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러시아 거주등록제도에 대한 잡담 본문

미분류

러시아 거주등록제도에 대한 잡담

bravebird 2015. 5. 11. 10:12

전승일에 오랜만에 블라디미르 아저씨랑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안부도 묻고 러시아어도 몇 마디 써보고, 스시 드신다길래 러시아 친구한테 받은 스시vs도시락(컵라면)관련 짤방도 하나 보내드렸다. 짤방은 이따 집에가서 붙여 넣어야지. (이건 회사에서 아침 메일체크 끝내고 메모장에 허겁지겁 쓴 글..)

 

블라디미르 아저씨는 지금 첼랴빈스크에서 일하고 있다. 중국-러시아 간 가스관 연결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라 한다. 현지에 한국 기술자들도 많이 있어서 두 언어에 모두 능통한 이 아저씨에게 딱 맞는 일자리였지 싶다. 한국이 훨씬 좋다며 1년만 있다가 돌아오신다더니, 이제는 러시아인이 한국 가면 뭐하냐고 하신다. 한국에 너무 오래 살았어, 나는 결혼도 못하고 너무 슬프게 살았던거지, 하시는 것이 러시아에 자리를 잡으실 것 같다.

 

이사간 얘길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거주등록제도에 대한 생각이 났다. 사실 저번 여행 때 모스크바 바에서 만났던 칼미크인 변호사들에게 메일로 물어봤는데, 내가 봐도 너무 길게 꼬치꼬치 캐물었다. 안 그래도 쉬는 시간에 큰 마음을 내야 답장할 수 있는 게 이메일인데, 진지한 내용을 엄청 길게 보내놨으니 주말에 일거리를 던져준 셈이다. 아직 답장을 못 받았고, 부담을 주었을 것 같아 조금 미안한 마음이다. 나중에 기회가 또 있다면 잡담하듯이 물어봐야겠다.

 

그래서 이번엔 전략을 바꿨다. 블라디미르 아저씨한테 카카오톡으로 간단히 묻기. 이 분은 부산사투리를 구사할 만큼 한국어에 능통해서 묻기도 대답 받기도 쉽다. 재밌는 분이라 간단하고 유머러스하게 설명해 주신다. 우리가 한국 행정법을 꿰고 사는 것이 아니듯이 아저씨도 마찬가지일 터라 디테일에 약간의 오류가 있을 수는 있지만, 러시아의 거주등록제도로부터 파생된 사회현실이 어떤지 대략 감을 잡아볼 수는 있었다. 대화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겨 보겠다.

 

■■■

 

문: 만약에 바르나울 사람이 프로피스카 없이 모스크바에서 산다고 하면 어떤 문제가 생겨요?
답: 6개월만 아무란 더치없이(???) 살순 있는데 그후에는 임시 등록을 해야지.

 

문: 그래요? 등록을 안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한국은 그런 거 없는데(없다기보단 '엄격하게 따지지 않는데'가 적당할 듯) 러시아랑 중국은 있다고 하고.
답: 6개월 후 등록을 하지 않으면 벌금을 때린단 말이야 나라에서. 액수는 잘 모르겠고.

 

문: 중국에서는 거주 등록 안하고 도시에서 일하는 농촌 사람들(농민공)이 완전히 사회적으로 소외돼 있어요.
답: 여기도 마찬가지야.

 

문: 농민공 아들딸들은 그 지역에 거주등록이 안 돼있어서 학교도 못가고 병원치료도 제대로 못받고 그런거죠. 러시아에도 같은 문제가 있어요?
답: 당근이지, 같은 러시아 인민이래도 트러블이 생겨. 특히 모스크바에서 돈벌려고 지방에서 올라간 사람들이 많거든.

 

문: 직업 구하기 힘들고, 구해도 불법 취업이고, 월급 제대로 못 받고, 의료나 교육 그리고 행정 서비스도 잘 못 받고 그런거죠?
답: 그래 이런 사람들은 아예 취업 불가로 알고 있어.

 

문: 으음.. 월급 엄청 적게 주는 곳에 불법취업 하겠구나...
답: 월급 적게 줄려고 몰래 불법적으로 취업을 시키는 놈들이 있는데 나중에 걸렸을 때는 시크로워져.

 

문: 아.. 그리고 그 사람이 만약에 그곳에서 자식을 낳으면 그 아이도 비슷한 사정인가요? 그 지역의 공립 학교를 갈 수 없다거나.. 등등
답: 너가 러시아에서 거주 등록을 하려고 하니? 다른 방법 꽤 많은데. 그 자식(의 사정)에 대해서는 잘 몰라. 왜냐하면 자식은 엄마집에서 등록을 해야지. (그 자녀가) 외국인이면 그 아이에게 시민권을 주겠지. 부모는 (시민권 취득이) 바로 안될걸.

 

문: 그럼 만약에 아저씨가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이사를 가면 그냥 거주등록 하고 프로피스카가 나와요? 이사는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거예요? 아니면 프로피스카가 딱 있어야 이사를 갈 수 있어요?
답: 내가 집을 사든지 아니면 아는 사람이나 친척집에서 임시 거주 등록을 해야 해.

 

문: 아. 집을 사거나 아는 사람이 있으면 괜찮구나.
답: 구래. 이사가서 6개월 내에 프로피스카 해야지.

 

문: 집을 사지는 못하고 빌려서 쓰면요?
답: 그 집에서 주인이 임시등록을 시켜줘. 3개월부터 1년까진가.

 

문: 그러면 시골에서 모스크바 올라온 대학생이 졸업하면서 모스크바에서 취업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졸업하면 기숙사도 끝나서 거주 등록도 끝날 텐데...
답: 부모님한테 아파트를 빌려달라고 하면 되고 아가씨는 시집가면 되고.

 

문: 아... 그래야 되는구나... 돈 없으면 모스크바에서 취직하기 어렵겠네요... 혹시 거주등록 안 하고 다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단어가 있나요? 거주등록 안하고 모스크바 사는 시골사람. 중국에서는 딱 "농민공"이라고 한 단어로 돼있는데.
답: 류지 베스 프로피스끼 ('프로피스카 없는 사람들'의 직역)

 

문: 아. 한 단어는 아니구나.
답: (러시아어로) 내 생각에는 이건 러시아어 한 단어 갖고는 표현이 안돼.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