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2017년도 홍콩 행정장관 선거 이야기 (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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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26일은 홍콩의 행정수반인 행정장관 선거일입니다. 마침 한국에서도 대통령 선거를 앞둔 가운데, 홍콩도 머지않은 선거에 이목이 집중돼 있습니다. 다만 홍콩은 한국 같은 독립 국가가 아니라 중국에 속한 특별행정구인데요, 이곳 행정장관 선거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작년 9월의 입법회 선거에 이어서 알아보겠습니다. 이전글을 차례로 읽으시면 맥락이 잡혀서 훨씬 이해가 쉬워요. 참고로 모든 이미지는 클릭하시면 출처가 새창으로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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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행정장관은 간선으로 뽑는데, 이 간선 선거인단을 선거위원회(Election Committee)라고 합니다. 총 1,200명으로 구성돼 있고, 행정장관 임기와 동일하게 매 5년마다 구성원을 교체합니다. 초대 선거 때는 400명, 1998년부터 2012년까지는 800명, 2012년 선거부터는 1200명으로 점점 인원이 증가했어요. 대표성을 조금씩 높이기 위한 노력일 테지만 직선제는 아직 멀었습니다. 2017년 선거를 완전 직선 보통 선거로 하자는 요구가 좌절되면서 터진 게 2014년 우산혁명이거든요.
2007년도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National People's Congress)에서는 2012년도 행정장관 선거를 앞두고 중대 발표를 합니다. 2012년도 선거는 기존의 간선제 방식을 유지하되 1200명으로 선거위원 수를 늘리고, 2017년부터는 직선제를 시행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홍콩 시민들은 이걸 어떻게 이행하면 좋을지 논의를 계속 해왔죠. 그러던 2014년 8월 31일, 중국 전인대는 직선제 보통 선거를 하긴 하되 중국 입맛에 맞고 1200명 선거위원 절반 이상 동의를 얻은 애국 친중인사 2-3명 중에 골라 잡으라는 조삼모사격 방책을 내놓습니다. 홍콩 시민들은 대체 이게 무슨 직선제냐며 반발했고, 대학생들이 주축이 돼서 그 유명한 센트럴 점령(우산혁명)을 일으켰어요. 결국 이 선거제도 개편안은 2015년 6월 15일에 입법회에서 찬성 8, 반대 28로 거부당했습니다. 이에 2017년도 선거는 기존의 간선 방식 그대로 진행하게 됐어요. 중국은 직선제를 하게 해준다는데도 이기적인 범민주파가 거부했다며, 너네 후회할 거라고 큰소리를 쳤죠. 실질이 아닌 레토릭만으로 우기는 것 뿐이지요.
그러면 홍콩 행정장관 선거위원회는 과연 어떻게 구성될까요?
보시다시피 선거위원회는 4개의 커다란 섹터로 이뤄져 있고, 섹터마다 300명씩의 선거위원이 속해요. 서브섹터로 따지면 전체 38개인데, 각 서브섹터가 직능을 대표합니다. 이 중에는 과대 대표되는 부문도, 과소 대표되는 부문도 존재합니다. 입법회 직능대표 선거구와 마찬가지로 정재계 거물들이 많이 포함돼 있어요. 이들 중에는 아무래도 중국 본토로부터 큰돈을 벌거나 베이징 중앙 정부 인사들과 꽌시로 맺어져 있을 타이쿤이 많다 보니 친중국 성향이 강합니다. 렁춘잉을 위시한 기존 친중파에게 신물이 나있는 청년층이나, 반중국 정서가 워낙 강한 일반 민중의 정서와는 차이가 있지요. 이렇게 직능대표는 전세계에서 흔치 않은 제도인데 홍콩에서는 입법회 선거에서도 그렇고 행정장관 선거에서도 그렇고 아주 요긴하게 사용합니다. 이미 정재계에서 파워를 가진 사람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기 때문에 불평등이 더 심각해진다는 비판 여론이 많은데도 당분간 현행을 유지할 전망입니다.
38개 서브섹터별 인원 구성과 유권자 수는 아래에 잘 정리돼 있습니다. 이 38개 중 35개의 서브섹터는 선거를 통해 선거위원을 뽑습니다. 30명 뽑는데 유권자가 2만 6천명인 서브섹터(Accountancy)도 있고, 17명 뽑는데 유권자 120명인 곳(Hotel)도 있으니 표 등가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건 입법회 선거의 직능대표 부문과 마찬가지네요. 2016년 12월 11일에 선거위원 선거가 있었어요. 바로 여기서 35개 서브섹터의 1034명이 선출됐습니다. 총 유권자 수는 25만 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홍콩 시민 700만 중에서 아주 일부인 25만명만이 투표권을 갖고, 이들조차도 행정장관이 아니라 아니라 선거위원을 뽑을 뿐입니다. 아주 제한적인 간선제죠.
1034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어떻게 뽑힐까요? 60명은 종교(Religious) 서브섹터에 속하는데, 총 6개(불교, 천주교, 유교, 이슬람, 개신교, 도교)의 종교 단체에서 각 10명씩을 지명합니다. 선출이 아니라 지명입니다. 나머지 106명은 당연직(ex officio) 선거위원입니다. 즉 직무상 자격을 통해 자동으로 선거위원이 됩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36인이 여기 해당합니다. 제일 위에서도 다룬 전인대는 중국 중앙정부의 입법 기관으로, 여기서 중국인민정부와 인민법원, 인민검찰원을 구성하고 감독할 뿐더러, 헌법과 법률에 대한 유권해석도 하기 때문에 준사법적 기능을 겸합니다. 명실상부한 중국 최고국가권력기관이지요. 나머지 70인은 홍콩 입법위원 전원이 채웁니다. 홍콩 입법위원은 작년 9월 선거에서 70명이 뽑혔습니다만, 자결파 의원 2명이 취임 선서에서 중국을 모독하는 바람에 자격이 박탈되면서 현재는 68명 뿐입니다. 따라서 이번 선거위원 총인원은 1194명입니다. 입법위원 2명 결원, 수출입 서브섹터 1명 결원, 그리고 서브섹터 2개에서 선거위원 자리를 꿰찬 중복 인원이 총 3명이기 때문입니다.
선거위원 선거에도 친중파, 범민주파, 기타로 분류되는 후보들이 출마해서 자리를 다툽니다. 이번에 범민주파는 렁춘잉 재선을 막기 위해서 300명 이상 확보(Democrats 300+)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렁춘잉 행정장관은 이 선거 이틀 전에 출마 포기를 선언하긴 했지만, 범민주파는 326석(27.22%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역대 최고의 결과를 거뒀습니다. 특히 범민주파는 회계, 건축, 교육, 공학, 고등교육, IT, 법률, 의료 등 전문직종을 포함하는 두 번째 섹터(Second Sector)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친중파가 전체 66.92%의 점유율로 여전히 우세한 상황이고, 친중파는 특히 일반 산업군을 포괄하는 첫 번째 섹터(First Sector)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행정장관 후보로 출마하려면 이 선거위원 중 150명 이상의 노미네이션을 받으면 가능합니다. 노미네이션 기간은 2월 14일부터 3월 1일까지였는데, 현재 총 3명의 후보가 등록했고 최근 TV토론회도 있었습니다. 아래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행정장관 선거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후보별 노미네이션 현황이에요. 선거 자체는 3월 26일에 비밀투표로 진행되지만, 노미네이션 기간에 선호 후보가 누구인지 이렇게 밝히도록 되어 있어서 판세를 대략 살펴볼 수 있어요. 선거 당일의 투표는 당연히 이것과는 별개이며, 어느 후보가 과반인 601표 이상을 얻으면 당선됩니다. 선거 결과가 노미네이션 결과와 같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유력한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에 캐리 람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후보 3인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살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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