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중앙아시아 탐험가 (36)
독수리 요새
올해 6월 초 백야 때 스톡홀름이랑 같이 상트페테르부르크도 갔었는데 이제 올린다. 나는 글쓰는 데 진짜 게으르고 특히 여행기 같은 사사로운 이야기는 길게 못 쓴다. 정말로 아름다운 곳에서 잘 놀고 푹 쉬다 왔으니 지금 와서 글로 남기든 말든 아무런 관계 없지만, 사진첩 정리하다 보니까 홀랑 까먹기 전에 조금 남겨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네 번째 상트페테르부르크였다. 회사 사람들은 왜 자꾸 러시아를 가냐고 하기 때문에 그냥 스톡홀름 갔다왔다고 했다. 임원 한 분이 내가 러시아 다니는 걸 희한하게 여겨서 소문을 내신다. 사적인 대화 한 마디 해본 적 없는 옆팀 팀장이 그 분한테 들었는지 워크샵에서 갑자기 "그렇게 러시아가 좋으면 주재원 하나 잡아요. 내가 보기에 주재원 와이프가 팔자 최고야." 이러길래 양..
로프 노르 호수에 처음 간 서양인은 프르제발스키도, 헤딘도 아니었다. 훨씬 앞에 요한 구스타프 레나트(Johan Gustaf Renat, 1682-1744)라는 스웨덴 사람이 있었다. 한국과 스웨덴 간의 실크로드 관련 교류사에 대해서 읽다가 이 사람 이야기가 나왔는데, 예전에 어디선가 본 이름 같았다. 이 이야기가 나올 만한 책이 피터 퍼듀의 《중국의 서진》밖에 없는 것 같아서 색인을 펼쳐보니 역시 그랬다. 요한 구스타프 레나트는 그 유명한 스웨덴과 러시아의 대북방전쟁 때 카를 12세의 군대에서 복무했다. 이후 1709년 폴타바 전투 때 러시아에 포로로 잡혀 토볼스크로 압송된 후 시베리아 지도를 작성하는 임무를 맡았다. 1716년에는 스웨덴 출신의 다른 포로들과 함께 금을 찾아나서는 탐사단에 참가했다가 ..
스벤 헤딘이 구한말 경성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 사실은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의 한국학자인 스테판 로젠이 정리하여 권영필 교수의 정년퇴임 기념논총에 〈스벤 헤딘, 한국, 그리고 포착하기 어려운 중앙아시아〉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다. 이 짧은 글은 《중앙아시아의 역사의 문화》라는 단행본에서 읽을 수 있다. 오늘 정독도서관에서 빌려왔고, 이 글 대부분은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스테판 로젠 교수는 당시, 권영필 교수의 제자인 민병훈 국립청주박물관장과 함께 스웨덴 민족학 박물관에서 공동 자료 수집을 했다고 한다. 이번에 나는 못 만나뵌 Mr. Håkan을 이 분들은 이미 꽤 오래 전에 만난 것이야!!! 스벤 헤딘의 서재도 다 본 거야!!! 부럽다!!!! ▲ 하칸 발퀴스트 교수, 스테판 로젠 교..
오렐 스타인은 1862년 헝가리에서 태어난 고고학자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산스크리트어와 페르시아어를 전공했다. 1887년부터 영국령 인도의 라호르에서 근무하다가 영국 국적자가 되었다. 1900년부터 약 30년 동안 중국령 중앙아시아로 네 번의 탐사를 했고, 주로 천산남로와 둔황 및 투르판에서 연구와 발굴 작업을 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과 현장법사, 그리고 마르코 폴로의 탐험 이야기에 매료되어 이란, 인도, 투르크, 중국 문명이 교차하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1900-1901년에 걸친 첫 번째 탐사에서는 호탄, 니야, 미란, 누란 등의 실크로드 오아시스를 방문했다. 스타인은 바로 이때 미란 유적에서 날개달린 천사 벽화를 발견하고(이전글 클릭) 유럽과 아..
한달 전 스톡홀름, 상트페테르부르크 갈 때 책을 몇 권 갖고 갔다. 나머지는 다 읽고 왔는데, 하필 제일 중요한 스벤 헤딘 자서전만 손을 못 댔다. 출발 며칠 전에 일부러 퇴근길에 집 근처 구립도서관까지 가서 빌려 갔는데 손도 못 댄 것이다. 한 달이 훨씬 넘었는데 반납도 안하고 있다가 오늘에야 다 읽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죽을 고비를 넘기며 왜 계속 탐험을 하는지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미지의 땅을 정복하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만큼 내게 매력적인 것은 없다." (스벤 헤딘) 읽은 소감!! 헤딘은 정말 지칠 줄 모르는 탐험가였다. 러시아령 중앙아시아, 동투르키스탄, 인도 북부, 파미르 고원, 티베트 등등 내가 관심 있는 지역들만 쏙쏙 골라서 다녔다. 특히 이곳에 근대 측량기술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았을..
스톡홀름의 민족학 박물관(Etnografiska Museet)에는 스벤 헤딘 재단이 함께 있다. 이곳에 중앙아시아 탐험가인 스벤 헤딘의 서재와 소지품들이 남아있다고 해서, 마지막 날인 6월 7일에 가서 대미를 장식하려고 남겨놨다. 출국하기 전에 홈페이지(www.svenhedinfoundation.org)를 구경해 봤더니 도서 목록이 정리돼 있었는데, 그 중 꼭 사고 싶은 것이 있었다. 군나르 야링 박사가 정리한 Central Asian Turkic Place-Names - Lop Nor and Tarim Area라는 책이다. 웹페이지에 담당자 Mr. Håkan Wahlquist에게 문의하라고 나와있어서 출국 전에 미리 메일을 보내두었다. 답장은 박물관에 갔다온 다음에야 받았다. 책은 뮤지엄 샵에 진열돼 ..
스톡홀름의 Adolf Fredrik's Church에 스벤 헤딘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숙소인 City Backpackers Hostel에서 아주 가까웠다. 도착한 이튿날인 6월 5일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가봤다. 마당이 이렇게 조그만 공동묘지가 만들어져 있다. 녹음에 젖어 있는 한가로운 곳이었다. 금방 찾은 스벤 헤딘 묘. 제일 아래의 헤딘 이름 부분에 햇빛이 비쳐서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교회 내부의 벽에도 스벤 헤딘 기념 명패가 걸려 있다. 깔끔한 교회 내부에서는 아이들이 합창 연습을 하고 있었다. 주요 랜드마크인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죽 걸어가면 있는 Norr Mälarstrand가. 이곳의 66번지가 스벤 헤딘이 1935년도부터 1952년도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던 집이다. 스벤..
스톡홀름에 가기 전에 스웨덴 출신의 유명한 탐험가이자 학자였던 스벤 헤딘과 군나르 야링의 흔적을 보기 위해서 국립문서고에 메일을 보냈다. 답장은 기대조차 않았는데 놀랍게도 아키비스트들이 자료 검색방법뿐만 아니라 추천 컬렉션까지 함께 친절히 회신해 주었다. 심지어 국립문서고가 개보수 작업 중인 관계로 요청한 모든 지도와 사진을 왕립 군사문서고로 임시 이관하여 열람하게 해주었다. 방문과 자료 열람을 위해서는 관련 기관의 추천서 같은 자격조건이 필요할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학자도, 학생도, 스웨덴 시민도 아니고 일개 해외 여행객인데 요청한 모든 것을 공!짜!로! 그!냥! 보여줬다. 왕립 군사문서고의 입구. 군사문서고 내부. 여기서 잠깐 기다렸다가 열람실로 들어갔다. Marieb..
놀랍게도 아주 친절한 답변을 받았다!!! 새벽에 잠시 잠이 깨서 본 폰에 답장이 와있었다. 2016-06-01 RA 2016/05986 Dear ***, Thank you for your E-Mail of May 31. We would like to inform you that the building housing the National Archives in Stockholm/Marieberg is currently closed for renovation. To a certain degree, it is possible to order items from the collections here to the reading room in the Military Archives, also in Stockholm..
평일에는 노트북을 거의 켜지 않는데 오늘은 예외. 스웨덴 국립문서고에 문의메일을 보냈다. To whom it may concern, Good day. This is *** from Seoul, Korea. I am visiting Stockholm from June 4 to 7 on a personal trip. Among my plan is to visit Swedish National Archive and browse certain data there. I wish you'd kindly help me figure out how I could get an access to them. I hope to see stuff gathered by Swedish explorers, diplomats and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