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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베이징에서, 아니 어쩌면 아마 내가 아는 장소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을 실컷 쏘다닌 얘기를 해보겠다.베이징 종루(钟楼)와 고루(鼓楼) 근처에는 원나라 시대부터 오래된 명소인 후통(胡同, 골목길)이 많다. 이곳에는 나이 지긋한 라오베이징(老北京) 어르신들이 많이 살고 있다. 물론 엄격하게는 최소 3대가 여기서 산 노인이라야 라오베이징 사람으로 치지만 나한테는 뭐 다 엄청난 베이징 선배님들만 가득한 곳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공간이자, 낮에 햇볕 쬐고 이웃들끼리 잡담 하고 장기 한판 두는 휴한의 공간이다. 내 꿈은 언젠가 여기 할아부지들 마작판에 쓱 끼어들어서 마작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얼굴도장 찍으려고 거의 매일매일 출석체크를 했다. 아마 이 꿈은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종고루 근처의 이 ..
광장무는 사실 베이징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워낙 인기다. 중국 사람들, 특히 중년층은 집 근처 공터나 이름난 공원에서 여럿이 모여 음악을 틀어놓고 함께 춤을 춘다. 아침에 광장무 음악소리에 깨기도 하고 오며가며 구경하기도 했는데, 사실은 나도 가끔 따라 췄다. 우리 학교는 중앙민족대학이라고 소수민족 학생들의 메카 같은 곳이었다. 티베트 학생들이 금요일 저녁마다 학교 안의 작은 공터에 모여서 둥그렇게 빙빙 돌며 티베트 전통춤 궈좡(锅庄)이라는 걸 췄다. 나만의 프라이데이 나잇이라며 매번 손꼽아 기다렸었다. 우연히 밥먹다가 옆자리라서 알게 된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 친구는 1학년 시절 룸메이트가 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티베트 남학생한테 반해서 티베트 문화 애호가였다. 이 녀석이 나머지 두 친구한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