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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베이징에 갈 때면 빼놓지 않는 곳. 차마 다 담아낼 수가 없는 장관입니다. 한국 돈 단돈 400원에 누구든지 이런 천하 제1경을 볼 수 있음에 감사.
이번에 보로딘의 이고르 대공 보기 전에 워밍업으로 읽고 가려고 빌린 책. 글린카, 다르고미쉬스키, 발라키레프, 세자르 퀴, 보로딘, 무소르그스키 등 여섯 작곡가의 전기적인 사실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다. 1980년도에 출판된 책이라 상당히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소설 읽듯이 술술 내려가는 재미가 있다. 보로딘은 과학자이기도 하고 음악가이기도 하면서 두 분야 모두에서 거대한 성취를 이뤘고, 성격도 온화하고 유머러스했으며 아내와의 관계도 좋았다. 진정한 사기캐릭터임을 알고 살짝 박탈감을 느꼈다. 그런데 정작 보로딘보다는 발라키레프에 관한 서술이 무척 흥미로웠다. 예전에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옹정제》라는 책을 홀린 듯이 읽은 적이 있는데 옹정제랑 비슷한 점이 많은 캐릭터 같다. 드높은 기준, 완벽주의에서..
http://bravebird.tistory.com/96에서 서예가 치궁 할아부지를 간략히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사진 속 푸근한 인상이 보통이 아닌 건 알았지만, 중국 웹에 조금만 검색해 보아도 일화가 가득합니다. 인품, 인격, 귀여움, 유머 등등의 단어와 같이 엮어 검색하면 신문기사에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에 커뮤니티 게시글까지 다양합니다. 그 중에 짧고 쉬운 것들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몇 주 전에 회사에서 막간을 이용해서 번역해 뒀었지요. 전 정말 이 할아부지 팬이 돼버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런 천진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2002년은 선생이 교편을 잡은 지 70년이 되는 해였다. 경축 행사 자리에서 베이징 사범대학 학생들이 곰돌이 푸 인형을 하나 선물했다. 회의 도중, 귀여워 못 참겠다는 듯이 ..
정말 좋은 책이다. 반납 전에 기억해 둘 만한 부분들을 필사해 뒀다. 더 많지만 귀퉁이를 접지 못해서 다 건지지 못했다. 그저 불평하고 반항하고 엇나가고만 싶은 소인배의 마음에 휘둘릴 때마다 다시 새겨 봐야겠다. 곧 제대해서 새 생활을 시작할 동생한테 한 권 선물해도 좋겠다. 참고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를 녹화하여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던 전직 캐나다 우주비행사 크리스 해드필드가 썼다! 처음 저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 데이빗 보위나 이 분에 대해서나 배경지식이 없었다. 합성인 줄 알고 끝까지 유심히 보지도 않았었지...ㅎㄷㄷ 저 충격적으로 멋진 곡을 실제로 우주에서 부르다니 낭만 그 자체! 그 뒤에 숨은 수십 년 간의 갖은 노력과 겸손히 정진하는 자세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
"정열적이고 유유자적하며 겁이 없는 사람은 인생을 누릴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임어당 저, 김영수 편역, 《유머와 인생》, 도서출판 아이필드, 2003, p.165. 임어당 수필집 《유머와 인생》을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라 가져와봤다. 유머감각 있는 사람들과 일하면 확실히 마음이 편하다. 이것저것 잘 베풀기도 하고 일할 때 재량권도 더 많이 허용해준다. 긴장상황도 웃음으로 식혀 주어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해준다. 그럴 수 있으려면 우선 정열적이어서 사람들에 대한 정이 있어야 한다. 과정에는 열심이되 결과에 대해서는 유유자적할 줄 알아야 한다. 한편, 남의 서슬에 퍼렇게 질리지 않고 자기 중심을 지킬 줄 아는 겁없는 성격이어야 한다. 이게 유머의 ..
중국인 이야기 1권 읽다가 자꾸 돌아가는 페이지가 있다. 바로 이 개구리인형 사진이 나온 페이지. 서예가 아이신 기오로 치궁 (爱新觉罗启功) 선생의 사진이다. 성씨가 매우 심상찮은데, 생각대로가 맞다. 청조 황실의 후손이다. 철혈의 독재군주이자 근면성실의 대명사로, 아마 일하다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제5대 황제 옹정제의 피를 이어받았다. 그래서일까 말년에는 옹정제의 잠저였던 옹화궁에 거처했다. 옹화궁은 이후 티베트불교 사원이 되었는데, 치궁 선생은 어릴 때 그곳에서 승려 교육도 받았다고 한다. 이 분은 인형을 유난히 좋아했다고 한다. 이 개구리 인형이 제일 친한 친구였고 외출할 때는 토끼 인형을 안고 다녔다. 황족 출신의 대서예가이자 국학대사로 존경받는 인물의 이다지도 천진한 모습이라니. 저 해맑은 ..
개구리와 올챙이 수묵화 2점. 원래 다른 사진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담백하고 정감 있어서 오래 두고 보려고 가져왔다. 첫 번째는 치바이스의 작품이 맞고, 두 번째는 이름이나 인장이 선명히 보이진 않지만 치바이스 것은 아닌 것 같아 확실치 않다. 요즘 통근길에 중국인 이야기 1권 읽다가 중국 근현대 대화가들인 쉬베이훙과 치바이스의 미담에 감화되었다. 쉬베이훙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치바이스도 없었을지 모른다고 한다. 치바이스는 목수 출신 평민화가라 처음에는 그림의 가치가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쉬베이훙이 어느 날 한 전시회에서 구석에 걸려 있는 치바이스 그림을 발견했다. 즉시 직원을 불러다가 잘 보이는 곳에 걸게 하고 가격을 대폭 올려 적은 다음 쉬베이훙이 정한 가격이라고 쪽지를 붙여놓았다. 그 때부터 치..
중국어로 스웨덴은 瑞典(rui4dian3), 스위스는 瑞士(rui4shi4)라고 한다. 瑞 자는 상서로울 [서] 자라서 한국한자음으로 읽으면 각각 '서전', '서사'이므로 대략 원어와 비슷하다. 근데 이 [서] 자가 북경관화(만다린)에서는 [rui4]로 발음이 되는 바람에 원래 소리와 상당히 많이 다르다. http://cn.voicedic.com/ 여기 들어가서 한자를 입력하면 중국 각 방언별로 어떻게 발음하는지 들을 수 있다. 瑞를 입력해보니, 역시 보통화만 [rui4]이고 나머지 방언권에서는 대부분 s계통이나 z계통 초성으로 실현된다. 광둥화는 [seoi6], 민난화는 [sui6], 차오저우화도 [sui6], 상하이화는 瑞[zeu], 쑤저우화는 瑞[ze231]. 모두 동남부 연안지방 방언인데 한국한자..
겨울에만 가보아 매우 추웠던 기억만 남아있는 천단. 천단의 아이콘인 기년전. 환상적인 유월 하늘과 부드러운 새털구름과 함께 도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내 어여쁘소서. 원구단. 한 가족이 찍혀서 왠지 더 정겹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