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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인 매드 티베톨로지스트 알렉산더 초마 (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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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인 매드 티베톨로지스트 알렉산더 초마 (1)

bravebird 2024. 6. 18. 21:11

현재 히마찰 프라데시 마날리에서 이틀째다. 곧 라다크 잔스카르로 들어가려고 한다. 가는 곳마다 정보를 주는 인도 전문가 러시아 친구 알렉산더 덕분에 중요한 사실이 생각나서 책 한 권을 재독 중이다. 헝가리인 티베트 학자 알렉산더 초마에 대한 The Hungarian Who Walked to Heaven.

원래는 초마에 대해서 거의 몰랐다. 2022년 말에 다르질링을 갔을 당시, 알렉산더가 초마 묘소에 한번 가보라고 알려주어 알게 되었다. 초마에 대해 알아보려고 고른 이 책은 비행기 안에서 금방 끝냈을 만큼 100페이지 정도로 간결하면서도 내용이 충실하고 흥미진진하여 추천하고 싶다.

초마는 경치가 기가 막히는 곳에 묻혀 있음 (다르질링 해피밸리 티가든 인근)
다르질링 초마 묘지의 여러 현판


헝가리는 민족 및 언어적으로 타 유럽국과 구별된다. 헝가리 민족의 기원은 학계의 오랜 호기심거리였으며 아시아 유목 민족인 훈족(흉노와 동일 민족이라는 설도 있음)과 연관돼 있다는 설이 있다. 특히 당시는 프랑스 혁명과 미국 독립 및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헝가리 내에서 오스트리아로부터의 독립 운동이 태동하고 있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초마 역시 헝가리 민족의 뿌리를 찾겠다는 필생의 사명을 품게 된다.

초마를 직접 만난 사람들에 의하면 이 사람은 은둔 성향과 극기 정신으로 똘똘 뭉친 광인이었다. 학교에서는 청소 중에도 책을 놓지 않았으며, 일부러 한계점까지 밥을 굶는 훈련을 했고, 극도로 검소한 생활을 했다. 모든 것이 헝가리 민족의 발상지로 생각되는 중앙아시아를 여행하기 위한 연습이었다.

초마는 헝가리 민족이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부하라 근처, 혹은 중국 신장의 야르칸드 근처에서 기원하였다는 가설을 갖고 있었다. 초마는 이를 검증하고자 각고의 고생 끝에 근동 지방을 거쳐 아르메니아인을 가장하여 라다크의 수도 레에 들어온다. 여기서 카라코람 산맥을 넘으면 야르칸드다.

초마는 1822년 레에서 영국인 윌리엄 무어크래프트를 만난다. 윌리엄 무어크래프트는 동인도 회사에서 말 전문 수의사로 일하면서 영국령 인도 군대에 말을 공급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이에 적합한 말 품종을 찾는 과정에서 북인도와 중앙아시아를 탐험하며 다양한 문헌 기록을 남긴다.

무어크래프트는 영국과 러시아 간의 그레이트 게임이 시작하기 약 50년 전부터 러시아가 영국령 인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예견했다. 이에 영국령 인도와 제정 러시아 세력권 사이에 위치한 티베트에 대해 일찍부터 큰 관심을 갖고 러시아의 남하를 경계하며 영국의 국익을 수호하고자 했다.

무어크래프트는 초마에게 책을 건넨다. 카톨릭 사제가 18세기에 펴낸 라틴어-티베트어 사전이었다. 유럽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티베트어를 연구해 달라며 추천서와 함께 자금도 지원해 준다. 초마는 처음에는 티베트 문헌에서 헝가리의 기원을 찾아보기 위해 공부에 착수하지만 이 분야에 평생을 바치게 된다.

당시 라다크 왕국은 란지트 싱이 이끄는 펀자브 지방 시크 왕국의 침입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때 초마는 무어크래프트의 추천서를 들고 라다크 왕을 찾아간다. 라다크로서는 영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초마를 도울 경우 유사 시 영국령 인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초마를 환대한다.

초마는 곧 라다크 인근 잔스카르의 장라에 있는 사원에 칩거하며 티베트어 공부에 전념한다. 초마는 잔스카르 최초의 서양인이었다. 이번에 이 책을 재독한 이유가 잔스카르 때문이다. 잔스카르에 간다고 하니 초마가 장라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렉산더와 또다른 친구 라제쉬가 일깨워 줬다.

초마의 스승 상게 푼촉도 범인은 아니었다. 승려로서 티베트 및 네팔과 부탄에서 7년을 공부했으며 초마처럼 도보 여행을 했다. 티베트 불교뿐 아니라 의학, 천문학, 점성술 지식도 방대했다. 승려로서는 드물게 결혼을 했는데 부인이 잔스카르 왕의 미망인인 관계로 왕가 및 정계와도 연관을 맺고 있었다.

초마와 상게 푼촉은 장라 수도원의 조그만 방에서 무려 16개월 동안이나 바깥 출입 없이 칩거하며 티베트어와 경전을 공부한다. 이 기간 동안 초마는 눈이 부시다는 이유로 한겨울에도 불을 전혀 피우지 않고 햇빛에만 의존하며 혹독한 추위를 버티는 초인적 광기를 마음껏 뽐낸다.

초마는 티베트 불교가 인도 불교에서 기원했으며 티베트 문헌의 어휘가 대부분 산스크리트어 번역어임을 밝혀낸다. 그는 장라를 떠날 무렵 백과사전 두 권 분량에 달하는 티베트 관련 지식을 확보했으며 약 4만여 개의 티베트어 어휘를 정리하였다.

초마와 푼촉이 공부하였던 수도원은 현재 상당히 허름하게 방치되어 있는 상태라고 한다. 헝가리 탐험가들이 겨울 장비를 갖춰 이곳을 방문하였으며, 자신들이 다녀간 사실과 초마의 업적을 기념하는 현판을 걸어 두었다고 하니 가서 한번 직접 구경해 보겠다.

아마도 마날리를 떠나기 전에 초마 책은 다 읽게 된다. 다만 글이 길어지고 있으므로 나머지 내용은 잔스카르 장라를 방문한 후 이어서 업로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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