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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2세기-3세기에 타클라마칸 사막에 살았던 사람들도 우리랑 똑같다. 휴먼 네이처. 모두 대영박물관의 회른레(Hoernle) 컬렉션에 속하는 유물이다. 회른레는 19세기 후반에 활발하게 활동한 인도-아리아어 학자다. 수집가나 탐험가들이 신장 지역의 고문헌들을 모아다 회른레에게 보내면 열심히 해독을 했다고 한다. 오렐 스타인하고도 동시대 사람이고 일도 엮여서 같이 했다. 국제 둔황 프로젝트의 한국어 페이지에도 회른레 얘기가 간략히 나와 있다. 대영박물관 Hotung Gallery에 가면 오렐 스타인이 둔황과 신장 여러 곳에서 약탈해온 유물이 상설전시돼 있다. 그런데 2017년 11월까지 개보수 공사 때문에 폐쇄됐다. 대신 Study Room에서 개별 열람 약속을 잡을 수 있다. 약속 한 세션당 유물 다섯 점씩..
오스카 와일드의 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 진지함에 대한 영국인 특유의 반응인 아이러니를 맛보는 게 이번 여행 퀘스트니 꼭 읽고가야 된다. 옛날에 친구가 나보고 진짜 진지한 영혼이라며 이거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준 적도 있음 ㅋㅋㅋㅋㅋㅋ 오늘 pdf 다운받아서 시작했다. 번역본이 없어서 영어로 읽을 수밖에 없음. 희곡이고 생각보다 분량도 짧다. 읽다보니 진짜 재밌다. 이름이 어네스트인 남자라는 이유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그웬돌린. 정작 어네스트의 본명은 잭. 사실 잭은 어네스트라는 가공의 형을 지어내서 형 만나러 간다는 핑계로 귀찮은 상황을 요리조리 피해 와서는 어네스트로 행세하는 천하의 얍삽이임 ㅋㅋㅋㅋㅋㅋ 내 이름이 어네스트가 아니면 어쩌냐는 잭에게 그웬돌린의 대답이 ..
8월 여행은 런던과 파리에 간다. 거드름을 한껏 피워보자면 나는 사실 두 도시, 아니 두 나라 자체에 크게 관심이 없다. 대단한 문화선진국이신 두 나라가 중국 실크로드 문화재를 (...) 엄청나게 훔쳐댔으므로 가게 되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 넘나 울며 겨자먹기 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영국인 발견》을 읽고 나서 런던은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작년에 서점에서 우연히 보고 기억해둔 책인데, 그 유명한 영국식 아이러니 유머에 대해서 낱낱이 써놨다. 영국인이 대체로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교불편증이 있고, 계급이 뿌리박은 사회 속에서 서로 조심하는 가식적인 문화가 있다 보니 셀프디스와 냉소가 성행한다고 함. 영국 출신 문화인류학자가 썼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 영국식 재치가 문장마다 번뜩이는 책이었다. 강력 추천. ..
직업이 직업이라 그런지 빼놓을 수 없었던 바사 박물관(Vasamuseet). 스톡홀름 관광명소 중 1위를 차지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에 마침 똑같이 북유럽 다녀오신 선배도 계셔서 어디가 기억에 남는지 여쭤보니 역시 바사 박물관이었다. 말 그대로 breathtaking 그 자체였다며. 1628년도에 국왕 구스타프 아돌프 2세가 엄청나게 커다란 범선을 만들었는데 진수하자마자 가라앉았다. 이 배를 1961년에 그대로 인양해 와서 지금의 바사 박물관을 만들었다. 17세기 범선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것이며, 거의 원 상태 그대로에 약간의 방부 처리를 했을 뿐이라고 한다. 배의 제일 꼭대기까지 올라가려면 무려 7-8층 높이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간다. 층마다 전시도 잘 해놓았고 와이파이도 됨. 바로 근처에 같이 ..
로프 노르 호수에 처음 간 서양인은 프르제발스키도, 헤딘도 아니었다. 훨씬 앞에 요한 구스타프 레나트(Johan Gustaf Renat, 1682-1744)라는 스웨덴 사람이 있었다. 한국과 스웨덴 간의 실크로드 관련 교류사에 대해서 읽다가 이 사람 이야기가 나왔는데, 예전에 어디선가 본 이름 같았다. 이 이야기가 나올 만한 책이 피터 퍼듀의 《중국의 서진》밖에 없는 것 같아서 색인을 펼쳐보니 역시 그랬다. 요한 구스타프 레나트는 그 유명한 스웨덴과 러시아의 대북방전쟁 때 카를 12세의 군대에서 복무했다. 이후 1709년 폴타바 전투 때 러시아에 포로로 잡혀 토볼스크로 압송된 후 시베리아 지도를 작성하는 임무를 맡았다. 1716년에는 스웨덴 출신의 다른 포로들과 함께 금을 찾아나서는 탐사단에 참가했다가 ..
영국도서관은 대헌장, 구텐베르크 성경,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등 엄청난 문서들의 원본을 소장하고 있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의 도서관이다. 소장품 중에 금강경(Diamond Sutra)은 특히 빼놓을 수 없다!! 이게 바로 오렐 스타인이 둔황 막고굴 장경동에서 빼돌려간 보물 중의 보물인데, 연도가 알려져 있고(AD 868) 인쇄 형태로 된 온전한 문서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메이저 중의 메이저라 박물관 내 Sir John Ritblat Gallery에 가면 디지털 버전으로 볼 수 있지만 온라인의 Turning the Pages 서비스로도 볼 수 있다. 구경해 봤는데... 놀랍다!! 와우 이것이 바로 제국의 위엄인가!!! 이것이 바로 오렐 스타인이 꼬불쳐온 금강경. 아버지한테 보여드리니 줄줄 외우..
이번 런던 방문은 오로지 오렐 스타인 컬렉션을 보기 위한 것이다. 나머지는 덤이다. 제일 중요한 목적지가 영국도서관, 대영박물관,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으로 매우 쟁쟁하다. 특히 스타인은 문화재를 정말 어마어마하게 반출해온 첫 고고학자다 보니 사전에 조사를 최대한 많이 하고 미리 자료신청을 해야겠다. 아래는 국제 둔황 프로젝트 홈페이지의 영국 컬렉션 페이지를 참조해서 정리했다. *** 1. 영국도서관 (THE BRITISH LIBRARY) * 관련 열람실은 월-토 9:30-17:00 개방, 일요일은 폐쇄 (클릭) * 리더 패스 신청 - 사전에 카탈로그(클릭1, 클릭2)를 열람하고 필요자료 목록을 작성해 가서 패스 발급 시 사서와 상담해야 한다. 온라인 사전 등록(pre-registration)도 가능하며..
스벤 헤딘이 구한말 경성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 사실은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의 한국학자인 스테판 로젠이 정리하여 권영필 교수의 정년퇴임 기념논총에 〈스벤 헤딘, 한국, 그리고 포착하기 어려운 중앙아시아〉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다. 이 짧은 글은 《중앙아시아의 역사의 문화》라는 단행본에서 읽을 수 있다. 오늘 정독도서관에서 빌려왔고, 이 글 대부분은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스테판 로젠 교수는 당시, 권영필 교수의 제자인 민병훈 국립청주박물관장과 함께 스웨덴 민족학 박물관에서 공동 자료 수집을 했다고 한다. 이번에 나는 못 만나뵌 Mr. Håkan을 이 분들은 이미 꽤 오래 전에 만난 것이야!!! 스벤 헤딘의 서재도 다 본 거야!!! 부럽다!!!! ▲ 하칸 발퀴스트 교수, 스테판 로젠 교..
"If this town is just an apple, then let me take a bite." 마이클 잭슨 불후의 명곡 Human Nature. 1982년에 발매된 Thriller 앨범 수록곡이다. 나는 원래 MJ를 굉장히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최고의 곡으로 이 Human Nature를 꼽는데, 이번 스톡홀름 여행에서는 나름 조그만 사연도 더해졌다. 스톡홀름의 어느 동네 카페에서 밥을 먹다가 우연히 옆 테이블 분이랑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배경음악이 나오는데 딱 들어보니 Human Nature를 가지고 만든 노래였음. 마이클 잭슨 곡은 아니고 누군가의 샘플링이었는데 알고 보니 크리스 브라운의 She Ain't You. 끝나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또 MJ 곡이 나왔음! 무려 Butterflies!..
오렐 스타인은 1862년 헝가리에서 태어난 고고학자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산스크리트어와 페르시아어를 전공했다. 1887년부터 영국령 인도의 라호르에서 근무하다가 영국 국적자가 되었다. 1900년부터 약 30년 동안 중국령 중앙아시아로 네 번의 탐사를 했고, 주로 천산남로와 둔황 및 투르판에서 연구와 발굴 작업을 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과 현장법사, 그리고 마르코 폴로의 탐험 이야기에 매료되어 이란, 인도, 투르크, 중국 문명이 교차하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1900-1901년에 걸친 첫 번째 탐사에서는 호탄, 니야, 미란, 누란 등의 실크로드 오아시스를 방문했다. 스타인은 바로 이때 미란 유적에서 날개달린 천사 벽화를 발견하고(이전글 클릭) 유럽과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