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인도 웨스트 벵갈 칼림퐁 넷째날 본문
이날도 부지런히 보냈다. 글은 간단할 것 같다.
아침에 세금 신고.
조식 먹음.
블로그 글 1개 씀.
세인트 오거스틴 스쿨 방문.
근처의 어딘가를 방문.
크루케티 하우스 방문.
모모, 라씨 사먹고 히말라야 나이트크림 삼.
에필로그 카페에서 독서.
세인트 오거스틴 스쿨은 부탄 친구가 초등학생 때 유학을 와서 8년을 다닌 학교다. 바로 근처에 들를 곳도 있고 해서 잠깐 가서 사진을 찍어 보내줄 겸 한번 가봤다. 교내에서 마주친 선생님 아무나를 붙잡고 이러저러한 사유로 구경을 해도 되는지 여쭸는데 알고 보니 부탄 친구랑 동급생이었다고 해서 재밌었다. 교감 선생님께로 데려다 줘서 거기서 학교 얘기도 나눠보고 허가증을 받아 교정을 둘러봤다.
세인트 오거스틴 스쿨은 초등부부터 중고등부까지 모두 있는 남학교이며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이 지역 명문 학교다. 인도 타지역뿐 아니라 네팔, 부탄, 태국 등등 해외에서도 유학생들이 온다. 현재 전교생 1600명 정도에 기숙학생은 2-300명 정도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셰르파 아주머니의 두 아들도, 산딥 아저씨도 이곳을 다녔다.
닥터 그레이엄 홈스 스쿨, 락베일 스쿨, 세인트 조셉 콘벤트, 세인트 오거스틴 스쿨 이렇게 네 곳이 칼림퐁의 명문 기숙 학교로 알려져 있다. 바로 근처에 있는 세인트 조셉 콘벤트는 현 부탄 왕비가 다녔다. 친구가 말하길 자기 학창 시절에도 근처 학교 여학생만 보이면 소리 지르고 난리가 났었고 세인트 조셉 콘벤트 다니는 애한테 연애편지를 썼대 ㅋㅋㅋㅋㅋ 바로 옆에 있는 세인트 필로메나 여학교는 동일레벨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
내생이란 게 있다면 남자로 태어나서 남학교에 한번 다녀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중고등 시절 남녀공학 분반과 합반과 여학교를 모두 다 다녀봤는데 남자반 쪽의 이야기를 들으면 참 웃기고 골때렸다. 여름에 덥다고 팬티만 입고 수업을 듣지 않나, 점심을 2분컷하고 운동장 선점하러 달려가지 않나, 복도에 여자만 지나가면 쳐다보고 소리 지르고, 만만한 선생님 시간이면 수업 중에 교실에서 배드민턴을 치지 않나, 졸업 앨범은 또 얼마나 웃겼는지...
근데 돌아보면 학창 시절에도 집단으로 와글와글 다니는 걸 그다지 안 좋아했다. 회사 다닐 때 조직 생활이나 친목질 자체를 싫어했는데 중고등 때부터도 또래집단 속에 놓이는 게 꽤나 골치가 아팠던 것 같다. 난 그냥 조용히 할 일에 집중하거나 누군가 그냥 막연히 편한 사람과 오랜 시간 차근차근 교류하는 게 제일 편하다.
하여간 딱히 내가 선택하지 않은 집단적인 압력 내지 다이나믹 안에서 주어진 상황에 처신해야 하는 것은 즐길 것이 못 되었다. 집단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성격도 아니라서 아예 차라리 혼자 있거나 일대일로 혹은 확실한 목적 등이 있는 소그룹에서의 상호작용이 훨씬 편했다. 하여간 단체 생활이나 조직 생활은 즐거운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도무지 그런 게 즐거운 사람도 존재하긴 하나요...? 중고등학교 때는 또래집단의 영향이 강하니 독고다이를 하기도 어렵고 참 그랬었다.
대학교 때가 제일 마음 편했다. 수업도 내가 고르고, 그러니까 비슷한 관심사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이고, 남이 짜준 반이나 학과나 동아리 같은 것보다는 그런 식으로 우연히 만난 사람들하고 원하는 만큼 어울리고. 애초에 어떻게 친해졌는지 계기도 생각 안 날 만큼 그냥 스며든 사람들. 그래서 내 인간관계는 좀 엉뚱한 점조직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며 그룹으로 모이는 친구 집단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다. 대학교 모임은 청첩장 같은 것 때문에 매우 가끔 나갈 일이 있지만 그런 것도 10년씩 안 보던 사람들이 모이는 것인데다 자리에 없는 사람들 혹은 호랑이 담배피던 옛날옛적 얘기로 귀결되는 자리인 것 같다. 그래서 진짜 은혜로운 사람이 부르는 거 아니면 다수 모임 안 가요...... 인생...
워낙 이래놔서 와글거리는 남학교 생활을 즐기려면 좀 다른 성격으로 태어나야 될 것 같다. 그래도 축구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게 도움이 될까? ㅋㅋㅋㅋ
이날 세인트 오거스틴 스쿨에서 바로 가까이의 모처에 잠시 들렀다가 또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될 만한 일이 있었는데 이 일은 따로 쓸 수도, 아껴둘 수도 있다. 그 다음 크루케티 하우스에 한번 더 가서 책을 실컷 읽었다. 이른 저녁으로 모모와 라씨를 사먹은 다음 히말라야 샵에 들러서 다 떨어져가는 로션을 사고 에필로그 카페에 가서 또 책을 봤다. 레릭 전기를 읽는다. 50쪽씩 4일만 읽으면 완독 가능.
레릭을 따라 재미로 한번 해봅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본인의 특성 : 일관성, 자립성
타인을 볼 때 좋아하는 특성 : 일관성, 유쾌함
행복이란 : 생긴 대로 거침없이 사는 것
불행이란 : 종속되고 절절매는 것
살고 싶은 곳 : 지분 100프로 내 집
좋아하는 픽션 캐릭터 : 야성의 부름 벅, 카라마조프 형제들 드미트리 카라마조프
존경하는 인물 : 유일한, 안중근
좋아하는 음식 : 김치찌개
좋아하는 음료 : 바나나 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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