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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기메 박물관 중앙아시아 전시품은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고 펠리오가 직접 가져온 것도 일부분이어서 조금 김이 빠진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잘 몰랐던 다른 프랑스 고고학자들이 날라온 것이 많이 있었다. 워낙 생소한 이름들이라 글을 쓰다가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알프레드 푸세(Alfred Foucher)는 프랑스의 유명한 불교미술 사학자였다. 푸세의 전문 연구 지역은 아프가니스탄 남부와 카불, 젤랄라바드 인근이었지만 프랑스 정부에서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세운 그리스 식민 도시국가의 터로 추정되는 아프가니스탄 북부 박트리아 지방(현재의 발흐)으로 푸세를 보내 버렸다. 이곳은 기후가 적당하지 않았으며 푸세 부부는 식수 오염으로 거의 죽을 위기까지 넘겼다고 한다. 푸세의 박트리아 조사는 대..
파리에 간 첫 번째 이유, 국립 기메 동양 박물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는 폴 펠리오가 둔황에서 가져온 문헌이 그득하다면, 이곳에는 유물이 모여 있다. 런던에서 유로스타를 탔는데 도버 해협의 해저터널로 들어가는 순간에는 바보같이 실컷 잤다. 깨 보니 이미 파리 근처였고, 숙소에 짐을 두고 기메 박물관으로 가니 4시 무렵이었다. 기메 박물관은 리옹 출신의 실업가이자 동양 예술 애호가였던 에밀 기메가 설립했다. 인도, 중앙아시아,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지역의 많은 예술품들이 전시돼 있다. 아시아 외부에 있는 아시아 예술 박물관 중에서 최대 컬렉션을 자랑하는 곳 중 하나다. 1945년도에 이집트 예술품을 루브르로 넘겨주고 루브르로부터는 아시아 예술부에 있던 문화재를 넘겨받았다. 이곳 지하에는 아시아 고고학, 미..
올해 8월 중순 런던이랑 같이 갔던 파리에서는 국립 기메 동양 박물관과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가서 폴 펠리오(Paul Pelliot) 컬렉션을 볼 작정이었다. 기메 박물관에는 펠리오가 중앙아시아에서 가져온 미술품이,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리슐리외관에는 고문서가 있다. 폴 펠리오는 프랑스의 걸출한 문헌학자인데 상당한 천재였다. 중국어를 모르고 한문을 못 읽었던 오렐 스타인과는 다르게 중국어 구어나 고전 한문이나 가릴 것 없이 끝내주게 잘했다. 탐험 직전의 막간 몇 주를 이용해서 위구르어를 익힐 정도로 언어감각이 탁월했고 아시아 고문헌에도 통달했던 젊은 학자였다. 펠리오가 둔황 막고굴 장경동에 처음 갔을 때 하도 중국어를 잘해서 문을 지키고 선 왕원록 도사를 아주 기가 질리도록 만들어 버렸다고 한다. 장경동에 ..
** 이 글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배포, 인용, 내용 변경 전에 글 하단의 CCL 아이콘과 안내문(http://bravebird.tistory.com/359)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불펌 발각 시 엄중대처합니다. ** 경제에 관심이 어지간히 없긴 없었던 모양인지, 홍콩달러 환율이 미국달러에 고정돼 있다는 건 올해 처음 알았다. 이 환율페그제에 따르면 USD 1불 = HKD 7.8불로 고정이 되어 있으며 7.75~7.85 범위의 변동폭을 둔다. 이를 벗어나면 환율 재조정을 위해 정부가 개입한다. 환율이 7.75 수준에 가까워지면 미국달러에 비해 홍콩달러 가치가 고평가된 것을 뜻하기 때문에 미국달러를 사들여 가치를 재조정한다. 반대로 7.85 수준에 가까워지면 미국달러가 홍콩달러에 비해 고평가된 추세이기..
베이징 시에서 10월 1일부로 타지인을 대상으로 거주증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이 거주증을 가진 외지인이 일정 수준의 마일리지를 적립하면 정식 베이징 시민이 될 수 있다. (积分落户制度) 이전까지는 임시거주증을 내줬는데 이번에 거주증으로 바꾸면서 호구제도의 개선 혹은 폐지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거칠게 비유하자면 베이징에서 멀쩡한 집에 살거나 번듯한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도 관광비자 비슷한 것에 의지해서 살아가던 외지인들이, 이제 베이징 영주권 비스무리한 걸 받게 돼서 신분이 보다 안정된 것이다. 참고로 베이징 인구 약 2200만 중 호구 소지자는 1200만에 불과하여, 나머지 1000만은 사람은 베이징 떠돌이라는 뜻의 '베이퍄오(北漂)'라고 부른다. 중국은 사회주의 계획경제 국가..
이 책은 홍콩 태생으로 북미 학계에서 일하고 있는 레이 초우라는 학자가 썼다. 홍콩에서 인류학/사회학 공부를 해보려고 연구계획서를 쓰던 몇 년 전에 정말 궁금했던 책이다. 그쪽보다는 문학/문화연구 쪽에 가까운 책이라 당시에는 제쳐 놨다가 이제서야 읽는데 너무 어렵고 괴로워서 휙휙 넘기고 있다. 대신 와 이건 제대로다 싶은 부분도 꽤 있어서 덮지는 않았다. 대학원 생각까지 하면서 문학을 두 과목이나 전공하던 내가 왜 졸업을 끝으로 문학과 담을 쌓았는지 이 한 권으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끝까지 읽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 80년대 홍콩 영화를 보다가 반환, 그러니까 식민통치 종식을 앞둔 사람들이 그걸 오히려 너무 두려워하는 모습을 봤다. 일제강점기 역사에 이를 부득부득 가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게는 ..
** 이 글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배포, 인용, 내용 변경 전에 글 하단의 CCL 아이콘과 안내문(http://bravebird.tistory.com/359)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불펌 발각 시 엄중대처합니다. ** 21일 오후에 홍콩 행정부에서 중요한 기자회견이 있었다. 안 그래도 지지도가 낮은 렁춘잉 행정장관은 이제 정말 사면초가에 몰린 듯하다. 배경을 간단히 짚어보자면, 홍콩은 주거난이 심각한 인구밀도 과잉 도시다. 홍콩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신계에 있는 Yuen Long(元朗)의 Wang Chau(橫洲)라는 지역에 17,000호 규모의 공공주택 단지를 지으려고 계획해 놓았다. 그런데 그 규모가 4,000호로 축소되더니 개발 위치도 그린벨트 지역으로 바뀌어 버렸다. 게다가 입지 변경 때문..
올해 6월 초 백야 때 스톡홀름이랑 같이 상트페테르부르크도 갔었는데 이제 올린다. 나는 글쓰는 데 진짜 게으르고 특히 여행기 같은 사사로운 이야기는 길게 못 쓴다. 정말로 아름다운 곳에서 잘 놀고 푹 쉬다 왔으니 지금 와서 글로 남기든 말든 아무런 관계 없지만, 사진첩 정리하다 보니까 홀랑 까먹기 전에 조금 남겨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네 번째 상트페테르부르크였다. 회사 사람들은 왜 자꾸 러시아를 가냐고 하기 때문에 그냥 스톡홀름 갔다왔다고 했다. 임원 한 분이 내가 러시아 다니는 걸 희한하게 여겨서 소문을 내신다. 사적인 대화 한 마디 해본 적 없는 옆팀 팀장이 그 분한테 들었는지 워크샵에서 갑자기 "그렇게 러시아가 좋으면 주재원 하나 잡아요. 내가 보기에 주재원 와이프가 팔자 최고야." 이러길래 양..
** 이 글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배포, 인용, 내용 변경 전에 글 하단의 CCL 아이콘과 안내문(http://bravebird.tistory.com/359)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불펌 발각 시 엄중대처합니다. ** 3. 야권의 성장 이번 결과는 야권의 약진입니다. 70석 중 30석을 얻어 부결권을 지켜냈습니다. 여권은 친중파, 야권은 범민주파와 자결파(본토파, 독립파 포괄)를 통칭합니다. 기성 부유층이 주로 여권을 지지하고 그 대안세력이 야권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자결파라는 용어에 관해서 말씀드리자면, 홍콩 현지의 빈과일보(애플데일리)의 선거 결과 페이지에서는 자결파라는 단어를 쓰고 있고 국내 언론에서는 주로 독립파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독립파라고 싸잡아 말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 이 글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배포, 인용, 내용 변경 전에 글 하단의 CCL 아이콘과 안내문(http://bravebird.tistory.com/359)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불펌 발각 시 엄중대처합니다. ** 2-3. 지나치게 높은 자동 당선자 비율과 향의국의 사례 이번 선거에서 단독후보로 나와서 자동당선된 직능대표는 10명에 달합니다. 1/7의 인원이 의회에 무혈입성을 한 것입니다. 당연히 대표성 문제가 거론됩니다. 무혈입성 수준을 넘어 거의 입법회 사석화 클라스 뺨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편 댓글에서 ***님이 문의해주신 향의국(Heung Yee Kuk, 鄕議局) 선거구를 한번 보겠습니다. ▲ 자동 당선 10인 (클릭하여 들어간 페이지에서 인물 상세 확인 가능합니다) 향의국은 홍콩섬과 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