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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점추진사업/홍콩

홍콩 고정환율제와 최근 경제상황

bravebird 2016. 10. 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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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 관심이 어지간히 없긴 없었던 모양인지, 홍콩달러 환율이 미국달러에 고정돼 있다는 건 올해 처음 알았다. 이 환율페그제에 따르면 USD 1불 = HKD 7.8불로 고정이 되어 있으며 7.75~7.85 범위의 변동폭을 둔다. 이를 벗어나면 환율 재조정을 위해 정부가 개입한다. 환율이 7.75 수준에 가까워지면 미국달러에 비해 홍콩달러 가치가 고평가된 것을 뜻하기 때문에 미국달러를 사들여 가치를 재조정한다. 반대로 7.85 수준에 가까워지면 미국달러가 홍콩달러에 비해 고평가된 추세이기 때문에 미국달러를 팔아치워 평형을 유지한다.

홍콩은 영토가 조그맣고 위치가 좋은 항구 도시이기 때문에 일찍이 금융과 무역 위주의 강력한 대외지향적 경제를 운용해왔다. 이처럼 환거래가 빈번한 곳에서 화폐 가치를 기축통화인 달러에 고정시켜 놓으면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정부의 행동 방향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화폐 가치 변동이 적고 예측이 가능하다. 이처럼 낮은 환 리스크가 금융 및 무역 거래에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1983년 도입 이래로 홍콩 당국은 지금까지 페그제를 고수해 왔다. 

화폐 자체가 미국달러 가치에 묶여있으니 금융 사정도 당연히 미국 금리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미국은 초저금리 정책으로 요약되는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 돈을 풀었다. 홍콩 역시 이 영향을 받아 저금리 추세로 갔다. 은행의 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저렴했기 때문에, 저마다 대출받은 돈으로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면서 집값이 한층 치솟았다. 

홍콩은 극악의 인구밀도로 유명한 곳이기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도시 규모가 서울의 1.8배나 된다. 인구도 서울의 900만보다 적은 700만 수준이다. 주택도 의외로 충분히 공급되어 있다. 미분양 아파트는 올해 6월 기준 7만 1천 채로, 12년 만의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주택이 물리적으로 모자란다기보다, 임금수준에 비해서 부동산이 지나치게 고평가되어 있다 보니 평범한 시민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주거비용을 선뜻 내기가 어려운 게 문제의 핵심이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적인 초저금리 기조가 홍콩의 집값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종종 찾아서 정보를 얻는 홍콩 블로그가 있는데, 그 분이 금융권에 종사하면서 홍콩 부동산에도 관심이 많으셨던 것이 기억난다. 시기적으로 딱 양적완화가 한창이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관심을 가졌을 수밖에 없겠구나 싶다.

이제 미국은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금리를 조금씩 올려가고 있다. 홍콩 금융정책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실제로 그 영향으로 홍콩 부동산 가격은 올해 초에 조금 하락하기는 했다고 한다. (물론 다시 올랐지만...)그런데 홍콩의 실물경제는 미국보다는 중국에 더 많이 연동돼 있는 것이 문제다. 얼마나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해마다 홍콩으로 몰려오는가.

중국은 두 자리 숫자의 고성장 추세를 뒤로하고 뉴 노멀(新常态) 상태로 접어든 지 오래다. 경기 둔화와 위안화 약세로 중국인들의 구매력은 떨어졌는데, 지난 몇 년간 상승 추세인 미국달러에 묶여있는 홍콩달러는 상대적으로 비싸졌다. 이로 인해 홍콩은 중국 관광객 감소의 악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라면 금리를 낮춰 돈을 풀어야 하겠지만, 그러자니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민생이 불안해질 터라 골치다. 화폐가치는 또 미국달러에 묶여서 미국의 금리와 화폐가치 상승 추세를 반영해야 하니 중간에서 참 오도가도 못하는 형편이다.

지난 몇 년간 정치적인 이슈로 중국 중앙 정부와의 갈등이 첨예해진 것도 악재다. 실질적인 큰손은 중국인 상황에서 정치적으로는 자치나 독립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이율배반적 상황에 놓인 것이다. 내년에 새 행정장관이 누가 되든 중국을 둘러싼 홍콩 시민들의 경제적 요구와 정치적 요구가 상충하기 때문에 욕을 많이 먹을 것 같다. 

요즘 뉴스를 보면 홍콩 금융계에는 칼바람이 불고 있고 무역, 유통업계나 관광업계도 일감이 줄었다고 한다. 올해 1분기의 홍콩 경제 성장률은 0.8%에 불과했다고 한다. 금융권에 종사했었던 홍콩 친구 하나는 조만간 홍콩에 커다란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경력이 차면 한번쯤 일해보고 싶은 도시인데 거 참 훈풍 좀 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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