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추진사업/내륙아시아

헝가리 태생 영국 고고학자 오렐 스타인

bravebird 2016. 7. 15. 00:08



오렐 스타인은 1862년 헝가리에서 태어난 고고학자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산스크리트어와 페르시아어를 전공했다. 1887년부터 영국령 인도의 라호르에서 근무하다가 영국 국적자가 되었다. 1900년부터 약 30년 동안 중국령 중앙아시아로 네 번의 탐사를 했고, 주로 천산남로와 둔황 및 투르판에서 연구와 발굴 작업을 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과 현장법사, 그리고 마르코 폴로의 탐험 이야기에 매료되어 이란, 인도, 투르크, 중국 문명이 교차하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1900-1901년에 걸친 첫 번째 탐사에서는 호탄, 니야, 미란, 누란 등의 실크로드 오아시스를 방문했다. 스타인은 바로 이때 미란 유적에서 날개달린 천사 벽화를 발견하고(이전글 클릭) 유럽과 아시아의 문명교류 증거를 직접 확인했다. 1906-1908년에 걸친 두 번째 탐험에서는 이전 답사지로 돌아가 추가 조사를 했고, 이후 둔황으로 가서 한장성과 막고굴을 조사하였다. 바로 이때 막고굴 장경동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 국제 학계에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둔황 막고굴 장경동. 바로 이곳에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되어 폴 펠리오에 의해 파리로 옮겨졌다. 



스타인이 막고굴 장경동을 다녀간 이후 프랑스의 문헌학자인 폴 펠리오가 그 뒤를 밟으면서 문서반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오렐 스타인은 중국어와 한문을 몰랐기 때문에 손에 잡히는 대로 가져갔지만, 폴 펠리오는 문헌학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언어의 천재였기 때문에 내용을 살펴보고 중요한 것만 쏙쏙 뽑아 가져갔다고 한다. 그 중에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포함돼 있다. 8월에는 이 오렐 스타인과 폴 펠리오의 꽁무니를 좇으러 런던과 파리에 가기로 결정했다. 아시아 문물을 보러 런던이랑 파리에 간다니 참 ㅋㅋㅋ 


세 번째 탐험은 1913-1916년에 걸친 긴 여행으로, 천산남로와 둔황, 그리고 천산북로의 투르판, 그 중에서도 아스타나 고분군과 베제클리크 천불동이 주된 목적지였다. 이후 카슈가르로 갔다가 파미르 고원을 지나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따라서 이란 서부에 도착하여 현지 조사를 진행했다. 이 탐사 기록이 Innermost Asia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1930-1931년도의 네 번째 탐사가 마지막이었는데, 중국 관헌에서 여권을 압수하려고 해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현재 런던의 대영박물관,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그리고 India Office Library에 스타인 컬렉션이 분산돼 있다. 대영박물관에는 주로 회화, 조각, 주화 등의 유물이,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는 직물 컬렉션이 주를 이룬다. 인도 뉴델리의 국립박물관에도 벽화와 회화를 포함한 각종 문물과 고문서들이 소장돼 있다. 캘커타의 인도박물관(Indian Museum)과 파키스탄 라호르의 오리엔탈 박물관(Oriental Museum)에도 1차 탐험의 수집품 일부가 보관돼 있다고 한다.
 
뉴델리 국립박물관의 소장 규모가 어느 정도 된다면 조만간 뉴델리도 한번 가야만 하겠다. 사실 인도는 실크로드 문명교류사에 관심이 있다면 로망 그 자체인 나라이지만 넘나 광대하고 무궁무진해서 가볼 엄두를 못 내봄. 인도야말로 지리상의 범위나 역사의 다이나믹함, 문화와 민족의 다양성, 그리고 사회의 요지경 지수(...)에 있어서 그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끝판왕 of 끝판왕이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준비한 다음에나 발을 들이려고 아껴놓았다.


** 위의 내용은 주로 국제 둔황 프로젝트의 영국 컬렉션 페이지(http://idp.bl.uk/pages/collections_en.a4d)를 요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