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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남아시아

인도 74일째, 라다크 그 다음은?

bravebird 2024. 7. 10. 23:41

초모리리
초모리리



현재 초모리리와 푸가 인근의 목초지에서 돌아와서 다시 레에 있다. 명절 및 가족 행사차 고향에 온 다람살라 친구들과 그 가족, 친척, 친구들과 매일 함께다. 혼자인 때가 거의 없으므로 한동안 글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계획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고 계획할 수도 없었던 행운들이 이어진 여행이 계속되고 있다.

7월 26일이면 인도 체류 90일째가 된다. 그때쯤이면 여행이 만 5개월째다. 비자 규정상 한 번 입국 시 최대 90일까지 체류 가능하므로 인도는 곧 빠져나가야 한다. 그래서 요 며칠 전부터 준비해서 파키스탄 비자 1개월짜리를 오늘 신청 완료했다.

넉넉하게 2개월로 하고 싶었으나 최근에 1개월 이상짜리는 잘 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또 리젝트 당할 경우에 수정 제출 후 기다리기가 번거로워서 그냥 1개월로 했다. 인도에서는 파키스탄 비자 사이트 접속이 되지 않아서 VPN으로 내용 기재를 한 후 결제는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했다.

일주일 내로 비자 심사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인터넷이 잘 안되는 지역에 다녀올 것 같아서 오늘 부지런히 했다. 비자는 일단 신청해두고 나서 결과 및 상황에 따라 델리로 돌아가 귀국할 수도 있고 펀자브로 내려가 파키스탄으로 갈 수도 있다. 때가 임박하면 결정할 것이다.

여행을 여기 레에서 멈추면 이번 여행은 히말라아 불교 문화권에서 딱 멈춘다. 나중에 다시 돌아왔을 때 투르툭, 카길, 스리나가르를 갔다가 파키스탄으로 가면 이슬람 문화권에 집중할 수 있다. 큰 걸 남겨두고 다음을 기약하며 이쯤에서 귀국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집도 그립고 하고 싶은 것들도 있다.

이제껏 여행하면서 국경 이동이 항상 귀찮고 부담스러웠는데 지금도 몹시 그렇다. 인도에 적응해서 친구도 많이 사귀고 편히 재미있게 지낸 것이 오래 됐다. 이 모든 걸 다 떨치고 간 적이 없는 곳, 아는 사람도 전혀 없는 곳, 특히 흉흉한 소문마저 있는 곳에 가는 것에 대해 저항감이 상당하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오래 전부터 꼭 가고 싶었고 갈 이유가 많다. 시간을 많이 두고 가야 하는 나라고 계절을 탄다. 라다크에서 파키스탄은 멀지 않다. 그래서 지금이 좋은 기회이다. 딱 한 발짝만 더 가보자는 의미에서 일단 비자를 신청해 봤다. 비자 신청 자체가 굉장히 번거로운 일이기에 신청한 것만으로도 난 일보 진전했다.

지금처럼 새로운 것을 앞두고 앉아서 머리만 굴릴 때가 원래 제일 스트레스 받는다. 이번 여행도 길 떠나는 것 자체가 귀찮았는데 일단 한 발짝씩만 더 가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앉아서 상상만 하고 있을 때보다 훨씬 좋은 일들이 생겼다. 이번에도 좋은 일이 있을까 아니면 도리어 나쁜 일이 있을까. 알 수 없다. 그러나 좋은 일로 만들어 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은 다할 것이다.

8월 말쯤 여행이 끝나고 나면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그때야말로 가본 적 없는 길을 매일 몇 년이고 가게 된다. 많은 귀찮음과 두려움과 자기 의심이 뒤따를 것이기에 한 발짝 더 가는 것에 대해서 한번 더 연습해 보겠다. 2주 후 어디일까? 누구를 만나게 될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으로 옮기게 될까? 어떤 길을 만들어 나갈까? 죽음 앞에서 이 모든 걸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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