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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남아시아

네팔 3패스 트렉 후 카트만두 휴식

bravebird 2024. 4. 28. 04:43

드디어 미련 없이 네팔을 떠납니다.

4월 23일에 루클라에서 카트만두로 왔고 내일인 4월 28일 콜카타 갑니다. 이틀 잔 후 4월 30일에는 아쌈 주의 주도인 구와하티로 비행기를 타고 갑니다.

구와하티에서 아루나찰 프라데시로 올라갈 거고요, 퍼밋 신청을 위한 업체 연락은 어제오늘 다 해놓았습니다. 5월 첫째주 중 퍼밋이 나오면 바로 타왕으로 올라갑니다. 대체 몇 년동안 구글 지도에 별표로만 찍혀 있었는지. 실현이 드디어 목전입니다.

콜카타에 있는 동안은 친구를 만나려고 합니다. 2019년에 히마찰 프라데시의 심라 여행 중에 호스텔 방을 같이 쓴 친구인데, 공학을 전공하고 선생님으로 일하다가 자기 사업을 일으킨 사람입니다. 라다크나 시킴 같은 히말라야 설산 지역을 좋아하는 것이 저랑 여행지 취향도 비슷합니다. 바로 이 친구 덕분에 잔스카르의 푹탈 사원을 알게 됐고 이번에 가볼 생각입니다.

콜카타에서 할 일은 아래와 같습니다.
- 인도 루피 출금 또는 환전
- Axis Bank 방문하여 아루나찰 퍼밋 발급비용 송금
- 아시아틱 소사이어티 및 부속 서점 방문
- 친구 만나 선물 전달
- 구와하티 숙소 및 구경거리 검색

5월 중에는 주로 아루나찰 프라데시, 시킴 여행입니다. 시간이 넉넉하면 아쌈을 추가로 며칠 여행하고 바라나시를 포함한 불교 성지를 돌 거예요. 혹은 한국으로 임시 복귀하여 중국 실크로드에서부터 여행을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해 의사 결정을 해야 합니다.

카트만두에서 쉬는 동안은 아래와 같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 빨래, 샤워, 양껏 먹고 실컷 자기
- 간만에 유튜브 시청, 주로 불교 역사에 대한 내용
- 밀린 블로그 글 작성
- 셰르파 연구자께서 쿰부 지방 현황에 대해 남겨주신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약 전달
- 산에서 만난 사람들과 피자, 알레산드로가 6명이나 모아서 기 빨려 버렸음 (Fire and Ice)
- 루클라 공항에서 만나 이후 두 번을 더 마주친 한국 스님과 식사 (Korean Garden Restaurant), 트레킹 용품 일부 전달드림
- 랑탕 트렉 중 만난 ㅌㅎ 님과 식사 (Green Villy, Small Star)
- 네팔 전통주 통바 마심, 여기 코테 모모 맛있음 (Small Star)
- 하산하여 입원해 계신 한국 등반팀 병문안
- 콜카타, 구와하티 항공권 예매
- 아루나찰 프라데시 퍼밋 발급을 위한 일행 및 여행사 컨택 (Times Travel Guwahati)
- 인도 몬순 시즌에 대비하여 등산복 상하의 1벌 구매
- 콜카타 친구에게 줄 우롱차, 백차 구매, 이곳에서 중국 사람들과 수다 (High Mountain Tea)


통바
곧 떠나는 숙소 머리맡. 이어버즈 한 쪽 분실...
나랑 비슷한 기간에 나랑 똑같이 안나푸르나 서킷, 랑탕, 3패스 다 하신 한국인 트레커 ㅌㅎ님. 이 날은 남체에서 추쿵까지 하루만에 가셨다던가...? ㄷㄷㄷ 책가방 같은 거 하나 달랑 갖고 와서 초싸이어인처럼 걸으신 것 같음



이야기 나눈 것 중에는 아래가 기억에 특히 남습니다.

스님
- 불교가 종교인가 철학인가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고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그런데 종교와 철학은 서양의 개념어를 번역한 것이라서 절대자가 존재하지 않는 유가, 도가, 불가와 같은 동양 사상은 이러한 서양 범주로 분류하기가 어렵습니다. 여기 대답하려면 용어의 개념 자체를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데요. 굳이 따지고 보면 불교는 철학에 좀더 가깝지만 철학과 차이점은 있습니다.
- 불교에서는 서양철학의 인식론과 비슷한 질문을 던지며 그 답변은 서양철학의 관념론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나에게 인지되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교의 입장이거든요. 하지만 인식론을 연구하는 철학자라고 해서 반드시 해탈에 이르는 건 아니죠. 불교는 인식론적 사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을 통한 자유에 이르는 실천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철학과는 다릅니다.  
- 깨어있다는 것은 어떤 감정이나 생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상태입니다. 이걸 '아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몰입과는 반대 상태이며 멍하니 있는 것과도 완전히 다릅니다.  

ㅌㅎ님
- 모 업종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다가 타업종의 회사로 옮겨 프로젝트 베이스로 돌아가는 환경에서 1년 계약직으로 일한 적 있습니다. 그 1년은 저 한 사람이 영업, 마케팅, 매장관리 등등 업무 전분야에 전부 관여하면서 스스로 구상한 대로 업무 진행을 했어요. 그 1년 동안 배운 게 그전까지 배운 것보다 훨씬 많았고 이 두 가지 경력을 믹스시켜서 창업했습니다.
- 잘되는 가게는 어느 순간 어떤 흐름을 타서 그때부터 신기하게 계속 잘되는 걸 많이 봤습니다. 다만 의외인 것은, 다른 비슷한 가게들과 유심히 비교해 봐도 딱히 성공 요인이 뭐라고 뾰족하게 짚어 설명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장사 아이템 물색을 하고, 사업장을 마련하고, 업무의 기본 틀을 잡은 후에 구체적인 운영은 모두 사람을 뽑아 맡긴다는 생각으로 일을 했습니다. 내가 자세한 디테일까지 다 알 필요가 없습니다. 직접 다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장사나 사업이 거창하고 어려워 보이는 거예요.
- 사람을 구해 쓰는 것은 의외로 가장 쉬운 일이에요. 아는 사람에게 부탁을 해서 사람을 물색할 수도 있고 심지어 외부 업체가 채용을 대신해줄 수가 있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의욕 넘치는 인력을 뽑아서 일임을 해버린 다음 보고를 잘 받으면 됩니다.
- 장사 아이템을 물색할 때는 유통망을 꼭 먼저 알아내야 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한국 화장품을 외국에 들여와서 팔고 싶은데 그 나라 화장품 유통망 자체를 예컨대 일본 경쟁업체에서 꽉 잡고 있는 식이면 비교적 가망이 없겠죠. 이미 그 나라에 쫙 깔려서 잘 팔리고 있어야 할 법한 물건이 아직 시장에 안 보인다면 뭔가 유통망에서 걸림돌이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히스토리를 자세히 알아내야 합니다.
- 좋은 아이템을 찾았다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아이템이 기발하더라도 공급망을 제3자한테 인터셉트 당해버리면 물량 확보를 못해서 장사를 지속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독점이 좋은 거예요.
- 영업은 각자 스타일이 다른데 전 물건을 직접 써볼 수 있도록 제공해 주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전 술 마시고 이런 거 안 좋아하거든요.
- 뭐든 직접 한번 경험해보는 게 최고입니다. 인건비랑 임대료, 또는 인수비용이 낮아 투자비용이 적은 곳에서 6개월 잡고 작은 가게라도 한번 열어서 돌려보면 감이 와요. 이걸로 돈을 벌고야 말겠다 하는 거창한 생각 말고,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겠는지 작게작게 테스트해 본다 생각하고 접근하면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만약 잘되면 그때 투자를 늘리면 되고요.
- 외국에 계신 분들 보면 내가 애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돌아가는 가게 하나를 키워 놓고 보통 수출입 사업 같은 걸 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정되면 사람을 써서 돌리고 연쇄 창업을 하고 여러 개 중에 한 개가 잘 되는 거고요. 이것도 결국 포트폴리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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