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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헤딘의 기행문에는 윤리적으로 문제있는 허구가 정말 많을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독일 탐험가 브루노 바우만의 《타클라마칸》을 읽고 내린 결론이다. 강인욱 교수의 블로그 글을 읽은 덕분에 끝을 볼 수 있었던 흥미로운 책이다. 스벤 헤딘에 대한 궁금함으로 올해 스톡홀름에 다녀오고 나서 헤딘 자서전을 읽었다. (2016/07/11 - [중점추진사업/유라시아사] - 이제서야 다 읽은 스벤 헤딘 자서전) 발간 당시에 베스트셀러일 정도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저서다. 이 책에서 단연 잊을 수 없는 장면은 타클라마칸 횡단 부분. 헤딘이 부족한 물로 전진을 고집한 바람에 여러 사람이 주저앉았고, 헤딘 본인은 기적적으로 샘을 발견하여 살아남았다. 헤딘은 동료 대부분을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자신의 장화를 벗어서 물을 가득 ..
출장 첫날 회식에서 또라이한테 걸려서 아까운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했다. 다음날은 반드시 내 뜻대로(!) 활용하겠다는 각오로 유카타를 입고 잠들었다. (회식 때문에 온천을 못했으니 잠옷으로라도 쓰자...) 다행히 도쿄국립박물관 위치는 기가 막히게 절묘했다. 도쿄 명소인 우에노 공원 안에 있는데, 나리타 공항 가는 스카이라이너 정거장이 바로 근처의 게이세이 우에노 역이다. 첫날부터 이 절묘한 위치를 살살 어필하면서 밑밥을 깐 덕분에 3명의 일행 모두는 우에노 공원으로 향하게 되었다 음하하!! 선배 한 분은 공원을 돌아보기로, 다른 한 분은 박물관에 같이 가겠다고 하셨다. 혹시나 박물관 구경이 좀 길어지거나 하더라도 눈치가 덜 보이게끔 입장권을 사서 건네 드렸다. 이것도 요즘 연습 중인 협상기술의 일환. ..
11월 16-17일, 처음 해외 출장이자 처음 일본 방문이었다. 목적지는 도쿄. 도쿄국립박물관에 오타니 탐험대의 컬렉션이 있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가려고 했던 중요 목적지였다. 시간이 나면 꼭 가보려고 리서치를 하고 지도도 뽑아두었다. 일하러 가는 출장이 아니라 행사 참석이 목적이고, 어르신들이 아니라 타부서 젊은 선배님들이 동행이어서 기회가 있어 보였다. 도쿄국립박물관은 일본 최대 박물관이다. 1872년에 첫 전시를 시작해서 1882년에 현재 위치인 우에노 공원 내부로 터를 옮겼다. 근대의 산물인 박물관이 으레 그렇듯 도쿄국립박물관도 일본 안팎의 세계를 파악하고 다스리기 위한 국가주의와 제국주의 지식의 팡테옹이었다. 이곳의 오타니 컬렉션도 예외가 아니다. 오타니 탐험대는 스벤 헤딘과 오렐 스타인, 알베르..
파리에 간 첫 번째 이유, 국립 기메 동양 박물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는 폴 펠리오가 둔황에서 가져온 문헌이 그득하다면, 이곳에는 유물이 모여 있다. 런던에서 유로스타를 탔는데 도버 해협의 해저터널로 들어가는 순간에는 바보같이 실컷 잤다. 깨 보니 이미 파리 근처였고, 숙소에 짐을 두고 기메 박물관으로 가니 4시 무렵이었다. 기메 박물관은 리옹 출신의 실업가이자 동양 예술 애호가였던 에밀 기메가 설립했다. 인도, 중앙아시아,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지역의 많은 예술품들이 전시돼 있다. 아시아 외부에 있는 아시아 예술 박물관 중에서 최대 컬렉션을 자랑하는 곳 중 하나다. 1945년도에 이집트 예술품을 루브르로 넘겨주고 루브르로부터는 아시아 예술부에 있던 문화재를 넘겨받았다. 이곳 지하에는 아시아 고고학, 미..
올해 6월 초 백야 때 스톡홀름이랑 같이 상트페테르부르크도 갔었는데 이제 올린다. 나는 글쓰는 데 진짜 게으르고 특히 여행기 같은 사사로운 이야기는 길게 못 쓴다. 정말로 아름다운 곳에서 잘 놀고 푹 쉬다 왔으니 지금 와서 글로 남기든 말든 아무런 관계 없지만, 사진첩 정리하다 보니까 홀랑 까먹기 전에 조금 남겨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네 번째 상트페테르부르크였다. 회사 사람들은 왜 자꾸 러시아를 가냐고 하기 때문에 그냥 스톡홀름 갔다왔다고 했다. 임원 한 분이 내가 러시아 다니는 걸 희한하게 여겨서 소문을 내신다. 사적인 대화 한 마디 해본 적 없는 옆팀 팀장이 그 분한테 들었는지 워크샵에서 갑자기 "그렇게 러시아가 좋으면 주재원 하나 잡아요. 내가 보기에 주재원 와이프가 팔자 최고야." 이러길래 양..
보려고 노리고 있던 전시인데 마지막 날에 드디어 사수했다. 작년에 러시아 고고학자 빅토르 사리아니디의 틸리야 테페 발굴 이야기를 우연히 접한 적이 있는데, 오래지 않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를 해주길래 신기했다. 이 사리아니디의 아프가니스탄 박트리아 유적 발굴에 대해서는 《보물 추적자》라는 책의 첫 번째 챕터에 재밌게 잘 쓰여 있다. 참고로 두 번째 챕터는 중국령 투르키스탄(신장)과 둔황의 실크로드 유물을 가져간 열강 탐험가들 이야기다. 홀이 하나뿐인 크지 않은 전시실에서 열린 특별 전시였는데 볼거리는 풍부했다. 인터넷 사이트와 앱을 통한 무료 오디오가이드도 큰 도움이 됐다. 가장 봐둘 만한 건 틸리야 테페 고분군에서 나온 금관. 국사책에서 익히 봤던 신라나 가야 금관이랑 상당히 비슷하다. 둘 사이에 구..
영국도서관 방문 전에 온라인 사전 등록을 하고 로그인하면 basket에 희망 자료를 담아둘 수 있다. 배송에 소요되는 시간인 delivery time을 확인해서 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미리 자료 요청을 해놓으면 그날 그곳에 직접 가서 볼 수 있다. 바스켓에는 옛날 책, 수기 문헌, 사진, 지도를 골고루 담아놓았다. 총 30종까지 담을 수 있는데 딱 그만큼 넣어놨다. 책은 중앙아시아를 탐험한 학자들의 여행기가 많은데, 한국에는 대학도서관에도 없는 것들이라 어떻게 생겼나 그냥 쓱 보려고 한다. pahar.in 사이트 들어가면 ebook 올라온 게 많아서 읽을 욕심까지 낼 필요는 없음. 저 중에 사진 자료는 사진 부서에 미리 메일을 보내서 문의했더니 월, 화요일 이틀 아침 3시간씩 프린트 룸에 와서 열람하라고..
이 정도로 준비가 빡셌던 휴가는 처음이라 매우 바쁘다. 런던 파리 2개 도시인데 방문 목적은 중국 유물 조사다 보니 (...) 사전에 조사할 분야가 세 가지임. 만날 사람도 유난히 많았고 이번 주는 특히 후배가 휴가를 가서 일도 바쁘네. 파리 조사는 포기. 그냥 가서 적당히 즐겨야지 (...) 하여튼 틈을 쪼개서 대영박물관 유물을 몇 점 골라서 신청했다. 오렐 스타일 컬렉션 상설전시가 있는 Hotung Gallery가 개보수 중이어서 2017년 11월에 재개관한다고 하니, 수장고에 처박혀 있는 놈들을 꺼내 보여달라 할 수밖에... pdf 신청서 양식을 채워서 Asia department에 메일을 미리 보내면 유물을 꺼내 보여줄 수 있는지 심사를 거친 후에 Study Room 약속을 잡아 준다. 약속 한 ..
스벤 헤딘이 구한말 경성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 사실은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의 한국학자인 스테판 로젠이 정리하여 권영필 교수의 정년퇴임 기념논총에 〈스벤 헤딘, 한국, 그리고 포착하기 어려운 중앙아시아〉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다. 이 짧은 글은 《중앙아시아의 역사의 문화》라는 단행본에서 읽을 수 있다. 오늘 정독도서관에서 빌려왔고, 이 글 대부분은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스테판 로젠 교수는 당시, 권영필 교수의 제자인 민병훈 국립청주박물관장과 함께 스웨덴 민족학 박물관에서 공동 자료 수집을 했다고 한다. 이번에 나는 못 만나뵌 Mr. Håkan을 이 분들은 이미 꽤 오래 전에 만난 것이야!!! 스벤 헤딘의 서재도 다 본 거야!!! 부럽다!!!! ▲ 하칸 발퀴스트 교수, 스테판 로젠 교..
오렐 스타인은 1862년 헝가리에서 태어난 고고학자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산스크리트어와 페르시아어를 전공했다. 1887년부터 영국령 인도의 라호르에서 근무하다가 영국 국적자가 되었다. 1900년부터 약 30년 동안 중국령 중앙아시아로 네 번의 탐사를 했고, 주로 천산남로와 둔황 및 투르판에서 연구와 발굴 작업을 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과 현장법사, 그리고 마르코 폴로의 탐험 이야기에 매료되어 이란, 인도, 투르크, 중국 문명이 교차하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1900-1901년에 걸친 첫 번째 탐사에서는 호탄, 니야, 미란, 누란 등의 실크로드 오아시스를 방문했다. 스타인은 바로 이때 미란 유적에서 날개달린 천사 벽화를 발견하고(이전글 클릭) 유럽과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