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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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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화요일 어제 수술을 하나 받았다. 국소마취였고 절제 과정은 초음파로 말똥말똥 다 지켜봤다. 수술대에 눕고 나서 끝날 때까지 5분도 걸리지 않은 듯 하지만, 어쨌든 몇 년 전부터 몇 번째 이런 수술과 조직 검사를 받고 있다. 지금은 조직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별 문제 없다는 결과일 확률이 높으므로, 결과의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있는 지금 써야 좀 더 유효한 내용이 될 터라 지금 써둬야겠다. 수술이 별 것 아닌 것에 비해서 6시간 입원이 필요했는데 그동안 세네카 책을 읽었다.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는 스토아 철학자인데, 나는 내가 자주 하던 생각이 스토아 철학자들의 생각과 아주 비슷하다는 걸 잘 모르고 있었다. 비슷한 점 여러 가지 중에서도 특히 얘기하고 싶은 것은 Premeditati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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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이 자자한 거의 다 봐간다. 대기업 파견 직원으로 나오는 이지안(아이유)이 박동훈 부장(이선균)과의 교류를 통해 저런 명장면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서, 예전에 전회사에 다닐 때 써둔 글 중에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배경 이야기 전회사는 대졸 공채 정규직 사원(나 같은 사람)을 4급 사원으로 분류했다. 이들 이외에 수출입 서류 작성이라든지 비품 정리 등 비교적 간단한 서무를 담당하는 파견직 여자 직원이 굉장히 많았다. 이들 중에 남자는 없고 전부 여자였으며 학력은 고졸 혹은 초대졸이었다. 이 직원들이 정규직 5급 사원으로 대거 전환된 적이 있는데, 파견직과 5급 직원에 대해서 사람들은 항상 책임감이 없다고 불만이 많았다. 파견직 및 5급 사원은 속칭 '여직원'이라고 불렸다. 정규/비정규직 관계를 표면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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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온 김에 『한비자』 다시 뒤적여본다. 완역본이긴 한데 한문 원문이 같이 실려있지는 않다. 원문이 같이 수록된 완역본은 5권짜리였음 ㄷㄷ 작년에 포스트잇 붙여놓은 부분을 다시 쭉 보니까 죄다 노자가 한 말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진짜 비슷함. 1. 재앙과 복에 관한 이야기 (p.286) - 이건 보왕삼매론 비슷하기도 하다. 사람은 재앙을 당하면 마음이 두려워지고, 마음이 두려워지면 행동이 단정해지며, 행동이 단정해지면 재앙과 화가 없게 되고, 재앙과 화가 없으면 천수를 다하게 된다. 행동이 단정하면 생각이 무르익고, 생각이 무르익으면 사물의 이치를 얻게 되고, 사물의 이치를 얻게 되면 반드시 공을 이루게 된다. 천수를 당하면 온전하게 장수할 것이며, 반드시 공을 이루면 부유하고 귀해질 것이다.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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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라 부모님 댁으로 돌아와서 두문불출하고 있다. 예전에 빌려 읽고 하도 마음에 들어서 전역한 동생한테 선물로 줬던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를 다시 꺼내 읽었다. 이 책은 캐나다 전투조종사 출신이며 우주비행사로 일했던 크리스 해드필드가 썼다. 모든 부분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해서 온 동네 선물하고 싶을 정도이지만, 그 중 가장 반직관적이면서도 그저 근본 뿐인 챕터 하나가 있다. 「부정적 사고의 힘」. 요즘 블로그에다 자기계발 느낌 나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난 자기 발전에 관심이 많지만(두려움이 많아서이다) 자기계발 콘텐츠는 별로 안 좋아한다. "하면 된다"와 같은 무한긍정 자기착취 이야기는 특히 믿고 거르는 편이다. 세상에는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게 분명히 있다. 노력은 성공의 충분조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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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중적이거나 모순적인 것들이 하나로 결합돼 있는 오묘한 것을 예전부터 아주 좋아한다. 제정 러시아의 상징인 쌍두 독수리라든지, 얼핏 보기에 섬세하지만 상당한 힘을 요하는 발레라든지, 동서양이 기묘하게 혼합된 홍콩이라든지, 노자 도덕경의 대교약졸 대용약겁 대지약우라든지, 낮져 밤이라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에 나열한 게 너무 거창해서 밸런스패치 한 겁니닼ㅋㅋㅋ) 근데 주사위야말로 정말 딱 저런 신기한 것이다. 우리는 주사위를 던지면서는 우연을 긍정하며, 주사위가 떨어질 때는 필연을 받아들인다. 우연과 필연, 즉 도전과 승복이라는 제일 멋진 것들이, 아이들조차 이해하는 조그만 육면체 하나에 전부 깃들어있는 것이다. 아래는 dice symbol이라고 검색해서 들어간 타투 사이트에 소개된 주사위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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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실수와 오판을 인정하고 기록하며 가까운 곳에 두고 항상 참고한다. - 다른 사람의 진단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에 의거하여 스스로 판단한다. - "지금 제게 처음 하시는 말씀이라고 생각하시고 다시 한 번만 더 들려주시겠습니까? 그게 어떤 느낌이었고, 그런 느낌이 언제 어떻게 처음 들었죠?"하고 묻는다. 환자가 마음 속 깊은 곳에 가지고 있는 직감적인 근심과 두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추가적인 단서를 얻는다. - 인체생물학이 근본적으로 가변성을 띤다는 점을 이해한다. 각종 분류법과 알고리즘이 생각을 대신하도록 두지 않는다. 동일한 수치나 데이터를 무조건 동일하게 해석하지 않는다. 전형을 따르지 않는 패턴도 존재할 수 있음을 이해한다. 환자의 개별성과 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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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 좋은 사람 특징 운이 좋다는 사람들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삶을 편안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경험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등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삶에서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도 운이 좋은 사람들은 자신의 직관과 직감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더욱 효과적인 결정을 내리는 성향이 있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미래가 행운으로 가득하리라고 확신한다. 이런 기대감은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된다. 이런 기대감 덕분에 운이 좋다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운이 좋은 사람들은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특히나 뛰어나다. 그리고 불행이 닥쳤을 때도 이들은 상황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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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드라이브에 이런 게 남아있다. 읽다가 울었음. ㅜ_ㅠ 잊고 있었던 것이 너무나도 많이 생각났다. 내가 우리 학교에서 중앙민족대로 처음 파견된 학생이었어서 후기를 상세히 쓰려고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당시에는 네이버 검색해도 중앙민족대 정보는 전혀 없었고 그 흔한 블로그 일기조차 전무했다. 일단 무작정 갔는데 결과적으로 베이징대 칭화대 간 것보다 내겐 훨씬 더 좋은 일이었다. 베이징대 칭화대에는 한국 학생들이 워낙 많고 중국 학생들은 워낙 엘리트라 자기 공부 바빠서 잘 안놀아준다고 거기 간 친구들이 그랬다. 그리고 거기 전공수업은 현지 학생들이랑 대등하게 수강하기 너무 어려울 거 아닌가...ㅎㅎ 중앙민족대가 위치가 좋아서 베이징 생활의 꿀은 다 누리면서, 학교 수준이 낮지도 않고, 유학생이 많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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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넷플릭스 드라마 을 보면서 부족한 중국어를 보충하고 있습니다. 바람피는 연놈들 이야기에선 ㅅㅄㅂ 하면서도 동일 연령대 이야기다 보니 바로 갖다 쓸 수 있는 표현을 낼름 주워 먹기만 하면 돼서 너무 개이득입니다. 혼자만 알기엔 아까워서 가끔 재밌는 게 있으면 써보려고 해요. (나한테만 재밌을 확률 99.99퍼;; ㅋㅋ) 중국어는 한자 때문에 조어력이 뛰어나서 유행어, 신조어 및 번역어가 정말 기발합니다. 근데 그런 콘텐츠는 저보다 더 잘 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 대신, 저는 오늘 한자 한 개 붙잡고 뚜드려 패겠습니다. 현대 중국어에서 정말 자주 보고 듣는 글자라서 한번 봐두면 무조건 이득입니다. 보장함. 그럼 숨은 그림 찾기 ㄱㄱ 해볼까요. 아래 짤에서 공통적인 글자 하나 찾아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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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에 인도 여행 가기 전에 읽고 갔던 키플링 소설 . 정말 많이 기대를 했는데 사실 명성에 비해 잘 읽히지가 않았다. 문학동네 버전이었고 뭔가 번역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진짜 이상한 번역인 게 확실하다. 은 챕터 시작부분마다 짧은 시가 첨부돼 있는데, 챕터 4의 요술 모자(The Wishing Caps)라는 시가 왠지 마음에 들었다. 당시 인도 여행이라는 모험을 앞두고 위험과 불확실성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완전 몰두해 있었기 때문에, 만약 내가 행운을 돌보지 않는다면 / 행운은 틀림없이 나를 따라 오리니 하는 부분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있는 이북에서 원문을 뒤져서 찾아냈는데 이게 오히려 번역문보다 쉬웠다 ㄹㅇㅋㅋ 영어로 읽고 비로소 이해했다 진짜. 이걸 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