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인도 웨스트 벵갈 칼림퐁 둘째날 본문
천국에 도달한 이튿날. 숙소 아저씨가 챙겨주신 조식을 먹고 블로그 글 하나 쓴 다음에 아래와 같이 숙소 근처 동네를 다녔다.
통사 곰파 (부탄 사원)
CST (Central School for Tibetans)
게덴 타파 촐링 (불교 사원)
뉴 레스토랑, 미니소 등 동네 상점가
기본적으로 동네 개 고양이들한테 전부 손 흔들고 인사하고 다님. 사람보다 동물을 더 좋아하는 것 같음.
통사 곰파. 부탄 절. 저번엔 안 갔었고 이번이 처음인데 일부러 찾아간 것은 안에 들어가면 무슨 불상이 있는지 누구 사진이 걸렸는지 궁금해서다. 부탄 왕가 사진이 있었으며 이외에 불교 지도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사진이 많이 걸려 있었으나 역시 달라이 라마는 없었다. 부탄 친구에게 누구인지 물어봤더니 유명한 불교 마스터들이라고 하는데 국적까진 안 물어봤다. 본존불로 석가모니만 모셔져 있었다.
그대로 언덕을 올라가 CST로 갔다. 달라이 라마의 인도 망명 후 인도 정부에서 티베트인들을 위해 지어준 공립 학교이다. 다람살라에 본교가 있고 전국 각지에 분교가 있으며 그 중 하나다. 보니까 티베트인만 다니는 건 아닌 것 같다. 숙소 아저씨께 들은 바로 이 건물은 국경 폐쇄 전에 티베트인들이 캐러밴을 이끌고 오가던 시절에 티베트로부터 wool을 갖고 와서 쌓아놓던 곳이었다고 한다.
여길 굳이 온 것은 타왕에서 사귄 재미난 친구가 어릴 때 이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가서 학교 사진도 보내주고 비디오콜을 하기로 했는데 마침 숙소 근처길래 약속을 지켰다. 내가 이 염천에 언덕길을 올라가서 학교 구경을 시켜줬으니 너는 헬스장에 가서 헬스장 주인에게 인사 좀 전해줘, 했었다. 헬스장 주인이 타왕에서 봄딜라까지 운전을 해줬고 중간에 폭포도 호수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근데 친구가 계속 헬스장을 땡땡이치고 있어 공정거래는 성립하지 못했다. 또 추심해야지.
타왕에서 결혼식에 초대받아서 선물을 뭘 사야 하나 고민되어 와인샵에 갔었다. 줄 선 거냐고 물었다가 말을 하게 된 앞사람이 이 친구다. 친구가 술보다는 좀더 실용적인 걸 가져가라며 기프트샵에 데려가서 티팟 선물을 추천해 줬다. 그 길로 바로 친구가 됐다. 나 여기서 친구들 많이 사귀었는데 다같이 차마시러 가자! 하고 카페로 데려갔더니 그 친구들과 얘는 이미 친구였다는 후문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날 다같이 노래부르고 술마시고 놀았었고 이날 내 여행 역사에서 레전드 사건발생 ㅋㅋㅋㅋㅋ
게덴 타파 촐링. 비둘기들이 곡식 쪼아먹고 강아지는 디비자는 평화로운 사원. 2022년에 왔을 때 구경시켜 주신 스님이 그대로 계셔서 너무 반가워서 아는 척 했다. 절하고 박물관 둘러보고 중국풍 법당도 본 다음에 밖에 날이 하도 좋아서 한참 멍하니 있다가 전직장 동료가 일자리 소개해 주는 연락이 왔길래 한동안 채팅을 했다. 전회사의 현 소식이 사실 궁금했었기 때문에 간만에 업데이트 받으며 욕을 좀 했더니 대번 기분이 어지럽혀졌음 ㅋㅋㅋㅋㅋ 아니 요 며칠새 왜 전직장 관련된 사람들이 셋이나 갑자기 뜬금없이 연락이 오냐. 몇 개월씩 지났는데. 감사하긴 한데 과거로 소환되기 싫어서 적당히 대답하고 대화를 맺어 버렸다. 그리고 내가 어디서 뭐하는지는 친한 동료에게도 한마디도 얘기하지 않았다 헤헤. 공유된 맥락이 하나도 없어서 일일이 설명하기가 귀찮을 뿐더러 핵인싸에게 굳이 정보를 줬다가 얘깃거리나 제공하고 싶지 않다. 저 까칠하죠? 그래도 전 단호하게 현재에 살겠습니다.
내려오는 길은 칼림퐁 10마일 로드를 따라 내려와 2년 전에 숙소 아저씨가 직접 보여주셨던 오래된 건물들을 확인했다. 당시 구글 지도에 찍어 놓긴 했는데 자세히 설명을 써놓질 않았고 블로그에 쓰지도 않았어서 상세 내용은 이번에 다시 확인이 좀 필요하다. 특히 티베트 미러 프레스 건물이 있었던 자리, 티베트로 가는 선교사들이 살았던 건물 등등은 주변 건물이 좀 바뀌었는지 찾기가 어려웠다. 예전에 동영상 찍어 놨던 걸로 더듬어 찾거나 아니면 아저씨께 한번 더 같이 가달라고 해야겠다.
칼림퐁에 8년 살았던 부탄 친구가 추천해준 모모집도 저녁 먹으러 다녀왔다. 진짜 맛있는데 한 접시 130루피(2000원 정도)밖에 안해서 2접시 드링킹하고 약간 아쉬움을 남겨둠. 당연히 더 먹을 수는 있으나 적당히 아쉬울 만큼만 먹어야 제일 맛있다.
그 다음 한국의 다이소 비슷한 미니소에 그냥 구경하러 무심코 들어가 봤는데 자체 브랜드 이어폰을 팔더라고. 카트만두에서 대체 알 수가 없는 경로로 삼성 이어버즈 한 쪽을 잃어버려서 샀던 C타입 이어폰이 너무 불량이라 이번에 실험하는 셈 치고 걍 두 종류를 다 샀다. 무선이어폰은 단돈 1099루피(18000원 정도), C타입 이어폰도 단돈 450루피(7500원 정도)로 여행 중 고장나거나 잃어버려도 전혀 부담이 없는 가격. 반면 삼성 이어버즈는 한 쪽만 구매 시 4만 5천원 돈인 걸로 기억함. 이렇게 현지(라고 쓰고 '백수 여행자'로 읽어야 함) 스탠다드에 적응 중입니다. 걍 없는 대로 살거나 대충 구해서 살기. 음질 따위는 따지지 않는다!!!!!
이제 숙소 로비에 저녁먹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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