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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중국 메뉴판 영문 번역은 엉망이기로 유명하다. 사람의 번역이라고 할 수가 없다. 근데 보다 보면 박장대소할 만한 것도 많고 상당히 정겹다. 아래는 실제로 이번 여행 중 찍었다. 우다오커우 문진호텔 근처의 음식점.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 세 단어로 현대사 요약 + 요리명에 정치사를 담는 허허실실의 묘리 ㄷㄷ해. ... 이 이건 ...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http://russia2015.chnmuseum.cn/ 저번 주에 못 갔던 베이징 이번 주에 가기로 했다. 베이징 살았을 때 못 가봤던 중국국가박물관. 이번에는 꼭 구경하려고 웹사이트에서 전시 안내 페이지를 둘러봤더니 아니 이런 파벨 트레차코프 사진이 보이지 않겠는가. Echoes from the Volga River라는 제목으로 트레차코프 갤러리의 이동파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웬 행운! :) 伏尔加河回响 特列恰科夫画廊藏巡回画派精品 참고로 볼가의 중국어 음차는 푸얼쟈(伏尔加), 트레차코프는 터리에챠커푸(特列恰科夫). 이동파는 순회화파(巡回画派)라고 번역하고 있다. 웹페이지의 전시회 안내 멘트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他独自一人肩负起创立俄罗斯绘画流派的全部任务。这是一项无与伦比的伟大功绩! ——伊里亚·叶菲..
Тимур Петрович Новиков. Фонтанка. 1980티무르 페트로비치 노비코프. 판탄카 운하. 1980년 작. 러시아박물관 페이지에서 우연히 보고 며칠 동안 눈앞에 어른거려서 가져왔다. http://www.timurnovikov.ru/는 화가의 홈페이지.
이날은 집에 돌아가야 했기에 오전 시간만 있었다. 타이완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기 위해 국부기념관과 중정기념관은 꼭 방문해야 할 것 같았다. 타이완이랑 단교하고 중국이랑 수교할 때, 명동대사관을 3일만에 비우라고 하는 바람에 외교문서를 다 실어가지도 못하고 대사관 마당에서 태워야만 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타이완은 한국을 별로 곱게 보진 않는다. 처절하게 배신했으니 타이완 역사에 대해서 예의라도 보여야지 ㅠㅠ 실제로 타이완 역사에 나름 경의를 표할 만한 게, 상당히 발전되어 있으면서도 물가 수준도 안정돼 있고 민주주의도 진통 끝에 꽤 역동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외교적으로 아주 고립돼 있으면서도 내실 있는 발전을 이뤄냈다는 느낌. 한국이 잔인하게 배신을 때렸는데 앞으로 남부럽지 않게..
이미 오래 지났기에 자세히 쓰기 번거로워 간단히 남기기만 해야겠다. 이날은 아침을 간단히 먹고 숙소 근처의 천후궁을 본 다음 고궁박물원으로 가서 샅샅이 구경하고 왔다. 천후궁은 홍콩이나 마카오에서도 봤지만 자세히 살펴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천후궁에 모셔놓은 신들을 살펴보니 워낙 이것저것 다 섬기기에 궁금해서 좀 알아보려고 《도교의 신들》이라는 책을 빌려왔다. 나중에 따로 자세히 쓸까 한다. 고궁박물원에는 생각보다 전시품이 많지 않았는데 그건 한꺼번에 벌여놓을 전시공간이 별로 크지 않아서 그렇다. 60년 넘게 전시품 로테이션을 하면서 겹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니 대체 저장되어 있는 게 얼마나 많은 건지 상상이 잘 안됐다. 타이완의 트레이드마크인 취옥백채(옥으로 조각해 만든 배추) 앞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
2012년 3월 17일이었던가. 눈 덮인 자금성과 북해공원을 굽어보기 위해 아침 일찍 경산공원을 찾았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장엄하고도 낭만적인 곳.
중국 신장 하미에 있는 대사막으로 고비 사막의 일부. 마귀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차 타고 들어가다가 나오는 길을 못 찾아서 말라 죽은 사람도 있다고. 겨울이라 사람도 거의 없었다. 원경으로 잡으니 실제 눈으로 보고 느낀 것보다 훨씬 더 어둡고 황량하고 괴괴해 보인다. 이런 극한의 사막을 지나 무역을 하고 탐험을 했던 옛사람들에 대해 언제나 경외감을 갖고 있다.
2012년 초, 중국 간쑤성 둔황 막고굴 외부 전시실에서 만난 관세음보살. 네팔에서 만들어졌다. 어떻게 하면 이런 온화하고 기품 있는 미소를 가질 수 있을까? 오랜만에 꺼내보니 그때 그 황막했던 겨울 둔황이 새삼 그립다.
타이페이에서 공부 중인 친구가 있어 하루 휴가를 쓰고 주말 동안 놀러 갔다. 원래 작년에 가겠다고 약속했는데 드디어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따뜻한 남쪽나라다 보니 가벼운 옷을 입고 봄기운을 제대로 낼 수 있었다. 3월은 타이완 여행의 적기라더니 딱 그랬다. 반팔 입고 가디건 하나 가지고 다니면 딱 적당한 날씨였다. 캐세이퍼시픽 비행기를 탄 관계로 시내의 송산공항 대신 타오위안 공항에 내렸다. 내려서 3일간 3g 데이터를 무한 제공하는 유심칩을 사서 끼워 넣고 문명세계에 즉시 재접속할 수 있었다. 대만달러 300불이니 우리 돈으로 만 원 정도. 다니는 내내 여행자를 위한 인프라가 무척 잘 되어있고 편리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타오위안 역에서 타이페이 시내로 들어가려면 대만달러 120원을 내고 국광버스(..
러시아 박물관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생생한 이콘. 이 그림에 쓰인 컬러 스킴이 꼭 마음에 들고 두 성자가 꼿꼿이 서있는 모습도 멋지다. 엽서를 사오고 싶었는데 팔지 않았다. 돌아와서 николай и георгий로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지 않아 속을 썩다가, 어제 русский музей икона로 검색해서 스크롤 내리다가 찾아냈다. 문득 생각해보니 나는 두 사람이 나란히 배치된 그림들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니콜라이 게의 차르와 차레비치나 진리란 무엇인가, 이콘 중에서는 보리스와 글렙 같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