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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아편전쟁 이후 체결된 난징조약(1842)으로 동아시아의 전통적 조공체제는 막을 내리고 청은 근대 조약체제에 편입되었다. 그런데 청은 이전에 이미 러시아와 호혜·평등을 원칙으로 하는 네르친스크 조약(1689)과 캬흐타 조약(1727)을 맺은 적이 있다. 강희 연간의 네르친스크 조약은 헤이룽장 국경을 확정하고 현지 주민의 관할권을 정리하는 내용이었다. 옹정 연간의 캬흐타 조약은 러시아인들이 베이징 외에 캬흐타 등지에서도 국경무역에 종사할 수 있도록 했고, 베이징에 러시아 정교회 교당 건설을 허용했으며 할하(외몽골)와 시베리아 간 국경을 확정하는 내용이었다. 청은 왜 조공·책봉 체제의 전통에서 한참 벗어나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러시아와 대등한 입장에서 조약을 체결했을까? 바로 준가르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오이..
니콜라이 프르제발스키 전기 The Dream of Lhasa: The Life of Nikolay Przhevalsky를 읽고 있다. 왜 번역본 없냐고, 내가 번역해도 되냐고 그랬던 바로 그 책을 킨들 덕분에 읽고 있다. (2015/11/14 - [중점추진사업/유라시아사] -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남은 니콜라이 프르제발스키 흔적) 좋은 세상이다. 근데 어려워서 번역은 도저히 못하겠엌ㅋㅋㅋㅋㅋ 읽기도 벅참ㅋㅋㅋㅋㅋ 어느덧 챕터 7에 다다라 프르제발스키의 라싸 탐험이 티베트 측의 반대로 좌초된 후의 내용을 읽고 있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러시아에도 황제 암살이라는 큰 난리가 났는데, 이 상황과 청-러시아 국경분쟁의 중요 페이지가 맞물려 들어가기에 기록을 해 놓으려고 한다. 알렉산드르 2세의 암살을 여러 차례..
올해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에서는 중앙아시아 탐험가들의 흔적을 더 찾아보는 게 목표 중 하나였다. 그 타겟 중 하나가 니콜라이 프르제발스키. 니콜라이 프르제발스키는 1839년에 태어나 1888년에 사망한 러시아의 군인이자 탐험가다. 중앙아시아 지역의 근데 서양인 탐험가 중 하나다. 시베리아, 몽골 및 고비사막, 티베트 고원, 암도 티베트(현재의 칭하이 지역), 준가르 분지의 천산 유역, 북중국 등 광활한 지역을 폭넓게 어행하였으나, 본인의 궁극적인 목표였던 티베트 라싸에는 아쉽게도 닿지 못했다. 영문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프르제발스키의 탐험 중에 마침 회족 무슬림 반란이 일어났다. 둥간 반란(Dungan Revolt)이라고도 알려져있는 매우 유명한 사건으로, 신장 지역의 회족 무슬림들이 코칸드 칸국의 칸인..
푸쉬킨의 〈보리스 고두노프〉처럼 동란시대에 대해 다룬 희곡. 선악구도가 상당히 단순하다. 슈이스키와 가짜 드미트리 1세(본명 그리고리 오트레피예프, 본업 수도자)는 실존 인물이지만, 슈이스키의 딸인 크세니야와 그 연인 게오르기는 가상 인물이다. 크세니야를 강탈하려는 가짜 드미트리 1세의 악랄함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어낸 인물 구도이다. 드미트리는 재고의 여지 없이 극악무도하고 크세니야는 더할 나위 없이 가련한 희생자여서 복잡다단한 심리드라마(예: 맥베스!!)를 보는 듯한 현대적 재미는 좀 떨어진다. 무대에 올리면 무대장치도 상당히 간소할 것 같다. 전투 장면 같은 것은 보여주기 방식이 아니라 말하기 방식으로 간단히 처리돼 있다. 폭력적인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았던 고전비극의 전형적인 작..
최근에 러시아 출신의 지인이 생겨 드디어 신분증을 구경해볼 기회가 생겼다. 예전에 중국인/홍콩인 정체성에 대해서 연구하려는 생각을 했었기에 시민권, 신분등록제, 거주등록 같은 개념에 관심이 있는 편이다. 항상 외국인을 만나면 신분증을 좀 보여달라고 부탁하는 편인데 러시아 것은 처음 봤고 한번 들여다보길 잘했다. 각 나라 신분증을 살펴보면 그 나라 법률이 나라 구성원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분류하고 조직해 내는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러시아 신분증은 국내여권(внутренний паспорт)과 국제여권(заграничный паспорт)으로 나뉜다. 국제여권은 기재사항이 한국 여권과 대동소이하다. 이름과 성별, 사진, 생년월일, 출생지, 여권 발급일과 만료일, 발급처, 여권 번호, 소지자 서명 등의 ..
http://english.pravda.ru/news/world/09-01-2015/129487-yatsenyuk_soviet_invasion_germany-0/ http://sputniknews.com/europe/20150109/1016706636.html http://rt.com/op-edge/221459-ukraine-germany-invade-russia/ http://redpilltimes.com/ukraine-pm-yats-compares-modern-day-germany-ww2-third-reich-live-german-tv-video/ 우크라이나 총리 아르세니 야체뉴크, 독일 방문 도중 인터뷰에서 2차대전 당시 소련이 독일을 침공했다고 폭탄망언. 독일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소득 중에 하나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우크라이나 및 크림 사태의 주요 측면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최근 우크라이나 국내 정치의 파시즘 경향이다. 스바보다(자유) 당과 프라비 섹토르 등의 단체는 친서방과 자유를 기치로 내걸고 있으며 이는 표면상 유로마이단의 지향점과 동일하다. 그러나 실상 이들은 공공연히 나치 계승을 표방하는 파시즘 단체로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더욱 복잡 다단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은 유로마이단 운동에 대한 언론의 관심에 편승하기 위해 시위 속에 섞여 들었다. 여기서 반드시 유의해야 할 것이, 극우 세력의 이러한 틈입으로 인해 러시아 언론은 유로마이단의 본래 취지까지 파시즘으로 싸잡은 정치적 프레임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푸틴 정권은 유..
찬란한 날이었다. 한국에서 사간 사냥꾼 모자를 쓰고 나갔다. 카페 싱어에서 아침을 먹고 겨울 궁전을 지나 다리를 건너 바실리예프스키 섬으로 갔다. 가는 길에 눈 내린 풍경이 멋져서 또 엄청나게 프로필 사진용 셀카를 찍었다. 사실 러시아에서 사냥꾼 모자 쓰고 사진 찍는 게 오랜 꿈이었어서 원없이 그렇게 했다. 유빙이 떠다니는 네바 강은 어제 봤지만 그 다음날 봐도 아름다웠다. 또 엄청난 시간을 네바 강과 하늘 바라보는 데 보내고 오후가 되어서야 쿤스트카메라에 도착했다. 쿤스트카메라에서는 동양학 연구의 일환으로 탐험대를 파견하는 것 같았다. 내가 관심 있는 중국령 투르키스탄(신장)에도 비교적 최근에 탐험대를 파견해서 이런저런 사진 찍어 왔고 이런저런 볼거리도 마련해 놓았다. 예전에 에르미타주 갔을 때 중앙아..
정신 차리고 제시간에 약속에 나갔다. 흐린 날씨였는데 주코프 동상이 회색 톤으로 더 근사하게 보였다. 매우 흡족한 사진들을 여러 각도에서 찍었다. 오늘의 행선지는 대조국전쟁 박물관과 러시아 현대사 박물관. 대조국전쟁 박물관이 있는 파크 포베디로 가서 건물 앞 오벨리스크와 성 게오르기 동상 사진을 실컷 찍었다. 기마상을 아주 좋아하는데 오늘따라 멋진 사진들이 잘 나와줘서 기뻤다. 대조국전쟁 박물관은 참 컸다. 각개 전투별로 디오라마도 잘 꾸며져 있고 볼거리가 많은데, 너무 많아서 트래픽에 무리가 왔다. 좀 피곤했다. 현대사 박물관이 있는 트베르스카야 거리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가는 길에 알렉산드르 아저씨에게 크림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여쭤봤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크림 주민투표 결과를 받아들인다..
자서전의 백미라는 찬사가 딱 어울리는 책이다. 러시아의 아나키스트 크로포트킨이 어린 시절과 관심사와 정치적 신념을 담담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뛰어난 지성과 날카로운 비판 정신을 가졌으면서도 겸손한 태도로 낮은 곳에 임하고자 하는 고상한 인격이, 문장 문장마다 찻잎 우리듯 은근히 배어나온다. 2010년에 타인의 고통과 동정심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집착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읽은 손유경 선생님의 《고통과 동정》이라는 책에서 크로포트킨과 상호부조론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여름 모스크바 여행 때 크로포트킨스카야 역에 자주 출몰하다가,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젠 직접 크로포트킨 저서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돌아오자마자 빌린 책. 읽다 보니 니힐리즘에 대해 언급이 나온다. 인습, 권위주의, 전제정치, 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