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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남아시아

다람살라 사람들 - 텐진 춘두

bravebird 2024. 6. 20. 14:06

텐진 춘두는 인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티베트 난민으로 작가이자 티베트 독립 활동가이다. 대학 졸업 후 국경을 넘어 티베트에 들어갔다가 투옥된 경험이 있기에 난민으로서는 드물게 포탈라 궁을 실제로 본 사람이다. 이후에도 15번 정도 체포되었다. 항상 두르고 있는 붉은 두건이 무슨 뜻인지 여쭸더니 열한 살 무렵 일평생을 티베트 독립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한 후 '용기'의 상징으로 착용하게 됐다고 한다.




텐진 춘두의 가족은 현재 남인도 카르나타카의 티베트인 정착지에 거주한다. 그 자신은 뭄바이와 첸나이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공부한 후 2000년대 초반부터 다람살라에 산다. 텐진 춘두는 에세이와 시를 담은 독립 출판물을 인도 내에서 권당 50루피(1000원 미만)에, 해외에서는 좀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며 이 수익과 강연료로 생활한다. 거의 100년이 된 건물에 매우 저렴한 월세를 내며 룸메이트와 살고 있으며 본인의 생활을 need-based life라고 표현하였다.


다람살라 티베트 박물관에 전시된 텐진 춘두의 책



인도에 사는 티베트 난민은 인도 국적과 여권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텐진 춘두는 티베트인 정체성을 선명하게 유지하기 위해 국적 취득을 하지 않았다. 이곳의 많은 티베트인들이 비슷한 선택을 한다고 했다. 내가 찾아갔을 당시 텐진 춘두와 그 친구들은 인도 선거 결과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보이며 실시간으로 내용을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번 히마찰 프라데시에서는 다 합쳐서 약 열흘 가까운 시간을 텐진 춘두와 그 친구들과 함께 무척 즐겁게 보냈다. 이 분을 알게 된 건 칼림퐁에 있을 때 산딥 아저씨의 도움 덕분이었다. 텐진 춘두와 산딥은 모두 티베트에 관심을 지닌 작가인데다 특히 텐진 춘두는 인도 각지에서 강연을 하기에 두 분은 친구가 될 기회가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나도 히말라야를 횡단해서 형성돼 있는 친구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행운을 얻었다.

칼림퐁을 떠날 때 산딥 아저씨께 다람살라에 간다고 하니 꼭 만나 보라며 텐진 춘두 아저씨의 연락처를 넘겨 주셨다. 이 분은 날 모르기 때문에 불쑥 연락을 해도 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지난번 다람살라에서 3~4일간 관광만 하다 떠나서 현지 사람들을 알 기회가 거의 없어 아쉬웠다. 이번엔 다람살라에 사는 티베트 사람들도 알고 싶었다. 또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다. 연락을 남겨 보았고 답은 바로 왔다.

다람살라에서 처음 이틀 정도는 아밋과 놀고 티칭 등록을 마치느라 보냈다. 셋째날 달라이 라마 티칭을 듣고 나서 텐진 춘두에게 연락을 다시 남겼다. 손님이 있으니 집으로 오라고 하시길래 약간 머뭇거렸다. 전혀 모르는 분 집에 빈손으로 찾아가는 게 쉽지 않았으나 그냥 한번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때 찾아간 것은 이번에 여행하면서 제일 잘한 일 중에 하나였다.

텐진 춘두 아저씨는 '랑젠 아쉬람'이라는 이름을 붙인 집에 2000년대 초부터 쭉 살고 계신다. '자유의 아쉬람'이라는 뜻이다. 문을 열어둘 정도로 거의 상시 개방돼 있어서 머뭇거렸던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이곳은 텐진 춘두의 수많은 친구들뿐 아니라 나와 똑같은 처지의 세계 각지 손님들이 쉬지 않고 꾸준히 드나드는 곳이었다.

처음 찾아간 날은 이곳 TCV(Tibetan Children's Village)에 돌마 양좀이라는 어린 여학생을 입학시키려고 네팔에서부터 데리고 찾아온 선생님이 와 있었다. 저녁엔 독일 언론인이 인터뷰를 하러 왔고 많은 티베트 사람들이 기사에 한 마디씩 보태기 위해 함께 찾아왔다. 그날 랑젠 아쉬람에 오후부터 밤까지 쭉 있으면서 아마 열 명 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독일 언론인과의 인터뷰



텐진 춘두는 곧 라제쉬라는 친구와 함께 2박 3일간 히마찰 프라데시의 참바 및 바르무어 지방을 여행할 계획이라며 같이 가자고 했다. 두 분은 히말라야 지방의 오래된 Rock Art에 관심이 많아서 그걸 보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마침 러시아 친구 알렉산더 역시 참바와 바르무어에 가보라고 추천을 해준 참이었다. 그래서 그 다음날 아예 짐을 싸갖고 돌아왔다. 그날 라제쉬가 쿨루 밸리로부터 장거리 운전을 해서 도착했다. 우리는 전부 랑젠 아쉬람에서 하루를 자고 그 다음날 다같이 출발하기로 했다.


랑젠 아쉬람



랑젠 아쉬람엔 방이 3개다. 텐진 춘두와 룸메이트 타시 체링이 한 칸씩 차지하고 있고 손님방이 하나 남는다. 이곳에서 열흘간 잠시 지내고 있던 텐진 춘두의 먼 인척 잠파가 델리로 돌아가면서 때마침 방이 생겼다. 내가 손님방을 혼자 쓰고 라제쉬는 타시 체링 방의 스페어 베드에 잤다. 타시 체링의 방에는 침대가 2개 더 있는데 이 침대는 랑젠 아쉬람에 같이 살았던 소남 톱걀과 텐진 렉펠 것이다. 이들과도 물론 여러 날을 같이 놀았고 지금도 매일 얘기를 하며 특히 소남 톱걀과 텐진 렉펠은 7월 라다크에서도 다시 만날 예정이기에 그 이야기는 이어 쓰겠다. 그때 랑젠 아쉬람 이야기는 더 하게 될 것이다.

텐진 춘두와 라제쉬와 나는 그 다음날, 즉 6월 5일에 같이 참바로 떠났다. 이 이야기도 따로 쓰겠다.

텐진 춘두의 웹사이트는 www.tenzintsundue.com

Tenzin Tsundue .:. Tenzin Tsundue writes, speaks, and acts for a Free Ti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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