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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요즘 애들》이라는 미국발 세대론 책을 전자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자기계발 책의 정반대편이 세대론 책이다. 둘다 싫다. 자기계발 책은 모든 게 게으른 개인 탓이고, 세대론 책은 모든 게 기성세대 또는 운빨 탓이다. 자기계발 책은 멀쩡한 사람 혼내고 착취해서 기업인들 배만 불려줘서 싫다. 세대론 책은 멀쩡한 사람한테 자꾸 피해의식 심어줘서 감성팔이 정치인 좋은 일만 시켜서 싫다. 항상 무언가에 수긍하거나 열광하는 것이 누구 좋은 일 시켜주는 것인지, 나한테 진짜 도움이 되기는 하는 것인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각자 세대마다 영광과 고충이 있다고 생각할 뿐 우리 세대만 특별히 억울하다는 생각은 한 적 없다. 꼰대 어른들을 싫어하기는 하는데 그들이 누린 것도 있겠지만 그들이 살아온 세상이 내 세상보다 엄..
나는 음악은 풍성한 것이 좋다. 퍼커션부터 시작해서 여러 층의 사운드가 탄탄하게 맞물리는 것이 음악의 매력이 아닐까? 그래서 오케스트라나 밴드 동아리를 할 수 있도록 악기를 1~2개 정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오래되었다. 국궁 실력만 좀 자리잡으면 바로 시작하고 싶어서 악기를 고르고 있다. 리듬 요소가 강조된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실 선율악기보다는 퍼커션이 더 관심이 간다. 그래도 어쨌든 직장인이 취미로 배우는 것이므로 합주가 어려울 가능성도 있으니 독주 레퍼토리도 충분한 악기가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악기를 쉽게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입으로 부는 악기보다는 현으로 긋는 악기를 하고 싶다. 음역대는 애초에 고음보다는 중저음을 선호한다. 그래서 클래식 악기 중에서는 비올라랑 첼로가..
책 내용은 상당히 재미있고 현 시점에서도 시의성이 충분한데 번역이 매우 처참하게 엉망이다. 번역서를 읽는 것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인데 번역이 이 지경이라면 차라리 원서를 보는 것이 훨씬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어쨌든 이번 주말에는 끝을 내고 문장이 좀 정상적인 책을 읽어야지...... ... 계획이 필연적으로 서로 다른 사람들의 특별한 필요들 사이에 의식적 차별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한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그것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계획은 법적 규칙에 의해 특정 사람들이 얼마나 부유할지, 그리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가질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해야 한다. 이것은 실제로는 신분(status)의 지배로 ..
최근 몇 년간 독립해서 살면서 먹고 사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특히 요즘은 더더욱 활동이 제한되어 식생활이나마 다양하고 건강하게 즐겨봐야겠다는 절실한 마음이 든다. 이 책은 음료 동아리 회장님이 최근에 언급하셨는데 나도 마침 갖고 있어서 여행길에 보려고 킨들에다 넣어 왔다. 별 일정 없이 노닥노닥하며 날씨를 즐기는 날에 야외 벤치에서 읽는데 모처럼 여유롭고 행복한 순간이었고 오랜만에 책이란 게 재밌었다. 친구가 10년 전에 이북에다가 넣어서 선물해주었는데 이제서야 손길이 닿았다. 진작 읽어볼걸. 마이클 폴란의 푸드 룰은 식생활에 대한 동서고금의 격언들을 재치있고 짧게 수록해놓은 책으로 워낙 쉽게 읽을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요점은 1. 음식을 영양소로 환원해서 생각하지 말라. 먹는 것은 영양소..
종교가 없는데도 구약성경의 전도서를 읽게 된 것은 조지 오웰 에서 본 전도서에 대한 극찬과 Hanson의 Mmmbop이라는 유명한 노래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한번 찾아읽고 나서 그 묘한 매력에 빠져들어 꽤 자주 들추어 보고 있다. 친구에게 성경은 왜 이렇게 말이 예스럽냐고 했더니 고맙게도 일상어로 쓰인 읽기 쉬운 성경을 선물해 줘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전도서는 과연 성경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상당히 현실적인 내용이라 이질감이 별로 들지 않는다. 나는 종교가 없고 영혼은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게 불확실하고 허무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무언가에 맡긴다'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싶다. 그래서 내가 꼽은 좋아하는 문구에 아이러니하게도 전도서와 버트런드 러셀 이 같이 등장한다. (러..
2/23 화요일 어제 수술을 하나 받았다. 국소마취였고 절제 과정은 초음파로 말똥말똥 다 지켜봤다. 수술대에 눕고 나서 끝날 때까지 5분도 걸리지 않은 듯 하지만, 어쨌든 몇 년 전부터 몇 번째 이런 수술과 조직 검사를 받고 있다. 지금은 조직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별 문제 없다는 결과일 확률이 높으므로, 결과의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있는 지금 써야 좀 더 유효한 내용이 될 터라 지금 써둬야겠다. 수술이 별 것 아닌 것에 비해서 6시간 입원이 필요했는데 그동안 세네카 책을 읽었다.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는 스토아 철학자인데, 나는 내가 자주 하던 생각이 스토아 철학자들의 생각과 아주 비슷하다는 걸 잘 모르고 있었다. 비슷한 점 여러 가지 중에서도 특히 얘기하고 싶은 것은 Premeditatio ..
집에 온 김에 『한비자』 다시 뒤적여본다. 완역본이긴 한데 한문 원문이 같이 실려있지는 않다. 원문이 같이 수록된 완역본은 5권짜리였음 ㄷㄷ 작년에 포스트잇 붙여놓은 부분을 다시 쭉 보니까 죄다 노자가 한 말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진짜 비슷함. 1. 재앙과 복에 관한 이야기 (p.286) - 이건 보왕삼매론 비슷하기도 하다. 사람은 재앙을 당하면 마음이 두려워지고, 마음이 두려워지면 행동이 단정해지며, 행동이 단정해지면 재앙과 화가 없게 되고, 재앙과 화가 없으면 천수를 다하게 된다. 행동이 단정하면 생각이 무르익고, 생각이 무르익으면 사물의 이치를 얻게 되고, 사물의 이치를 얻게 되면 반드시 공을 이루게 된다. 천수를 당하면 온전하게 장수할 것이며, 반드시 공을 이루면 부유하고 귀해질 것이다. 온..
연휴라 부모님 댁으로 돌아와서 두문불출하고 있다. 예전에 빌려 읽고 하도 마음에 들어서 전역한 동생한테 선물로 줬던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를 다시 꺼내 읽었다. 이 책은 캐나다 전투조종사 출신이며 우주비행사로 일했던 크리스 해드필드가 썼다. 모든 부분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해서 온 동네 선물하고 싶을 정도이지만, 그 중 가장 반직관적이면서도 그저 근본 뿐인 챕터 하나가 있다. 「부정적 사고의 힘」. 요즘 블로그에다 자기계발 느낌 나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난 자기 발전에 관심이 많지만(두려움이 많아서이다) 자기계발 콘텐츠는 별로 안 좋아한다. "하면 된다"와 같은 무한긍정 자기착취 이야기는 특히 믿고 거르는 편이다. 세상에는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게 분명히 있다. 노력은 성공의 충분조건이..
나는 이중적이거나 모순적인 것들이 하나로 결합돼 있는 오묘한 것을 예전부터 아주 좋아한다. 제정 러시아의 상징인 쌍두 독수리라든지, 얼핏 보기에 섬세하지만 상당한 힘을 요하는 발레라든지, 동서양이 기묘하게 혼합된 홍콩이라든지, 노자 도덕경의 대교약졸 대용약겁 대지약우라든지, 낮져 밤이라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에 나열한 게 너무 거창해서 밸런스패치 한 겁니닼ㅋㅋㅋ) 근데 주사위야말로 정말 딱 저런 신기한 것이다. 우리는 주사위를 던지면서는 우연을 긍정하며, 주사위가 떨어질 때는 필연을 받아들인다. 우연과 필연, 즉 도전과 승복이라는 제일 멋진 것들이, 아이들조차 이해하는 조그만 육면체 하나에 전부 깃들어있는 것이다. 아래는 dice symbol이라고 검색해서 들어간 타투 사이트에 소개된 주사위 상징..
- 자신의 실수와 오판을 인정하고 기록하며 가까운 곳에 두고 항상 참고한다. - 다른 사람의 진단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에 의거하여 스스로 판단한다. - "지금 제게 처음 하시는 말씀이라고 생각하시고 다시 한 번만 더 들려주시겠습니까? 그게 어떤 느낌이었고, 그런 느낌이 언제 어떻게 처음 들었죠?"하고 묻는다. 환자가 마음 속 깊은 곳에 가지고 있는 직감적인 근심과 두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추가적인 단서를 얻는다. - 인체생물학이 근본적으로 가변성을 띤다는 점을 이해한다. 각종 분류법과 알고리즘이 생각을 대신하도록 두지 않는다. 동일한 수치나 데이터를 무조건 동일하게 해석하지 않는다. 전형을 따르지 않는 패턴도 존재할 수 있음을 이해한다. 환자의 개별성과 그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