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입면기 자각몽 및 환각 경험 본문
어제 초저녁에 일찍 잠들었다가 새벽에 깼는데, 그 후로는 한동안 깊이 잠들지 못했다. 다시 잠들려고 시도했지만 여전히 깨어 있는 상태임을 느꼈다. 반쯤 졸고 있었으니 아마도 눈을 감고 있었을 텐데도 심지어 눈을 뜨고 깨어 있다고 느꼈다. 진짜 깨어 있었는데 막 잠으로 빠져들기 시작한 상태였는지, 가짜 깨어남 즉 한창 꿈꾸고 있는 상태에서의 착각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여튼 현실과 꿈이 잘 구별되지 않는 상태였다. 이때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삽화적인 이미지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거나,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내 평소의 생각들 내지 무의식이며 이건 꿈이라는 걸 분명히 인지한 채로 내용을 귀기울여 들었다. 들은 내용을 기억해서 글로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결국 잠이 들었고 아침에 출근하려고 깨어났을 때는 모두 잊어버렸다.
가끔 이렇게 자다 깨어난 뒤 깊이 잠들지 못할 때 자각몽을 꾼다. 그때 스스로의 무의식이 마치 환청처럼 들리는 듯한 경험을 한다. 반쯤 꿈을 꾸면서 내 무의식이 매우 정연한 내용의 소리로 재생되는 경험은 2023년 말에 회사로 매우 스트레스를 받던 시기에 수면의 질이 낮아졌을 때 처음 경험한 이후 종종 있었다. 이때 삽화적인 짧은 영상들이 엄청난 속도로 지나가는 느낌도 자주 경험했다. 가위도 종종 눌렸다. 나는 가위가 눌리면 주로 대근육이 움직이지 않으며 귀에서 쟁쟁 울리는 소리를 듣는데, 이때 발가락을 움직이며 깨어난다.
또 이번에는 몸이 붕 떠올라 스스로를 3인칭 시점에서 보는 현상도 경험한 것 같다. 이 현상은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으며, 내가 본 누워있는 나 자신을 뚜렷하게 기억할 수는 없다. 그냥 뭔가 시점이 전환된 것 같다는 감각만 느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진짜 유체이탈을 해서 스스로를 3인칭으로 정말 보았다기보다는 그러한 컨셉의 장면을 꿈 속에서 마치 쇼츠 보듯이 본 것일 수도 있다.
환청에서 들은 내용은 특히 내가 원하는 것과 해결하고 싶은 것,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 같은 것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내용 자체는 완전히 잊었다. 그게 소리로 재생되었는데 듣고 있는 동안 매우 핵심을 짚고 있는 타당한 내용이어서 놀랐다. 당시에는 이 모든 게 너무나도 명료한 깨달음처럼 느껴졌으므로 잠에서 깨어나도 모두 기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일어나면 이 모든 걸 적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누워 있다가 잠들어버렸고 결국 그 구체적인 내용은 모두 잊어버렸다. 지금은 내 평소 생각들이 명료하게 정리되어 소리로 재생되며 스쳐 지나갔다는 감각만이 남아 있다.
이런 현상들이 실제로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인지, 정식 용어나 개념 등이 있는 것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입면기 환각이라는 것으로 보인다. 살바도르 달리, 에디슨, 뉴턴, 베토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잠자면서 영감을 얻은 사례가 많다고 하는데 실제로도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출면기 환각이라는 것도 있는데 증상은 비슷하다. 오래 전에 낮잠을 자다가 깨어나면서 한번 경험해 보았던 오컬트적 현상, 즉 꿈인지 현실인지 잘 구별이 안되는 상태에서 뭔가 초자연적 존재의 덩어리감과 소리를 느낀 그 상태가 바로 출면기 환각이었던 것 같다.
https://bravebird.tistory.com/659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이비복스 2024... 레전드 (1) | 2025.01.01 |
---|---|
돈 / Money (13) | 2024.08.29 |
일상 복귀 1개월 즈음 / About One Month After Returning (2) | 2024.08.27 |
진짜 여행 시작 / The Real Journey Begins (3) | 2024.07.30 |
카카오톡 나에게 보낸 메시지 털이 (0) | 2024.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