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인도 아쌈 테즈푸르 불시착 본문

여행/남아시아

인도 아쌈 테즈푸르 불시착

bravebird 2024. 5. 1. 00:43

지금 테즈푸르다. 구와하티가 아니라 테즈푸르. 불시착했음. 그리고 오늘 경찰차도 탔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쌈 주 테즈푸르 공항



아까 콜카타 공항에 갔는데 내가 타려는 구와하티 항공편이 거의 결항될거라는 거다. 기체 결함이 있다던가.

옵션1. 환불받고 타 항공사 금일 밤비행기 표 사기. 운임은 2배. 구와하티 도착시간은 밤 10시 반.
옵션2. 다음날 동일 항공편으로 날짜 변경해달라고 하기. 이 경우 항공사 측에서 숙소 지원 같은 것 없음.


항공사 귀책으로 일정이 지연되는데 숙소 지원도 없냐고 물었다. 보상 방안을 추가로 알아봐줄 테니 기다리고 앉아 있으라 하길래 법구경 읽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감감무소식이라 다시 가서 따져 물으니 옵션3을 알려줬음. 바로 그 쪽을 선택.

옵션3. 테즈푸르 가는 항공편으로 무료 교환. 30분 정도 빨리 출발하고 오후 4시 전 도착.

항공사 직원이랑 나랑 얘기 중인데 인도 사람들이 하도 새치기를 해가며 자기 할 말부터 하길래 열받았음. 왜 나랑 얘기하다가 다른 사람하고 말하고 나는 한참 기다리게 만드냐고 직원한테 따짐.

테즈푸르는 구와하티에서 4시간 정도 더 진행한 위치라서 내가 가려는 타왕에 더 가깝기에 잃을 게 없어 이리로 무작정 온 것임. 숙소도 아주 마음에 드는 컨디션으로 가격도 100루피 깎아서 1400에 잘 구해졌다. 이때쯤 아루나찰 퍼밋도 나와서 왓츠앱으로 전달받았다. 내일 바로 갈 수 있게 된 거다.


테즈푸르 ASTC 버스스탠드


짐을 내려놓고 버스스탠드에 가보니 내일 타왕 가는 표는 없었다. 일단 그 중간인 봄딜라까지 가는 지프를 700루피에 예매함. 지프는 새벽 5시 반에 숙소에 픽업 오기로 했다. 돈은 내일 차 타면 거기서 준다고 했음. ㅋㅋㅋㅋ 인도에서는 진짜 시간 관념이 엉망이고 예매를 해놔도 막상 차 타러 가면 오버부킹 돼있는 게 너무 일상이라서 이게 자구책임. 차 번호도 묻고 담당자랑 왓츠앱 추가해서 미리 전화 연결도 해놓았음.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묻고 따지고 신신당부하고 확인하고 나서야 버스스탠드를 뜸.

저녁은 근처 현지 식당에서 아프가니 치킨이랑 파니르 버터 마살라랑 시켜서 배터지게 맛나게 먹음. 테즈푸르는 인구 10만여명의 소도시인데 의외로 시장통도 엄청 번화해서 시장 구경도 잘했음. 아쌈은 다르질링과 함께 유명한 차 생산지인데 이 지역 차 중에 유명하다는 밀크티도 한 박스 구입함.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파니르 버터 마살라
아프가니 치킨
버터 난
딸기, 코코넛 아이스크림
테즈푸르의 상점가. 이건 극히 일부.
테즈푸르는 인구 규모 대비 상점가 거리가 꽤 길고 상당히 번화하다. 슈퍼도 많고 컸음. 오늘 미뤄둔 생필품 쇼핑 완료.


그러나...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치더니 소나기가 철철 내리다가 숙소에서도 뭔가 문제가 좀 생겼다면서 전화가 왔다. 가보니까 외국인이 묵을 수 없는 숙소라는 것이다. 그런 규정이 있는지 잘 몰랐어서 나를 받았대.

경찰한테 들어보니 테즈푸르에서 외국인이 머무를 수 있는 곳은 지금 내가 와있는 KRC Palace라는 3성 호텔과 또 한 군데가 더 있다고 한다. 딱 두 군데이고 온라인으로 예약을 해야 된다나 어쨌다나. 외국인이 미리 알 방법이 없음 ㅋㅋㅋㅋ 그리고 그 나머지 한 곳은 만실이라 KRC로 오게 되었다. 경찰이 서너 명이나 출동해서 날 호텔까지 이송해 줬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 가냐고 묻더니 아루나찰 프라데시 간다니까 퍼밋 사진 찍어가고 여권에 비자까지 사진 찍어갔다 ㅋㅋㅋㅋㅋㅋㅋ 아루나찰은 얼마 동안이나 있을 거냐고도 물었고 아쌈은 왜 왔는지도 묻더라 ㅋㅋㅋㅋㅋ 다 대답해 주니 경찰 아저씨가 Thanks for bearing with me, 라고 하더니 도움 필요하면 전화하라고 번호를 남기고 갔다.


3000루피... 약 5만원... 난 아무 데서나 잘 자므로 숙소 지출에 효용을 못 느껴서 참 아깝다. 한국에서도 1박 5만원은 좀 그럼...


내일 가게 되는 봄딜라는 아루나찰 프라데시 영내이다. 여기도 자그마한 곳인데 숙소 구하다가 오늘이랑 같은 일을 겪을까봐 벌써부터 좀 귀찮다. 아루나찰 프라데시나 아쌈은 모두 국경 지대라 이렇게 민감하고 번거롭다. 중국, 특히 신장 여행도 딱 이런 느낌이라 가려는 데마다 이러면 참 마음이 꺾이려고 한다. 집 그립다. 하지만 집에 가도 할 것이 없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그나마 여기가 고생스럽긴 해도 볼 거라도 많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