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재개발 비교, 그리고...
오늘 중국어 수업에서는 스페인의 집값 상승에 대한 기사를 다뤘다. 1시간짜리 수업인데 30~40분 정도면 최신 기사 하나를 읽고 밑에 토론 문제까지 다루게 된다. 그러면 나머지 20분 정도는 더 이상 최신 기사가 없어서 몇 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건 노잼이므로 내가 보통 선생님한테 바이두 보자고 하거나 궁금한 걸 여쭤본다.
기사에서 经济适用房이라는 표현이 있어서 먼저 이것에 대해서 좀 알아보았다. 중국의 공공주택 같은 것인데 가격을 대략 계산해 보면 한국 25평 아파트가 대략 5천만원 정도 한다고 했다. 1 평방미터당 약 3천 위안~6천 위안이라는 바이두 검색 결과에 의거한 계산이다. 참고로 중국의 1 평방미터( ㎡ , 平方米)는 한국의 0.3평 정도에 해당한다.
이 얘길 하다가 선생님이 拆迁户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말씀주셨다. 딱 문자 그대로 재개발 이주민이다. 중국에선 재개발 이주민이 되면 살 집을 무상 제공을 받기 때문에 무조건 부자 되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 부분에 대해 궁금해져서 챗GPT를 잠시 찾아보면서 한국이랑 비교해 보았다.

진짜 집을 그냥 주는 게 맞는 것인지 신기해서 조금 더 물어보았다.

한국은 알다시피 재개발 지역의 이주민은 조합원이 되어 입주권을 갖지만 추가분담금을 내야 한다. 그래서 막상 재개발이란 것에 소위 '당첨'이 되면 굉장히 애매해진다. 애초에 재개발을 노리고 부동산을 매입해둔 게 아닌 이상, 그 구역 원주민이라는 건 자산이 풍족하지 않다는 뜻이며, 일반적으로 추가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사정이 안 좋은 조합원은 분양권을 처분하거나, 그보다는 나은 경우 전세를 놓는다. 우리 부모님은 여러 상황상 전세를 놓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이것이 나의 경제관이 보수적으로 바뀐 배경이다.
우리 아버지는 외벌이 공무원이셨고 이제는 은퇴하셨다. 외벌이 공무원이라는 건 자산을 축적하기 어렵고, 지금은 공무원 연금에 의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애매하게도, 부모님이 살고 계시던 집이 재개발 결정이 나버렸다. 문제는 아파트가 완공되면 전세를 줄 예정이어서, 부동산 시황에 따라 정작 부모님 본인이 거주할 곳이 마땅치 않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세로 살자니 집주인 신분이기 때문에 전세대출에 제한이 있다. 이것도 문재인 때 그렇게 된 것. 전세보증금을 전액 현금으로 마련할 여유도 없다. 만약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들어서서 현행 2+2인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을 5+5 또는 무제한으로 개악시켜 버리면 전세보증금이 폭등할 것이고 그것이 집값도 밀어올릴 것이다. 문재인 때 2+2만으로도 그 지경이 되었었으니. 신용대출은 고령자에겐 이자도 높고 한도도 제한적이다. 월세를 택하면 연금으로 매달 월세를 내야 하기에 생활비까지 위협받게 된다. 그런데 어쨌든 유주택자이기 때문에 주거복지 혜택 대상도 아니다. 그야말로 참 애매한 상황이다.
아버지 은퇴, 재개발 결정, 부동산 가격 폭등 이 모든 일이 전부 문재인 정부 때 겹쳐 일어났다. 그래서 결국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장녀인 내가 여러 현실적 대안을 고민하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현실적이고도 가족 모두에게 이로운 해법은, 내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두 채의 집을 보유하는 것이다. 하나는 내가 살고, 다른 하나는 부모님이 연로해지셨을 때 무상으로 평생 거주하시게 하는 것이다. 철저한 실거주용 집이어서 집값도 비싸지 않을 것이기에 무상 거주에 따른 증여세 부담도 없어서 부모님의 연금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가족 전체에게 가장 안정적이고 이로운 방법이라는 판단에 도달했다. 2021년경 이러한 목표를 정하고 이 일을 둘러싼 여러 상황을 관찰하며 노력해 왔다.
물론 부모님이 새로 지어질 집을 매도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 집은 부동산 급등기였던 노무현 정부 시절에 지방에서 서울로 이주한 우리 가족이 서울에서 어렵사리 처음 마련한 집이다. 이사 사유 또한 우리 오누이가 서울에서 대학에 진학하리라 예상하고 자취 비용을 아끼기 위한 선제적 이동. 즉 전 가족의 장기적인 주거비 경감을 위한 서울 실거주. 평생의 노동과 절약으로 간신히 남긴 집이라 우리 어머니는 팔고 싶지 않아 하신다.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게다가 그 집을 매도해 다른 집을 산다고 해도 양도세며 취득세며 각종 세금과 부대비용을 고려하면 금전적으로도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
결국 내가 경제활동을 하는 동안 더욱 아끼고 노력해서 두 채를 보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부모님 집도 지키고, 부모님도 옮겨다니지 않고 편안히 노후를 보내시고, 나도 걱정을 덜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부모님께 목돈을 드리는 방식보다도, 실거주 가능한 집을 내 이름으로 하나 더 마련하는 방식이 모두에게 좋다. 왜냐하면 그 집은 여전히 내 명의로 유지되는 내 자산이면서도 부모님의 주거 문제를 깨끗이 해결한다. 반면, 목돈으로 드리면 증여세도 내야 할 뿐더러 그 돈 대부분이 지출로 소각되어 버려 그 누구의 자산으로도 남지 않으므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못 된다. 특히 연금이란 게 없을 나에게는 장기적인 자산 방어가 정말 중요하다. 즉 내가 집을 두 채 갖는 게 현 조건 하에서 우리 가족 전체에게 최적해다.
사실 집을 사서 수십 년간 무상으로 거주하시게 할 바에는, 그 돈을 주식에 투자하는 편이 수익률 높을 것이라 장담한다. 그러나 주택은 실물 자산으로서의 안전성이 있다. 그 집은 단지 자산이 아니라 생활의 기반이기도 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부모님이 고령이 되었을 때 전세금이나 월세 걱정 없이, 이사 다니지 않고, 연금을 까먹지도 않으면서, 그저 평온하게 그 집에 지낼 수 있게 해드리는 것이다. 결국 내 시름도 던다.
과연 이런 것도 탐욕이라 할 수 있는가?
투기하려는 것도 아니고, 양도차익 노리는 것도 아니다. 그저 절실한 실수요자이며, 연로하신 부모님이 갑자기 돈을 벌어 집을 사는 건 불가능하니 현실적인 대안을 내가 찾고 실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히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내가, 마찬가지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부모님을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내 노력과 내 책임으로 돌볼 수단을 갖겠다는 것인데, 당시 정책은 2주택을 투기로 간주하여 징벌적 중과세를 부과했다. 정부가 개별 가정의 구체적인 사정을 일일이 알 수가 없으니 개인이 해결하겠다는데도 탐욕이라고 단죄하는가? 우리 집처럼 애매한 케이스는 그 어떤 복지 정책 틀에도 들어맞지 않는데.
나 역시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학생 시절부터 스스로 돈 벌어서 학교를 다녔고, 졸업 후엔 적당한 대기업에 취직해서 크게 모자라지도, 그렇다고 풍족하지도 않게 산다. 중소기업 재직자 감세, 청년주택, 신혼부부 특공 등 그 어떤 혜택도 해당되지 않았다. 유리지갑으로서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으며 내 몫의 국민연금은 애초부터 언감생심이라고 생각했기에 이번 개혁은 놀라지도 않았다. 부모님 또한 평생 낭비라고는 모른 채 성실히 살아오셨고, 허름한 집 하나가 어쩌다가 재개발되는 바람에 아이러니하게도 주거가 불안정해졌다. 월세로 사신다면 연금을 까먹어야 한다. 주거 복지 혜택은 전혀 없다.
우리 가족은 '중산층'이라 하기엔 위태롭고, ‘사회 기층’이라 하자니 대상이 아니다. 그저 정확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가족이다. 그리고 그 사각지대의 문제를 국가 복지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보려는 가족에게 이상한 부동산 정책으로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도 모자라 탐욕으로 매도하는 정당이라면 도저히 지지할 수 없다. 이 일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에 다시는 투표 못 한다고 다짐했다. 이것은 그 어떤 이념 편향이 아니라, 직접 겪은 삶에서 비롯된 논리적인 귀결이다. 게다가 월 25만원씩 기본소득 지급한다는 분이 혹시나 당선되어 버리면 세수 부족은 정해진 사실인데, 그러면 절세 혜택 주고 있는 개인 연금저축 계좌나 IRP나 ISA가 다음 꿀통임은 자명하다. 이미 저 계좌들에서 해외 ETF에 대한 배당소득세가 올해부터 쥐도새도 모르게 나가기 시작했지. 금투세는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되면 우리 세대의 마지막 보루마저...
어쨌든 이게 나에게 주어진 조건이다. 이 상황을 불평하거나 원망하지 않으며, 이만하다는 것에 감사한다. 평범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전쟁통에서도 살아갔기에, 이쯤은 평범한 나 역시 능히 해결할 수 있는 과제라고 확신하고 당장 오늘 가능한 만큼 차근차근 헤쳐 나간다. 비록 목전의 정치 지형은 상당히 암울할지라도 미래는 예단할 수 없는 것이다. 여하간 여기서 쓴 것은 가족을 포함한 누군가에게 대면하여서 말한 적이 아마 없는 것 같은 내 목표이다. 최소한의 정직성을 갖춘 정책 규탄을 위해 구구절절 이야기하게 되었으나, 아직 실현하지 않은 효도를 말하는 게 김칫국처럼 느껴져 상당히 머쓱하다. 하여튼 우리 가족과 내가 늙어서 정부 손 벌릴 필요 없이 자력으로 살아가는 것 이외에는 지금 당장 별다른 소원도 없다.
그나저나, 钉子户는 보상금을 더 받으려고 재개발을 버팅기는 가구를 뜻한다.
찾아보면 굉장히 기묘한 사진들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