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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모스크바에 남겨놓았지만 아무래도 카메라를 잃어버린 채 다음 날 출국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영 찜찜했다. 그런데 숙소로 돌아왔더니 뜻밖에도 룸메이트들이 카메라를 찾아 놓았다! 사진도 그대로 다 남아 있어서 기마상 사진들을 고스란히 다 보전할 수 있었다. 기분 좋게 낮잠을 자고 오후 느즈막히 나와 트레차코프 갤러리 본관으로 갔다. 이곳에서 사진촬영용 표를 안 사고서 바부쉬카들 딴 데 쳐다보는 틈을 타 사진을 찍는 얌체짓을 좀 하였다. 날 이곳까지 오게 한 도스토예프스키와 푸쉬킨 등등 초상화 앞에서는 같이 사진 찍기도 하고. 저번 여름에 갔을 때는 사진 같은 건 생각조차 않았는데 두 번째는 한번 다 봤다는 여유도 있고 욕심도 나서 많이 찍었다. 역시 사..
이반 쉬쉬킨, 소나무 숲의 아침 (Утро в сосновом лесу) 크게 보기 아, 다행이다. 트레차코프 갤러리에서 마음에만 담아온 그림. 여름에는 눈에 안 띄었었는데 이번에는 기억에 남았다. 메모지를 갖고가지 않아 따로 작가와 제목을 메모해오지 못했는데, 오늘 책 읽다가 우연히 발견한 즉시 바로 검색해서 업로드. 위키피디아 검색해보니 이반 쉬쉬킨과 콘스탄틴 사비츠키라는 사람의 공동 작품이라고 한다. 사비츠키가 곰들을 그렸다. 파벨 트레차코프가 크레딧에서 사비츠키를 빼버려서 쉬쉬킨 이름만 남게 됐다는 사연이 있네. 그렇지만 내게 이 그림이 기억에 남는 건 노닐고 있는 귀여운 쿠마들 때문이니 사비츠키의 이름을 기억하도록 해야겠다. 검색해 보니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술아카데미에서 수학했고, 몇몇 작품들이 ..
전날 들어가보지 못한 예술아카데미와 멘시코프성을 들어가보려고 네프스키 대로를 따라 겨울궁전 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우연히 악보와 CD를 파는 상점을 발견하고는 안에 들어갔더니 클래식 음반이 그득했다. 예브게니 오네긴 DVD나 CD를 사올 생각이었지만 마린스키 음반가게에서 못 구했기에 반갑게 집어 들었다. 조금 더 구경했더니 욕심나는 음반들이 많이 있었다. 가격을 살펴보고 부담없이 다 사왔다. 가격 자체가 한국 CD보다 저렴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환율이 반토막 난 덕분. 한 번도 CD 5장을 한꺼번에 산 적은 없었다. 1. 안톤 루빈슈타인 - 악마 2. 차이코프스키 - 마제파 3. 차이코프스키 - 예브게니 오네긴 4.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앨범 5. 미콜라 리센코 - 타라스 불바 이 중에 예브게니 오..
니콜라이 레릭, Remember 여름 러시아 여행 때 우연히 레릭 박물관에 발길이 닿은 이후로 가장 좋아하는 화가 중 하나가 되었다. 언제나 동경하는 히말라야 설산의 풍경을 차분한 톤으로 그려내는 화가. 장엄한 대자연 속에 조그맣게 오손도손 그려진 마을과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여행길에 오르는 순례자가 자신이 묵은 마을과 그곳의 여인들을 뒤돌아보고 있네. 이 그림을 보면 여행길에 만나서 두고 왔던 많은 길동무들이 생각난다.
모스크바 붉은광장과 대조국전쟁 박물관에서 찍은 기마상 사진들. 카메라 잃어버린 줄 알았다가 운좋게 되찾은 덕분에 보전할 수 있었다. 다음 번에 갈 땐 상트페테르부르크 기마상들도 찍어 올 거다. 주코프 원수님 제가 꼭 돌아올 거라는 약속 지켰죠? 다음 번에도 모기처럼 열심히 사진 찍어갈 테니 기대하세요. 대조국전쟁(독소전쟁) 박물관의 오벨리스크를 지키고 있는 성 게오르기의 매력은 이번에 새로 발견. 꼭 다시 찾아서 성가시게 해드리겠어요!
찬란한 날이었다. 한국에서 사간 사냥꾼 모자를 쓰고 나갔다. 카페 싱어에서 아침을 먹고 겨울 궁전을 지나 다리를 건너 바실리예프스키 섬으로 갔다. 가는 길에 눈 내린 풍경이 멋져서 또 엄청나게 프로필 사진용 셀카를 찍었다. 사실 러시아에서 사냥꾼 모자 쓰고 사진 찍는 게 오랜 꿈이었어서 원없이 그렇게 했다. 유빙이 떠다니는 네바 강은 어제 봤지만 그 다음날 봐도 아름다웠다. 또 엄청난 시간을 네바 강과 하늘 바라보는 데 보내고 오후가 되어서야 쿤스트카메라에 도착했다. 쿤스트카메라에서는 동양학 연구의 일환으로 탐험대를 파견하는 것 같았다. 내가 관심 있는 중국령 투르키스탄(신장)에도 비교적 최근에 탐험대를 파견해서 이런저런 사진 찍어 왔고 이런저런 볼거리도 마련해 놓았다. 예전에 에르미타주 갔을 때 중앙아..
아침에 빈둥거리다가 느즈막히 숙소를 나와 카페 싱어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운이 좋게 창가 자리에 앉았다. 저번에 왔을 때 안 와봤는데 듣던 대로 카잔 성당 전경이 끝내주게 펼쳐지는 최적의 장소였다. 밥을 먹고서는 피의 성당 뒷편에 있는 길로 가서 마블 팰리스를 지나 다리를 건너갔다. 아래는 가는 길에 찍은 피의 성당. 다리를 건너고서는 페트로파블로스크 요새 바로 근처에 도착했다. 아래는 눈 내리는 날의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풍경. 이렇게 걸어서 올 수 있는 곳인 줄 몰랐네. 저번에 왔을 때는 지도를 구비해 와도 지리를 잘 모르고 거리 감각이 없으니까 주로 지하철을 이용했었다. 이번에는 거리 감각도 생기고 길도 더 잘 알게 되었으니까 다음 번에 한번 더 오면 익숙하게 걸어서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한참..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 예전에 묵었던 카잔스카야 거리에서 숙소는 다른 곳에 묵게 되었는데, 호스텔은 저번처럼 아파트 한 칸을 개조해서 만든 공간이었다. 저번처럼 찾아 들어가는 데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비밀번호를 몰라서 일단 초인종을 눌렀더니 누군가가 러시아어로 뭐라고 하더니 마지못해 문을 열어줬다. 일단 단지 안에 들어갔는데도 어디 있는지 잘 못 찾겠어서 한참 헤맸다. 물어물어 호스텔이 있다는 현관에 들어갔는데도 어디인지 모르겠어서 현관에서 도와달라고 짜증 섞어 소리치고 말았다. 그랬더니 내 짜증에도 전혀 당황하거나 흐트러지지 않은 차분한 인상의 남자가 하나 내려와서 짐 옮기는 걸 도와주고 호스텔로 안내해 줬다. 이름은 스타니슬랍. 차분하고 평온한 사람 앞에 서니 바로 홧기가..
정신 차리고 제시간에 약속에 나갔다. 흐린 날씨였는데 주코프 동상이 회색 톤으로 더 근사하게 보였다. 매우 흡족한 사진들을 여러 각도에서 찍었다. 오늘의 행선지는 대조국전쟁 박물관과 러시아 현대사 박물관. 대조국전쟁 박물관이 있는 파크 포베디로 가서 건물 앞 오벨리스크와 성 게오르기 동상 사진을 실컷 찍었다. 기마상을 아주 좋아하는데 오늘따라 멋진 사진들이 잘 나와줘서 기뻤다. 대조국전쟁 박물관은 참 컸다. 각개 전투별로 디오라마도 잘 꾸며져 있고 볼거리가 많은데, 너무 많아서 트래픽에 무리가 왔다. 좀 피곤했다. 현대사 박물관이 있는 트베르스카야 거리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가는 길에 알렉산드르 아저씨에게 크림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여쭤봤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크림 주민투표 결과를 받아들인다..
새벽까지 논 덕분에 정통으로 약속에 늦었다 -_- 9시 반까지 붉은광장 주코프 동상 앞에서 알렉산드르 아저씨 만나기로 했었는데 거의 1시간 넘게 지각하여 송구스러웠다. 서브웨이 샌드위치 먹고 나서 고리키 집, 알렉세이 톨스토이 집, 츠베타예바 집, 체호프가 의사로 일하면서 살던 곳, 레르몬토프 생가, Patriarch's 연못과 거기 있는 키릴로프 우화 기념비들을 죽 돌아봤다. 우화 내용을 조각해놓았는데, 거대한 코끼리를 쳐다보면서 계속 캉캉 짖어대는 개가 한 마리 있었다. 우리 부서의 한 상사가 생각났다. 짖지 않으면 남들 앞에 약해 보이는 줄 알고 계속 쓸데없이 벽 보고 짖는 그 분. 알렉산드르 아저씨에게도 이미 메일로 얘기해준 적이 있는 사람이라 같이 떠올리며 엄청 웃었다. 저녁에는 아르바트 거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