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개인 고용기록 수첩, 뜨루도바야 끄니쥐까

드디어 이름을 알아냈다. http://bravebird.tistory.com/47에서 다루었던 러시아 고용기록 수첩!

 

'뜨루도바야 끄니쥐까(трудовая книжка)'라 하고, 위키피디아에서는 Employment Record Book이라고 검색하면 나온다. Russian Work Record Book이라는 검색어를 지정해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뜨루도바야 끄니쥐까 안에는 소지자의 성, 이름, 부친, 근무기관, 직업 및 전공, 기입 날짜, 소지인 서명이 기본 정보로 기재되며, 취업, 이직 및 해고 기록과 그 사유, 일자 등이 상세 기록된다.

 

한때 유럽 여러 국가에서 발행했고, 제3제국 시기 독일에서도 관리했다.

 

 

 

러시아에서 한 개인이 5일 이상 특정 기관에 근무할 경우, 사용자는 그 사람의 뜨루도바야 끄니쥐까에 해당 사실을 기입할 의무가 있다. 사용자는 이 끄니쥐까를 갖고 있다가 사직하게 되면 돌려준다. 이 뜨루도바야 끄니쥐까에 기입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재직 기간을 산정했다고 한다. 이처럼 국가 공식 자료다 보니 고용인 입장에서는 구직자의 이력을 확실히 검증하기에 편리하다. 그렇지만 구직자 입장에서는 새 직장에 자신의 과거 정보를 일방적으로 노출하게 된다. 우리 회사 근무한 기록이 평생 적혀서 어딜 가나 따라다닌다면 정말 이마에 화인이 찍힌 기분일 것 같다! ㅋㅋㅋㅋ

 

만약에 어떤 직장에서 해고당한 구직자가 새 마음으로 일자리를 찾을 경우, 해고 사유가 공식문서에 떡하니 적혀 있어 재취업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셈. 물론 사용자에게는 정당한 사유에 의해 노동자를 해고할 권리가 있다. 그렇지만 해고당한 사람이 끄니쥐까의 기록 때문에 새 일자리를 못 구한다면? 전직장 관계자가 남긴 기록이 한 사람의 일생에 너무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과연 한 개인 혹은 기업이 그만한 권리를 가져도 되는가?

 

업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자리거나 연봉 및 직위결정에 있어 이전 경력을 모두 인정받아야 하는 경우라면 예외겠지만, 과거 직장과 직무 등을 반드시 새로운 사용자에게 "국가 문서"를 통해 공개하야만 하는지 의문이다. 2012년 이 끄니쥐까의 폐지를 위해 법안이 마련된 적이 있다고 하는데, 폐지가 정말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러시아어가 약해서 기사를 읽을 만큼이 안 된다. ㅠㅠ 내 지인 같은 경우에는 미국 기업의 한국 지사에 취업해서 이쪽으로 오게 된 경우라 끄니쥐까를 가져오지 않았다는데, 나이가 어린데도 어쨌든 갖고 있다는 걸 보면 최소한 최근까지도 발급 및 사용이 된 듯하다. 현황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다. 또 프리랜서의 경우에도 일일이 기록을 하는지, 프리랜서 업력을 공식문서에서 어떻게 취급하는지 등등.

 

개개인의 취업과 사직은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노동계약에 기초한다. 사인 간의 노동계약 내력 전체를 국가에서 공식 관리한다니 국가권력의 간섭 정도가 상당히 높아 보인다. 모든 것이 국영기관이었고 모든 고용과 노동이 국가의 관리 대상이었던 소비에트 시절의 유산일 것이다. 국가는 개개인의 직업 경력을 마이크로하게 관리하기보다는, 사용자가 노동자와의 노동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노동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엄중하게 감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렇게 뜨루도바야 끄니쥐까도 러시아의 국가권력이 시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단초를 제공하는 자료였다.

 

https://en.wikipedia.org/wiki/Employment_record_book
http://www.trudovajaknizhka.ru/

http://trudovaya-knizhka.ru/images/2.jpg

http://asia.rbth.com/articles/2011/10/11/from_record_to_relic_work_books_to_be_abolished_13562.html

http://www.russianlawonline.com/content/russia-labor-legislation-labour-book

http://help.sap.com/saphelp_afs64/helpdata/de/d7/eafe5bfbe54bf59b058b46a45e91f4/content.htm

http://russia-ic.com/news/show/12625#.VRu8RFKwfG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