의 프라우다. 게오르기 주코프 장군. 레닌그라드 봉쇄 개념도. "우리의 명분은 정당하다. 승리는 우리 것이다." 글씨가 일부 안 보이긴 한데, "우리는 오데사와 스탈린그라드를 수호하였고 베를린에 당도했도다!" 레닌그라드 봉쇄 해제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 연주회 광고. 독일군에 원천 봉쇄되어 생명이 꺼진 줄 알았던 도시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온 세계에 알린 사건. 파시스트 야만인들이 소비에트 땅이라곤 한 발자국도 못 밟게 만들겠..
드디어 상트페테르부르크 입성. 이번에도 역시 도스토예프스키가 몽롱하게 돌아다녔을 카잔스카야 거리에 묵는다. 방을 잡고 보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탈리아 음식점 수프 비노 바로 맞은편이네. 오후 2시가 체크인이라 짐 풀고 씻은 다음에 바로 들어갔다. 12월에 갔을 때 일하고 있었던 알렉세이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빙긋 웃음이 나왔지만 모른 척 태연히 앉았다. 옷도 그때랑 똑같은 하늘색 티셔츠네! 음악도 여전히 약간 몽롱한 분위기 있는 앰비언스 계통. 모든 게 여전해서 마치 날 기다려준 것만 같아 무척 반갑다. 이렇게 먼 도시인데 돌아오면 편안한 곳이 생겼다. 그래서 간 곳을 계속 찾는다. 알렉세이는 12월에 갔을 때 말 몇 마디 해보았다. 차분하고 젠틀하고, 무엇보다 웃는 얼굴이 편안한 사람이다...
베이징에 갈 때면 빼놓지 않는 곳. 차마 다 담아낼 수가 없는 장관입니다. 한국 돈 단돈 400원에 누구든지 이런 천하 제1경을 볼 수 있음에 감사.
겨울에만 가보아 매우 추웠던 기억만 남아있는 천단. 천단의 아이콘인 기년전. 환상적인 유월 하늘과 부드러운 새털구름과 함께 도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내 어여쁘소서. 원구단. 한 가족이 찍혀서 왠지 더 정겹네.
마지막 날은 영묘에 누워 있는 택동이 횽 만나러 아침 댓바람부터 친구와 함께 천안문으로. 베이징은 공항에 내리자마자 대기오염 냄새가 진동한다. 도저히 그곳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청명함 아래 천안문이 도도히 틀어앉아 있었다. 이 하늘 한 조각만으로도 이번 베이징 방문, 성공적!
청나라 건륭제 남방 순행을 엄청난 폭의 두루마기에 그려서 기록한 시리즈물. 사람들 제일 바글바글한 시장통 부분만 찍어 왔다. 드디어 처음 가본 베이징 중국국가박물관에서 기념으로 찍은 것. 유화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섬세함과 담백함 덕분에 이렇게 소상한 생활상을 다 볼 수 있다. 두 번째 사진은 약간 기울어져 있어 아쉽지만 둘러앉아 술 한잔 걸치고 있는 아저씨들이 정겨워서 담아보았다.
광장무는 사실 베이징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워낙 인기다. 중국 사람들, 특히 중년층은 집 근처 공터나 이름난 공원에서 여럿이 모여 음악을 틀어놓고 함께 춤을 춘다. 아침에 광장무 음악소리에 깨기도 하고 오며가며 구경하기도 했는데, 사실은 나도 가끔 따라 췄다. 우리 학교는 중앙민족대학이라고 소수민족 학생들의 메카 같은 곳이었다. 티베트 학생들이 금요일 저녁마다 학교 안의 작은 공터에 모여서 둥그렇게 빙빙 돌며 티베트 전통춤 궈좡(锅庄)이라는 걸 췄다. 나만의 프라이데이 나잇이라며 매번 손꼽아 기다렸었다. 우연히 밥먹다가 옆자리라서 알게 된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 친구는 1학년 시절 룸메이트가 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티베트 남학생한테 반해서 티베트 문화 애호가였다. 이 녀석이 나머지 두 친구한테..
베이징에는 후통(胡同)이라고 부르는 꼬불꼬불한 골목길이 많이 있다. 이처럼 아파트와 고층 빌딩으로 가득한 신시가지와 구별되는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을 라오베이징(老北京)이라고 한다. 이 라오베이징의 후통을 돌아다니며 마주치는 할머지 할아버지들도 빼놓을 수 없는 베이징 매력 포인트. 2호선 구로우따지에(鼓楼大街, 고루대가) 역에서 내려 고루, 종루방향으로 걸어내려오다가 아무 골목길이나 들어가면 이런 광경이 나온다. 이곳은 베이징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이었고 종종 정처없이 쏘다니곤 했다. 이번에도 숙소를 이곳 근처에 잡았다. 이곳엔 언제나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와서 마작이나 카드놀이를 하고 계신다. 서울에서는 놀려면 카페를 가서 돈을 써야 한다. 옛 서울의 모습도 별로 안 남아있다. 라오베이징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