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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로 비아그라가 뭘까?

bravebird 2016. 11. 24. 10:23

요즘 비아그라가 핫하지요. 그야말로 누구나 비아그라를 논하는 시국을 틈타 중국어 단어 하나 소개할게요. 
중국어로 비아그라는 뭘까요?

 
伟哥  [웨이꺼] 예요. 
클 위, 오빠 가

예... 큰 오빠...... (뭐가..?)
정말 정직하고 깜찍하게도 지어놨네요.... 
누가 지었는지 참 요망한 것.....^^


그런데 사실 이게 뜻도 발음도 모두 잡은 훌륭한 번역어예요. 으잉? 이게 왜 발음이 비슷한데? 하실 수 있어서 한번 살펴볼게요. 

중국어에는 v 발음이 없어서 외래어를 음역할 때 w 발음으로 대체해요. v랑 w는 모양도 비슷하지만 알고보면 발음도 비슷해요. v는 입술을 윗니가 건드려서 내는 소리고, b는 입술끼리 건드려서 내는 소리고, w는 입술을 동글게 오므려서 내는 소리죠. v, b, w 모두 조음 위치가 가까운 관계로 소리가 유사해서 서로 잘 바꿔 써요. 

예를 들어 볼까요? 독일 국민차 폭스바겐Volkswagen에서 w는 영어의 v 소리가 나요. 독일어 vㅏ겐(wagen)은 영어의 왜건(wagon)과 같은 단어고, 러시아어 vㅏ곤(вагон)과도 같아요. 러시아의 유명한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Vasily Kandinsky를 '와실리 칸딘스키'라고 발음하는 사람들 많아요. 또, 러시아어서는 한국의 화폐 단위인 won을 вона(vona)라고 해요. w랑 v는 그만큼 음성학적으로 비슷한 소리예요.

한국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어요. 제가 태어난 대구 경북 지방 사투리에서 '추워/어려워'를 '추버/어려버'라고 말해요. 바로 이때의 ㅂ가 15세기 쯤에는 순경음 비읍(ㅸ)으로 표기됐다고 해요. 가벼운비읍, 여린비읍이라는 좀더 쉬운 이름도 갖고 있어요. 글자 모양을 딱 보면 ㅂ랑 ㅇ랑 합체돼 있죠. ㅂ랑 ㅇ 중간 정도의, 비읍보다 좀 여린 소리라는 거예요. 그만큼 소리가 서로 비슷해요. 16세기에는 이 ㅸ 소리가 더더욱 약해져서 [w]로 바뀌는 바람에 철자도 'ㅗ/ㅜ'로 바뀌어서 '추ㅸㅓ'가 추워'가 된 거예요. 현대한국어에서는 'ㅂ 불규칙 활용'이라고 그러지만 이건 사실 규칙활용이었어요. 음운변동의 영향을 받았을 뿐이지요. 

이제 중국어 예를 들어볼까요. '비타민'의 번역어로는 두 가지가 있는데, 维他命(웨이타밍)과 维生素(웨이셩쑤)예요. 전부 vi 발음을 wei로 옮겨놨어요. 다만 첫 번째는 발음에 중점을 두고 음역한 거라 글자 하나하나의 뜻은 원어랑 별 관련이 없어요. 두 번째는 발음도 살려주고 뜻에도 심혈을 기울였어요. vitamin이 vital이랑 어원이 같고 둘다 생명에 관한 단어잖아요. 그러니까 维生素는 생명(生)에 필요한 요소(素)라는 본뜻을 충실히 살려서 번역한 단어예요. 참고로 维[웨이]는 '유지하다, 잇다, 줄'과 같은 뜻이고 '유지, 사유, 섬유' 같은 단어에 들어가는 글자라서 원래 뜻과는 큰 관련이 없어요. 원음을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하기 위한 음역자입니다. 

viagra에서도 마찬가지로 via가 [웨이]가 됐어요. 대신 이번에는 클 위伟자로 해서 소리도 잡고 뜻도 잡는 기염을 토했어요. gra는 오빠 가哥 자로 해서 음도 살렸지만 뜻도 참 기가 막히게 잡아줬어요. 글자 한자 한자가 음과 뜻을, 바디와 쏘울을 모두 바친 대단한 번역어인 거예요.

요즘 청와대에서 하는 짓을 보면 伪哥라고 하고 싶어요. 발음은 역시 [웨이꺼]인데 거짓 위伪 자를 썼어요. 거짓된 오빠예요. 처음 이 단어를 알았을 때 큰 오빠보다는 거짓된 오빠 쪽이 마음에 들어서 글자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안 그래도 고민이 많으신 옵하들이 좀 안쓰러워서 참았어요. 그런데 지금 청와대랑 관련된 비아그라 유저들은 거짓된 오빠라고 하고 싶어요. 세금 내기 싫어요. 그냥 모든게 다 거짓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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