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소리에 대한 관심 본문
위에 너무 무거운 글을 썼는데 이제 그거랑 상관없는 거 하나 쓰고 자러 가야겠다.
1.
음악을 들을 때 가끔 아주 미묘하게 느리게 들릴 때가 있다.
mp3로든, CD로 들을 때든, 유튜브에서 들을 때든 간헐적으로 그런 현상이 있었다.
오디오 장비 변경 X
음원 변경 X
네트워크 문제 X
재생 속도 변경 X
버퍼링 또는 싱크로 문제 X
그냥 음악 그 자체가 평소보다 매우 미묘하게 느리게 재생되는 것처럼 들리는 것이다.
그 모든 곡들은 보통 20년씩 거의 매일 들어서 매우 익숙하다.
이런 현상을 정확히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찾아봤더니
그 순간의 신체 컨디션에 따라 뇌의 인지 속도에 변화가 생겨서 그렇다거나 (일종의 시간 왜곡)
혹은 심박수에 일시적으로 변화가 생겨서 음악 bpm 인지가 영향받은 거라 하더라고.
다른 사람들은 주로 운동하거나 달리기할 때 그랬다는데 나는 언제 그랬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https://chimhaha.net/orbit/46620
매일듣던 노래가 갑자기 느리게 느껴지는건 뭘까여 - 침하하
오늘 노래듣는데 평소보다 느리다고 생각해서 여쭤봅니당..
chimhaha.net
2.
이건 어릴 때 종종 경험한 현상이다.
SES를 엄청 좋아해서 테이프를 무한 반복으로 많이 들으면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원래 음성이 다르니까 두 개의 목소리가 겹쳐 들려야 맞는데 어쩌다 아주 가끔 특정 음절에서 순간적으로 완전히 똑같은 한 개의 소리가 난다. 두 개였던 목소리가 그 순간 합쳐져서 명확히 한 개가 된다. 주파수가 완벽히 맞은 거지.
그 순간은 정말 찰나인데 너무나도 확실히 알 수 있으므로 매번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일부러 의도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적이 종종 있었다. 그만큼 SES 노래를 자주 듣고 자주 따라 불렀다.
나중에 물리를 배우면서 아 이런 게 '공명'이라는 건가보다 했었음.
이건 검색어 뽑기도 어렵고 해서 챗GPT에게 물어봤다.
3.
옛날부터 그림그리는 재능은 진짜 없었고 흥미도 없었으며 (보는 건 좋아함)
어려서 운동은 그럭저럭 했지만 지금은 딱히 흥미가 없다. 그 어떤 운동을 해도 재미가 붙지 않는다.
그 왜 자발적으로 찾아보고 연구 개발하는 태도가 운동에서는 생기지 않는다. 생존용 헬스를 할 뿐이다.
그래서 예체능 중 그나마 음악이 제일 적성이라는 가설을 옛날부터 갖고 있었는데 그걸 요즘 들어 새삼 검증해보려고 한다 ㅋㅋㅋ
아닌게아니라 음악이든 언어였든 어려서부터 소리로 하는 것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난 음악 듣는 걸 좋아했는데 노래를 들을 때는 본능적으로 음악 그 자체가 내 귀에 매우 좋게 들리는 것들만을 택해서 20년 넘게 무한 반복해서 들었다 ㅋㅋㅋ 대학 시절 일일호프나 싸이월드에서 내 선곡은 나름 알려져 있었다 ㅋㅋㅋ 언젠가 대학 동기 결혼식에 갔는데 우리 과에서 날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으나 플레이리스트 주인장으로 기억하고 있는 선배도 있었다. 내가 골라서 깔아놓은 노래들이 너무 좋다고 했다.
게임을 할 때도 소리가 중요하다. 내 액션에 맞게 나오는 효과음이나 브금이 바로 게임의 재미이다.
노래 부르는 것도 워낙 좋아한다.
언어 배우는 걸 항상 좋아했는데 소리를 잘 구별하고 발음을 잘 흉내냈다.
이거 배워서 나중에 써먹고 어쩌고 그런 차원보다 그런 거 그 자체를 아주 재밌어 했다.
어떤 외국어를 배워도 원어민들이 외국인 액센트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 귀에는 내 prosody의 어색한 부분이 분명히 들린다.
고등학교 문법 시간이라든지 전공 시간에 음운론이라든지 음성학 관련된 부분 그 자체도 정말 재밌었다.
음성학 - 소리를 물리적으로 분석하는 학문
음운론 - 각 언어에서 어떤 소리를 같은 소리로 인식하거나 다르게 구별하는지 인지적 패턴을 분석
학부 때 정말 명강의였던 한국어음운론 수업을 들은 건 평생의 자산이 되었을 정도.
이렇게 소리 자체에 대해서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음악을 언젠가는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잘 맞는 악기를 찾아서 혼자 연습하고 합주도 하고
먼 훗날 아직 GG를 치지 않았다면 아예 화성학까지 배워서 살짝씩 편곡도 해보고 그러고 싶다.
어릴 때 누구나 하는 그 정도만큼 피아노를 했었는데 큰 재미는 못 느꼈었다. 손 모양을 제대로 못하겠더라고 ㅋㅋㅋ 옥타브도 잘 안 되고 달걀 쥔 듯이 건반을 누른다는 게 뭔지 모르겠어서 스트레스 받아 5학년 때쯤 그만두고 바이올린으로 잠깐 갈아탔다가 중학교 가면서 아예 다 그만뒀다. 피아노는 그냥 한다고 했으면 취미로는 계속 할 수 있었을 텐데 시켜주실 때 다닐걸...
피아노가 혼자서도 복잡한 화성을 다 처리할 수 있는 완결적인 악기인 건 확실하다. 그래서 집에 건반 하나쯤 두고 옛날에 배운 꼬꼬마 수준이라도 어떻게든 되살려야 한단 생각도 든다. 그런데 난 언제나 악기로는 독주보다는 합주를 하고 싶었다. 악기가 하나씩 더해지면서 마치 공간적으로 확장되는 듯한 그 느낌을 좋아한다. 피아노는 아무래도 독주 악기다.
그러므로 (1) 합주에서 확실한 보탬이 될 수 있으면서 (2) 쉽게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며 (3) 집에서 수시로 연습할 수 있는 악기를 하나 골라서 밴드든 오케스트라든 좋으니까 합주를 하고 싶다.
그래서 최근 비올라 학원에 다니면서 매일 연습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들어가서 바이올린 단체 수업도 듣는다. 비올라는 몇 년 전부터 쭉 고려해왔다. 소리 자체도 따뜻하고 중후하며 현악 4중주에서 고음과 저음을 이어주는 역할이어서 좋다. 실제 오케스트라에서 쓰임도 많다. 바이올린은 소리가 너무 높아서 나같은 초보가 켜면 귀가 너무 괴롭다. 그리고 고인물이 많고 너무나도 주선율 악기라서 합주에 도움이 될 때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겠다고 판단했다. 단 바이올린은 비올라보다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많고 자료도 더 많다. 구조나 주법은 거의 같으므로 상호 참고가 되고 시너지가 난다.
찰현악기 오랜만에 만져보니 깽깽이 소리나고 손가락 아프고 역시나 장난이 아닌데
앞으로 갈 길이 정말 멀다. 스스로를 잘 격려해야 한다.
챗GPT 피셜이지만, 위의 2번 항목에 대해서는 내가 청각적인 민감도가 높아서 저런 걸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미술과 체육과는 달리 음악엔 최소한의 자질이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하기로 했다 ㅋㅋㅋㅋㅋㅋㅋ
대학에서 중국어 처음 배우던 해에 선생님도 자네는 성조에 대한 감각이 좋고 이거는 음악적 자질과 관련 있다 하셨다.
이 말씀은 마음 속에 고이고이 잘 접어서 보관해놓고 있었는데 먼 길 가는데 힘을 내려고 이제 한번 펴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MU3u1EU182o&list=RDMU3u1EU182o&index=1
어제 유튜브에서 알게 된 개쩌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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