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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점추진사업/홍콩

렁춘잉 행정장관, 정협 부주석 선출

bravebird 2017. 3. 1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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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엄청 오랜만에 홍콩 포스팅으로 돌아왔습니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가 3월 26일이라 2주도 남지 않았어요. 이때까지 밀린 뉴스 중에서 최근 것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렁춘잉 행정장관이 중국 정협 부주석으로 선출됐습니다. 

정협은 전인대와 함께 중국 양회를 이루는 기관이에요. 각각 풀네임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인민대표대회라고 해요. 얼마 전에 양회가 끝났지요. 중국은 매년 3월 초에 양회를 여는데, 바로 이 양회에서 법을 만들고 고치고, 지난 1년간의 국정을 돌아보기도 하고, 중점적인 사회 현안이랑 관련 정책을 논의해요. 이번에는 특히 의료 정책과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어요. 


전인대는 단원제 국회에 해당하는 입법 기관으로, 중국 최고의 국가권력기관입니다. 선거로 일부양원(一府两院), 즉 중국인민정부와 인민법원, 인민검찰원을 구성하고 감독해요. 여기 상무위원장은 전통적으로 권력서열 3위에 해당하는데 현재는 장더장(张德江)이 맡고 있어요.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헌법과 법률에 관한 유권해석을 할 수 있는 준사법 기관입니다. 여기서 홍콩 기본법에 대한 유권해석도 하는데 대법원 쪽 기존 입장과 충돌한다거나 홍콩 시민들의 반발이 크다거나 하는 일이 있어요. 가장 최근 사례 하나 볼게요. 

작년 말에 아주 젊은 홍콩 입법의원 2명이 당선 취소됐어요. 항소도 실패했어요. 취임 선서에서 베이징 정부를 모독(대표적으로 "지나" 발언)했다는 이유인데요, 이때도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 기본법의 관련 조항에 대해서 유권해석을 내놓았습니다. 홍콩 사법부는 이 유권해석을 참조하진 않고 기존 법률을 바탕으로 당선 취소 결정을 내리기는 했어요. 하지만 유권해석 자체가 홍콩의 사법 독립을 침해한다는 반발이 컸습니다. 홍콩 법조인들도 침묵 시위를 벌였고요. (2016/11/21 - [중점추진사업/홍콩] - 홍콩 입법위원 당선 취소 사건)

정협은 여러 현안과 국가 방침을 논하는 의정 기관이에요. 정협 위원은 중국공산당, 민주당파(의외로 일당독재가 아닙니다! 중국공산당이 영도적 역할을 하는 집권당이긴 하지만, 공산당과 협력해서 일하는 8개쯤의 민주 계열의 당파가 있어요), 무소속파, 소수민족 및 사회 단체 대표, 홍콩·마카오·타이완·귀국 동포, 각계 전문가 등 특별 초청인사로 구성이 됩니다. 이 중에 부주석은 22명이고 이번 정협에서 렁춘잉이 그 중 하나로 선출됐어요. 


렁춘잉(앞모습)과 악수하는 시진핑(뒷모습)



렁춘잉은 그동안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해서 강경노선을 고수했기 때문에 베이징 정부한테 점수를 땄어요. 홍콩 시민들은 렁춘잉을 싫어합니다. 홍콩 행정장관은 1200명의 선거인단이 투표하는 간선제인데, 겨우 689표를 받고 당선됐다면서 록빳까우(689)라고 조롱해요. 집값도 계속 오르고 학생들 자꾸 자살하고 경제도 예전같지 않아서 이민 나가는 행렬이 줄을 섰는데, 잘한 게 대체 뭐냐는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렁춘잉이 호주의 UGL사에서 5천만 홍콩달러를 받아 먹었다는 의혹까지 있어요. 이번에 정협 부주석까지 맡게 됐으니 홍콩 시민을 위해서 일하긴커녕 중국 딸랑이 노릇하느라 바쁘겠다는 원성이 자자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정협에서 일할 거면 행정장관은 사퇴하는 게 맞지 않겠냐는 의견을 낸 제임스 티엔(田北俊, James Tien Pei-Chun) 정협 위원은 자격을 박탈당했어요.


제임스 티엔 (톈베이쥔)


퉁치화(董建華, Tung Chee-hwa)도 홍콩 행정장관 출신으로 현재까지 정협 부주석직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행정장관 임기가 끝난 다음인 2005년에 선출이 되었어요. 렁춘잉은 홍콩 행정장관으로 재임 중인데 겸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안 그래도 홍콩 자치를 점점 옥죄어 오는 중국한테 그대로 휘둘리는 거 아니냐. 일국양제는 개나 줬느냐 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협 부주석은 홍콩 실정에 노골적으로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있는 실권자라기보다는 고문 비슷한 역할이긴 하지만, 홍콩인의 자치를 원하는 자주파에게는 나쁜 소식입니다. 


캐리 람



렁춘잉은 작년말 행정장관 연임을 포기했습니다. 이번 선거에 안 나와요. 렁춘잉의 사퇴 이후 출마를 결정한 캐리 람(林鄭月娥, Carrie Lam)은 중국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요. 위에서 언급한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지난 달 선전시에서 홍콩 친중파 인사들과 회동하면서 캐리 람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25인으로 구성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도 만장일치로 캐리 람을 지지한다고 합니다. 그 중 별들의 별인 상무위원 7인에 시진핑(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리커창(국무원 총리), 장더장(전인대 상무위원장), 위정성(정협 주석) 등이 포함됩니다. 이 7명이 중국 권력서열 1등부터 7등이에요. 

렁춘잉이 정협 부주석이 되어 행정장관 퇴임 후에도 홍콩 정세에 일정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행정장관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계속 지켜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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