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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올해 중국 양회에 대해서 제때 관심을 못 기울였는데, 보아오포럼 관련해서 체크하는 김에 되감기해서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고 있다. 아니 그런데 글쎄 관전 포인트 중에 호적제도 개선에 관한 내용이 있지 않은가! 뉴스핌 기사인데 일부만 가져와 보면 아래와 같다. "중국은 2월 중순 30년간 유지했던 ′임시거주증′제도를 폐지했다. 임시거주증 제도는 베이징 등 도시로 유입되는 농촌 인구를 관리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로 외지인이 소재 지역에서 행정서비스를 받거나 시민권리를 행사할 수 없어 사회갈등이 야기됐다." (출처: http://www.newspim.com/view.jsp?newsId=20150302000379) 얼마 전에 러시아 국내 여권을 구경하고서 프로피스카 제도에 대해 글을 썼었는데(ht..
타이페이에서 공부 중인 친구가 있어 하루 휴가를 쓰고 주말 동안 놀러 갔다. 원래 작년에 가겠다고 약속했는데 드디어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따뜻한 남쪽나라다 보니 가벼운 옷을 입고 봄기운을 제대로 낼 수 있었다. 3월은 타이완 여행의 적기라더니 딱 그랬다. 반팔 입고 가디건 하나 가지고 다니면 딱 적당한 날씨였다. 캐세이퍼시픽 비행기를 탄 관계로 시내의 송산공항 대신 타오위안 공항에 내렸다. 내려서 3일간 3g 데이터를 무한 제공하는 유심칩을 사서 끼워 넣고 문명세계에 즉시 재접속할 수 있었다. 대만달러 300불이니 우리 돈으로 만 원 정도. 다니는 내내 여행자를 위한 인프라가 무척 잘 되어있고 편리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타오위안 역에서 타이페이 시내로 들어가려면 대만달러 120원을 내고 국광버스(..
최근에 러시아 출신의 지인이 생겨 드디어 신분증을 구경해볼 기회가 생겼다. 예전에 중국인/홍콩인 정체성에 대해서 연구하려는 생각을 했었기에 시민권, 신분등록제, 거주등록 같은 개념에 관심이 있는 편이다. 항상 외국인을 만나면 신분증을 좀 보여달라고 부탁하는 편인데 러시아 것은 처음 봤고 한번 들여다보길 잘했다. 각 나라 신분증을 살펴보면 그 나라 법률이 나라 구성원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분류하고 조직해 내는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러시아 신분증은 국내여권(внутренний паспорт)과 국제여권(заграничный паспорт)으로 나뉜다. 국제여권은 기재사항이 한국 여권과 대동소이하다. 이름과 성별, 사진, 생년월일, 출생지, 여권 발급일과 만료일, 발급처, 여권 번호, 소지자 서명 등의 ..
발터 벤야민의 모스크바 다이어리 다음으로 읽어본 러시아 기행문. 재미있게 읽었던 『그리스인 조르바』 작가인 카잔차키스가 썼다. 벤야민이 당시 사랑에 빠져 있었던 라트비아 여자 이야기로 가득차 있어 생각보다 별 감흥 없었던 모스크바 다이어리와는 달리, 직접 구입해서 여러 번 더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드는 책이다. 카잔차키스는 세계에서 최초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난 러시아 사회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고 러시아어를 오랫동안 배운 다음, 1920년대 후반 세 차례에 걸쳐 러시아를 여행한 후에 이 책을 썼다. 작가의 균형 있는 시각이 무엇보다도 인상적이다. 그는 공산주의의 이상인 유토피아 건설이나 인류사회 진보를 긍정하면서도, 오직 투사나 군인만을 만들기 위해 개인을 말살하고 동심을 억압하는 전체주의적 규격..
최근에 레스코프 책들을 한창 읽고 있는데, 광대 팜팔론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 지체 높은 가문의 고결한 영애이지만 그것이 도덕적 우월감이 되어버렸고 결국 철저히 영락해버린 마그나, "왜 모두 나의 어머니나, 내 친구들인 타오라, 포티나, 실비야처럼 살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그들은 정말이지 수정처럼 순결한 삶을 살아요." 고관대작 지위를 내버리고 고행자가 되었지만 그것이 아상으로 굳어버린 예르미, "보아하니 이자는 자기가 얼마나 더러운 곳에 빠져 있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아. 하지만 그의 마음과 성정은 선량한 것 같구나. 내가 이곳으로 보내어진 것은 은총을 입은 그의 영혼을 다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가 분명해." 자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광대로서의 본분을 받아들였기에 가장 비천한 곳에서도 사람을 섬길 ..
www.dilbert.com에서 네컷만화 딜버트를 자주 챙겨본다. 점심시간쯤 거의 매일 들어가 보는 편이다. 한국 웹에서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해서 야음(?)을 틈타 네이버 검색을 하다가 딜버트 법칙이라는 걸 알게 됐다. 가장 무능력한 직원일수록 회사에 실질적인 손실을 가장 적게 끼치는 위치, 즉 경영층으로 쭉쭉 승진해 간다는 법칙이다. 웹페이지들을 좀 더 살펴보다가 동명의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냉큼 학교 도서관에 달려가서 빌려왔다. 풍자와 촌철살인의 결정체! 원래 미국식의 시니컬하고 아이러니컬한 유머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데다, 만화라는 장르 자체가 굉장히 압축적이다 보니 문화적 배경지식으로 메꿔야 하는 공백이 많아서 이해가 어려운 에피소드도 종종 있곤 했다. 줄글로 충분히 풀어놓은 책을 읽으니..
러시아 박물관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생생한 이콘. 이 그림에 쓰인 컬러 스킴이 꼭 마음에 들고 두 성자가 꼿꼿이 서있는 모습도 멋지다. 엽서를 사오고 싶었는데 팔지 않았다. 돌아와서 николай и георгий로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지 않아 속을 썩다가, 어제 русский музей икона로 검색해서 스크롤 내리다가 찾아냈다. 문득 생각해보니 나는 두 사람이 나란히 배치된 그림들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니콜라이 게의 차르와 차레비치나 진리란 무엇인가, 이콘 중에서는 보리스와 글렙 같은 것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 조금 살펴보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2011년에 중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한 친구가 "중국인 유머에는 아이러니적인 요소가 전혀 없어. 아이러니라는 말에 대한 중국어 번역어조차 제대로 없지. 반어(反语)라는 단어에는 차마 다 담지 못하는 문화적인 뜻이 더 있는데 나도 설명은 못하겠다. 비꼼(sarcasm)과도 달라."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이후부터 아이러니는 오랜 화두였고 과제였다. 그나마 확실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는 죽쑨 걸 참 잘했다고 반대로 말하는 단순한 수사 차원에 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개츠비의 눈물겨운 노력이 가져다준 병신 같은 허무한 결말, 연인들이 하는 가장 친밀한 것들을 다 하면서도 자신들의 관계를 사랑으로 규정짓지는 않는다는 요즘..
http://english.pravda.ru/news/world/09-01-2015/129487-yatsenyuk_soviet_invasion_germany-0/ http://sputniknews.com/europe/20150109/1016706636.html http://rt.com/op-edge/221459-ukraine-germany-invade-russia/ http://redpilltimes.com/ukraine-pm-yats-compares-modern-day-germany-ww2-third-reich-live-german-tv-video/ 우크라이나 총리 아르세니 야체뉴크, 독일 방문 도중 인터뷰에서 2차대전 당시 소련이 독일을 침공했다고 폭탄망언. 독일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소득 중에 하나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우크라이나 및 크림 사태의 주요 측면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최근 우크라이나 국내 정치의 파시즘 경향이다. 스바보다(자유) 당과 프라비 섹토르 등의 단체는 친서방과 자유를 기치로 내걸고 있으며 이는 표면상 유로마이단의 지향점과 동일하다. 그러나 실상 이들은 공공연히 나치 계승을 표방하는 파시즘 단체로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더욱 복잡 다단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은 유로마이단 운동에 대한 언론의 관심에 편승하기 위해 시위 속에 섞여 들었다. 여기서 반드시 유의해야 할 것이, 극우 세력의 이러한 틈입으로 인해 러시아 언론은 유로마이단의 본래 취지까지 파시즘으로 싸잡은 정치적 프레임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푸틴 정권은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