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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화장은 과연 예의인가?

bravebird 2016. 11. 28. 19:19
화장은 과연 예의인가? 이것은 요즘 저의 화두입니다. 저는 뷰티 정보에 어둡고 돈도 별로 없어서 대학교 때 화장을 하지 않고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회사 면접을 보려니 화장을 해야 했고, 취직하고 보니 화장을 꼭 하라고 교육을 하길래 하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화장이 서툴러서 특별히 더 나아보이는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째 매일 하다 보니 조금씩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사람들이 너 용됐다 하고 칭찬인지 뭔지 잘 모를 말도 해주었지만 화장이 잘 어울린다는 말이기는 했으니 감사해야겠지요. 화장을 하려면 옷도 그에 어울리게 왠지 더 심각하고 진지하게 입게 되니까 이렇게 해야 만날 사람에 대한 예의를 차리는 것 같았습니다. 화장하지 않고는 콧잔등의 모공이 조금 민망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화장을 그만뒀습니다. 턱에 뾰루지가 끊이지 않았고 하루종일 화장품에 막혀 있었던 코 부분 모공의 클렌징이 어려워서 항상 짜내야 했습니다. 렌즈는 눈이 괴로워 항상 안경을 쓰는데, 코걸이 부분의 화장만 매일 지워지는 것도 신경이 쓰였습니다. 눈화장이 매일 번지고 잔여물이 남아 눈이 따가운 것도 방해가 됐습니다.

요즘은 가볍게 세수를 하고 스킨에 로션, 그 위에 샘플로 받은 수분크림에 선크림을 바릅니다. 눈썹을 다듬고 입술에 자연스러운 색깔의 틴트를 바릅니다. 단조롭고 노란 편인 얼굴색이 부각돼 보이면 블러셔를 약간 두드립니다. 기분 내고 싶으면 눈썹을 집어 올릴 때도 있지만 마스카라는 선택입니다. 이러니까 점심시간에 엎드려 낮잠을 잘 수도 있고 눈을 비비거나 간지러운 곳을 살짝 긁을 수도 있습니다. 머리카락에 화장품이 묻어 기름지게 되는 것도 덜합니다. 하루종일 산뜻한 느낌이 좋고, 무엇보다 긴 하루 끝에 용쓰지 않고도 피부를 말끔히 씻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매우 만족합니다.

무슨 뷰티 인사이드 같은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물었습니다. 너는 그럼 남자 볼 때 외모는 따지지도 않느냐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저는 뷰티 아웃사이드의 신봉자입니다. 보기 좋으면 더 좋습니다. 당연히 남자분이 잘생기면 좋겠고요. 저도 보기에 좋은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한껏 꾸미고 향수까지 뿌리고 또각거리고 다니고 싶은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모니터만 볼 건데 매일매일 완벽한 풀 메이크업에 마치 선이라도 보러 나갈 것 같은 아름다운 옷차림으로 다녀야 하는지는 조금 의문입니다.

화장한 모습이 더 낫다고 칭찬해 주신다면 감사합니다. 저도 화장이 잘 된 날의 으쓱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맨얼굴에 보이는 약간의 잡티와 모공도 아쉬운 대로 괜찮습니다. 노랗긴 하지만 그럭저럭 나쁘진 않은 맨얼굴의 색깔도 그대로 좋습니다. 입술이 어두운 게 단점이지만 틴트가 있어서 괜찮아요. 또렷하게 강조된 고혹적인 눈도 좋지만 생긴 그대로의 짝짝이 쌍꺼풀 눈도 그럭저럭 나쁘진 않습니다. 상황에 맞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꾸미고 멋낼 수 있는 자율을 좋아하고요, 무엇보다 편안하고 실용적이고 꼭 필요한 것에 알맞게 집중하는 마음의 태도를 좋아합니다.

저는 완벽하게 생긴 얼굴이 아닙니다. 여기는 이렇게, 저기는 어떻게, 옷은 어떤 거, 살집은 이 정도, 머리는 저렇게 같은 조언도 자주 받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이 원하는 대로 생겨야 할 필요라든가 정해준 대로 꾸며야 할 이유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비비크림을 바르지 않았다고 해서, 눈을 강조하지 않았다고 해서 예의가 없는 얼굴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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