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인도 웨스트 벵갈 콜카타 이틀 본문

여행/남아시아

인도 웨스트 벵갈 콜카타 이틀

bravebird 2024. 4. 30. 14:04

인도에 잘 와 있습니다. 날이 엄청 덥습니다. 오늘 오후에 공항으로 가야 하는데 그 전에는 절대 밖에 안 나갈 예정이고 틈을 타서 밀린 글을 써봅니다.


네타지 수바시 찬드라보스 콜카타 국제공항. 곳곳에 우버 스탠드가 있어 로밍해오면 숙소 가기 편리.


콜카타는 2022년 이후 두 번째라 인도 박물관이라든지 세인트 폴 대성당이라든지 마더 테레사 하우스, 칼리갓 등등 볼 것은 대부분 다 봐서 별로 욕심이 없습니다. 이전에 지내던 파크 스트리트 인근 숙소로 그대로 돌아왔어요. 그때 계시던 직원들이 그대로 계셔서 반갑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지 않은 것 같아 신기했습니다.

내 방 (1박 784루피, 1만원 조금 넘음)



너무 더워서 정신이 혼미합니다. 콜카타는 디저트나 단것으로 매우 유명한데 저번에 맛을 못 봤습니다. 숙소 근처에 있는 디저트 가게에 가서 좀 사먹으려고 했는데 가보았더니 현지인 시장 안이었습니다. 지도상에 위치가 잘못 찍혀 있는지 결국 가게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시장통은 미로 같았고 저녁이라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는데 하도 취두부 냄새 같은 악취가 나고 오수가 흐르고 있어 견딜 수가 없어서 빨리 빠져 나왔습니다. 여름 인도는 처음인데 제가 아직 항마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여름이니 더더욱 길거리 음식은 먹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집에 무척 가고 싶어집니다... 배가 고파 대략 번듯한 식당에 들어가서 라씨에 파니르 버터 마살라 커리에 난을 시켜 먹었습니다. 파니르 티카 마살라도 시켜서 다 먹고 나왔어요.

숙소에서는 미터기를 재서 에어컨을 쓴 만큼 돈을 내는데 이틀 밤새 틀어놨기 때문에 얼마나 돈이 나올지 약간 긴장됩니다. 1kWh당 15루피라고 했던가. 근데 에어컨을 안 켜면 취침 자체가 불가능한 날씨이므로 얼마였든 간에 기꺼이 낼 겁니다. 후회 없습니다.

방 안의 전기 미터기


어젠 은행에 가서 아루나찰 퍼밋 발급비용을 잘 송금했습니다. 이전에도 갔던 아주 괜찮은 식당(Bombay Shiv Sagar)이 바로 근처길래 다시 찾아가서 도사를 시켜 먹었고요. 라씨에 파인애플에 아이스크림까지 알차게 먹었습니다. 등산 다녀온 후에 식사에 관대해져서 한 끼당 만 원은 쓰고 있습니다.

도사


카드를 거의 안 받고 받더라도 3.5프로 수수료가 붙는 경우가 많은 네팔과는 달리 콜카타에선 신용카드가 되는 곳이 많습니다. 우버도 잘 되고 운임도 엄청 합리적입니다. 결국 현금을 써야 하는 가게들도 있고 시골로 가면 카드나 우버가 안 되지만 대도시에선 웬만큼 가능해서 편리합니다. 수수료도 따로 없고요. 타멜의 일부 가게를 제외하고는 뭐든 현금을 준비해야 했던 네팔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은행 ATM의 경우에도 네팔보다 1회 출금 한도는 작지만 수수료율이 훨씬 낮은 것 같음.

인도 사람들은 얼굴도 네팔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원래 대충 다 비슷해서 구별 안 간다고 생각했는데 좀 다릅니다. 네팔 쪽이 확실히 몽골 얼굴이 더 많이 섞임.

먹고 나서는 아시아틱 소사이어티에 다시 한번 가서 더위를 피하며 책도 보고 낮잠도 자고 전시공간도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여긴 인도에서 활동한 동양학자들의 문헌이나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도서관입니다. 브라흐미 문자로 프라크리트어를 새겨 놓은 아소카 왕의 석주 일부도 이곳 2층에 전시돼 있어요. 제임스 프린셉이 해독. 콜카타에는 제임스 프린셉 기념비도 있습니다. 저번에 여긴 걸어가보려다가 중간에 지쳐서인지 길을 잘못 들어서인지 하여튼 못 갔음. 여하간 아시아틱 소사이어티에도 2022년에 왔을 때 도움을 줬던 직원이 여전히 그대로 일하고 있더군요.

파크 스트리트의 아시아틱 소사이어티. 윌리엄 존스는 역사비교언어학 시간에 항상 거론되는, 인도유럽어라는 언어 계통을 알아낸 식민지 관료.


저녁 때는 솔트레이크 쪽으로 택시를 타고 가서 친구를 만났습니다. 친구는 알고 보니 지금 임신 7개월째라고 해요. 인도에서 여아 낙태가 빈번하므로 성별은 알려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친구가 벵갈식 탈리를 대접해주어서 처음으로 맛을 봤어요. 제가 네팔에서도 그렇고 달밧이나 탈리 같은 세트메뉴보다는 그냥 커리에 난 같은 단품을 시켜 먹는 편입니다. 이번에 탈리를 먹으니 생선도 새우도 야채도 고기도 밥도 있어서 간만에 좀 골고루 이것저것 먹어보네요. 근데 생야채랑 생과일을 먹은 게 너무 오래된 것 같아 좀 맛좀 보고 싶어요....

벵갈리 양고기 탈리


친구는 아동복 사업을 합니다. 원래 과학을 공부한 교사였는데 아동복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조하는 걸 맡고 있어요. 제품이 생산되고 나면 그 이후 과정인 판매와 마케팅 등을 모두 사업 파트너가 맡아 합니다. 이 동업자를 구하고 나서 바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원래 외할아버지가 패브릭 사업을 하셨고 외삼촌들이 물려받은 게 있어서 집에서 간접적으로 이쪽 분야에 대해 들은 건 있다고 해요. 실무는 자기 사업을 열고 나서 다 부딪쳐 가며 배웠다고 하고요.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QC라고 합니다. 동일한 디자인의 옷을 여러 업체에 아웃소싱하여 생산할 경우에 발생하는 디테일 차이. 이걸 없애고 평준화하는 것. 이게 제일 어렵대요. 그리고 최근에 옷을 직접 생산하는 소규모 업체들이 늘어났는데 이들이 퀄리티 낮은 옷을 소량 생산해서 유통시키니 가격경쟁에서 불리하여 도매상들의 발주량이 줄었다고 합니다. 기존에는 도매만 상대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닿기 위해 웹사이트와 앱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어요.

이외에 콜카타에서는 월세 7000-8000루피(약 11-13만원) 정도면 부엌에 화장실이 딸린 괜찮은 원룸에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벵갈루루나 뉴델리에서는 최소치로 그 두 배 이상은 예상해야 하고요.

제가 그간 인도에 여행을 올 때마다 여기서 뭘 팔 수 있을까, 뭘 살 수 있을까, 대체 어떤 비즈니스가 성립이 가능할까 막연하게 생각만 한 것들이 있는데요. 그런 아이디어도 몇 가지 얘기를 해봤고 어떤 도시나 입지 조건이 적절할지 생각해 본 것도 얘기했습니다.

네팔에서는 그런 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 일단 내륙국이라 물류가 너무 최악이었습니다. 이건 부탄도 마찬가지. 우체국에서 EMS조차 할 수 없어서 DHL같은 국제특송으로 책을 부치느라 배송비만 18만원 냈었습니다. 여기로 뭔가 수입을 해서 판다는 것은.. 제가 보기에 불가능. 현지의 물가와 임금 수준을 고려한 적정 판매가를 제시할 수가 없음. 또 네팔은 제조업 기반이 미약한 관광국가(=히말라야 런처)라서 그나마 사다 팔 만한 상품은 싱잉볼이나 명상 용품 같은 오타쿠 히피 수요만 노려야 되는 그런 것밖에 안 보였습니다. 이런 건 진짜 젤 취급하기 싫은 아이템 및 수요층임 ㅋㅋㅋㅋㅋㅋㅋ 소신발언. 나는 히피와 예술충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에 인도는 올 때마다 뭔가 생각이 나는 건 있는데 어느 정도의 자본으로 실현이 가능한지 구체적으로 알아본 바는 없습니다. 생각해 놓은 도시 몇 군데에 가서 실지조사라도 가볍게 해볼까 싶지만 이 더위와 습기와 길거리의 오수가 도무지 감당이 안되어 자신이 없네요. 일단 항마력부터 쌓아보고 생각하렵니다.

모르겠고 이제 공항 갈 준비 하려고요. 어제 각종 군것질까지 너무 많이 먹었으니 오늘 아침점심은 단식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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