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다람살라 사람들 - 아밋 본문

여행/남아시아

다람살라 사람들 - 아밋

bravebird 2024. 6. 14. 07:43

아밋은 2019년 12월에 다람살라에 왔을 당시 홈스테이 아들이다. 무려 6녀 1남 가정의 소중한 막내아들이다. 5년 전 트리운드 트레킹 가이드이기도 했다. 요즘은 홈스테이 일에 여념이 없어 트레킹은 잘 하지 않는다.


2019
2024



이번에 다람살라 가는 야간 버스 안에서 "나 지금 간다!" 하고 서프라이즈 연락을 했더니 그날 잠을 못 들 것 같다고 했다. 5년 전엔 내가 떠난 날이 토요일이었는데 이번엔 토요일부터 시작해서 기쁘다고 하여 몹시 놀랐다.

아밋의 홈스테이는 이미 7월까진가 꽉 찼다. 아주 잘 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내 숙소 구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덕분에 달라이 라마 사원으로부터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는 1인실을 바로 찾았고 하루 1000루피에 머무를 수 있었다. 우리 숙소에서 할 줄을 모르는 C Form도 대신 만들어줘서 달라이 라마 법회 참석도 할 수 있었다.

아밋은 다람살라 도착한 날과 떠나기 전날 두 번 만났다. 도착한 날 저녁에 동네 친구들과 홈스테이 손님을 여럿 모아 다같이 식사를 한 후 클럽에 가서 2시까지 춤추고 놀았다. 2019년에도 클럽에 아밋의 공연을 보러 갔었다. 아밋은 밴드 활동을 하고 클럽에서 춤추는 것도 좋아한다.

좋은 의미로 참 순수한 사람이다. 아밋은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못 받은 경험이 있지만 돈 자체는 정말 아무래도 상관 없다고 한다. 친구는 원래 그렇게 서로 돕는 거고 돈은 언제든 다시 벌면 되는 거라고 했다. 다만 친구가 경찰 운운하면서 협박을 한 것에는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나는 절대로 남한테 돈 안 빌려주고 나도 안 빌리는 그런 사람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뭔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위해 돈을 선뜻 내놓을 수 있는, 금전을 초개같이 여길 수 있는 자질을 존경한다.


다람살라에서는 빨래를 하면 금방 말라서 참 기뻤다



아밋도 이제 서른이 넘었다. 아무래도 6녀 1남이다 보니 부모님이 장가 가라고 안 하시는지 물었다가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결혼을 옵션으로 만들기 위해서, 즉 가족에 의존할 필요 없이 자립하기 위해서 그간 돈벌이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 아밋이 해준 말이 조금 인상적이었다. 원래 부부는 서로 의지하는 거고 그게 나쁜 게 아니라고. 죽을 때까지 서로 믿고 기대어 살아가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고 했다.

아밋의 부모님은 결혼할 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도 두 분이 모두 열심히 일해서 자식 일곱을 다 길러 내셨고 지금은 생활도 안정적이다. 특히 아버님은 아주 건강하여 70이라는 연세가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일을 하신다. 아밋의 부모님은 서로가 있고 다 키워 놓은 자식들도 있기에 딱 지금처럼 편안히 살다가 마음 편히 세상을 떠날 수 있다며 무척 행복해 하신다고 한다. 아 그리고 아밋의 할머니는 저번에 뵈었을 때 거의 100세이셨는데 2022년에 자연사하셨다. 마지막까지도 사람들과 원활한 대화가 가능했으며 모든 거동을 스스로 하셨다. 아밋은 할머니가 참 좋은 삶을 사셨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밋은 자기 고향 다람살라에서 평화롭고 느린 일상에 만족하며 자신도 그렇게 살고 싶어한다.

아밋 가족 얘기를 듣고 나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려서부터 자립 자립 신나는 노래를 부르면서 서울에서의 독자 생존에 집중하다가 약간 돈에 얽매여 버렸구나. 자립은 좋은 것이지만 어떤 서포트 시스템 안에 속해서 서로 돕고 살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았군. 그리고 항상 느꼈지만 서울 생활은 참으로 모래알 같고 나 또한 예외가 아니며 시간이 갈수록 혼자가 되어 가는구먼.. 정말.. 진짜 심각하게 재미 없다.. 정이 한국인의 특성이다? 전부 옛날 얘기.

https://youtu.be/Cn4alua9o2o?feature=shared

"Ain't no love in the heart of city"


다람살라에서는 이런 생각을 이어갈 또다른 계기가 된 사람들을 한 무더기 만나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곧 계속해 보겠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