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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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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국을 아주 좋아하고 이유는 다양하다. 재미있는 역사, 풍부한 관광자원, 다양한 인간군상, 무궁무진한 음식, 착한 물가, 대체로 대하기 좋았던 사람들, 흥미로운 언어... 그런데 중국엔 기괴한 점도 참 많다. 인터넷 만리장성, 언론 통제, 검색어 차단 (ㄹㅇ 한손으로 하늘 가리기.. 一手遮天..), 외국인에게 입장료 바가지 씌우기, 티베트 문제에 관한 폐쇄성(외국인 여행 제한, 외국인이 티베트어 수업을 못 듣게 함), 실질적인 신분제도나 다름없는 호구제도, 땅에 떨어진 상도덕 등.... 중국의 이런 기이함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길거리를 수놓은 공산당 프로파간다이다. 엄청나게 촌스럽고 믿을 수 없이 교훈적이다. 읽어보면 시민을 애 취급하는 관료주의 요람국가의 모습이 역력하다. 이 점이 굉장한 컬트..
한무제 때 동중서의 활약으로 유교가 관학으로 확립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유가사상은 군주제도를 정당화하면서도 진나라 때의 가차없는 법가사상보다는 말랑말랑해 보인다. 한 마디로 착한 척 하면서 점수 따기에 딱 좋다. 유비생각나넼ㅋㅋ 이렇게 겉으로는 유교를 내세우면서 야금야금 법가적인 통치를 실시하는 간특한 꼼수를 외유내법이라고 부른다. 한무제 신하 중 급암이라는 자가 그 꼼수를 꿰뚫는 사이다 발언을 했다. "속마음에는 욕심이 많으면서 겉으로는 인의를 행하는 척 하십니다 그려." 놀라운 것은 무제가 이런 급암을 두고 사직을 지탱하는 신하라며 중용했다는 것이다. 둘다 기개가 있다. 난 중국사를 좋아하지만 전형적인 한족 왕조들은 따분해 하는데, 아직 푸릇푸릇한 신생 제국이었던 한나라의 이런 간특하다거나 유연하..
와호장룡은 제가 중국어를 배우게 만든 인생 영화입니다. 고2에서 고3 올라가는 겨울에 밤 11시까지 공부하고 나서 영화 하나 보고 자는 하루하루를 반복했는데 그때 처음 봤습니다. 한 10년 전이지요. 오늘 오랜만에 다시 봤어요. 개인적인 의미가 많은 영화이니만큼 지난 10년을 잘 보냈나 테스트도 해볼 겸 자막 없이 봤습니다. 잘 안들리는 부분은 중국어 자막을 참조해가며 보았습니다. 이 훌륭한 영화를 거의 원어로 볼 수 있게 해준 지난 10년의 시간이 정말로 감격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헛살지 않았네요. 전 지금 젊고 욕심이 많기 때문에 나중에 어리석었다고 후회할지언정 이 성취감을 뽐내지 않고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습니다. 대놓고 자랑이지만 이해해 주실 거죠? ㅎㅎㅎ 이건 사실 뒤에 하려는 이야기와도 이어집..
※ 이 글에는 영화 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뭔가 탄로나면 재미가 없어지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읽으셔도 무방할 듯 합니다. 는 굉장히 뛰어난 영화다. 2012년 이후 오랜만에 다시 보고 일이 미치도록, 정말 곧바로 미쳐버릴 만큼 없는 틈을 타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고 글을 쓴다. 처음 본 당시에는 영화만 보면 잠에 빠지는 몹쓸병을 앓고 있어서 보다가 잠들었던 것 같다. 배경은 중국 칭하이의 커커시리 무인지구다. 당시 커커시리는 지금처럼 국가급 자연보호구가 아니고 그저 황량한 오지였다. 여기서 티베트 영양이 가죽 때문에 밀렵꾼들한테 엄청 죽었다. 개체수는 수백만에서 수만으로 줄었다. 이에 1992년도에 소남 도르지(索南达杰)를 대장으로 한 티베트 남자들이 순찰대를 만들어 목..
아 진짜 블루스크린 몇번째냐??? 프로그램 설치도 안하고 곱게 쓴 2살짜리 컴퓨터가 왜이래??? 니가이기나 내가이기나 보자!!! 10/27 금 07:38부로 꽃 피던 그해 달빛(那年花开月正圆, 나년화개월정원) 졸업했다. 막바지에 텐센트 유료화가 갑자기 3일 정도 당겨지는 기괴한 일이 벌어졌다. 근데 위챗페이는 그 좋은 기술력을 갖춰놓고도 어김없이 외국인 카드를 홀대함. 아니 돈을 내겠다는데도?! 이리하여 무료일 때 끝을 봐야만 했다. 덕분에 마지막 날에는 평일 새벽 2시에 잠들고 4시 반에 일어나는.. 미친짓을 하여 출근길에 결판을 냈다. 오늘부터는 중화tv에서 방영을 시작한다. 리모콘 6년만에 잡나요. 엔딩을 이미 본 이상 이제부터는 그냥 간간이 힘 닿을 때 다시 보면서 실화 + 글로 쓰인 줄거리를 좀..
이번 베이징에서 친구 집에 며칠 머물 때 어깨너머로 본 드라마 那年花开月正圆. 추석 연휴 때 시작해서 달리고 있다. 와 이건 뭐 2004년(?) 왕꽃선녀님(;;), 2011년 료마전 이후 대체 얼마만의 드라마인지...? 드라마 6년주기설 텐센트 독점 보급이고 10월 초에 종영했는데, 10월 30일 22시부터는 유료 전환되기 때문에 이번 주에 끝내버릴 거다. 지금 74부 중 53까지 봤다. 볼 시간 만들려고 운동을 재등록 안했다는 소문이 이 드라마 주인공은 과부다. 순전히 창작이라면 과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드라마 작가가 과연 있을까? 이게 가능한 건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청나라 말기 시대극이기 때문이다. 섬서성의 과부 주영이 풍비박산난 집안을 지략과 수완으로 일으키고 거상이 되어 난민을 구제하는 이야기..
《만주족의 청제국》은 신청사(New Qing History) 분야의 대표적인 저작이다. 청조사 딱 펴면 제일 처음 나오는 개념이 팔기제라 수업 들으면 시험에도 지겹게 나왔지만 팔기 기인들 생활이 실제 어땠는지, 만주족 정체성이랑 왜 그렇게 밀접하다고 하는지는 몰라서 한번 읽어봤다. 저자 마크 엘리엇은 청조의 근간이었던 팔기제도(八旗制度)를 분석하여 만주족이 한족에 동화되었다는 한화이론에 도전한다. 또한 대청제국의 중국 지배에 있어 팔기제를 바탕으로 한 만주족 정체성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음을 강조한다. 신청사 연구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1. 청조 내내 한인과 만주족 간에는 차별성이 유지됐다. 후기로 갈수록 만주족은 문화 변용을 겪기는 했으나 중국 사회에 완전히 동화되지는 않았다. 2. 민족성에 대한 ..
홍타이지의 부인이자 순치제의 어머니, 강희제의 할머니인 효장태후(孝庄太后)는 중국사상 대표적인 여성 정치가이다. 지혜와 강단을 겸비한 여걸로, 자신이 직접 권력을 휘두르는 유혹에 빠지지 않고 황제 셋을 성실히 보필하여 신생 청조의 기틀을 다졌다. 본명은 보얼지지터 부무부타이(博尔济吉特·布木布泰)로 호르친 몽골 부족(科尔沁部) 태생이다. 호르친 부는 청조 초기부터 결혼 동맹을 통해 아이신 기오로 가문에 적극 협력했으며 북방 수비 역할을 담당했다. 효장태후(孝庄太后) 내몽골 자치구 초원 분포 - 호르친 초원의 위치 17세기 초 명말 시기의 후금과 호르친 부 위치. 오른쪽 아래 지도는 명 초기의 여진족 각부 분포. 헤이룽장강 근처 가장 추운 지역이 야인여진, 그 아래가 해서여진, 그 아래가 건주여진으로, 청조..
베이징에서, 아니 어쩌면 아마 내가 아는 장소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을 실컷 쏘다닌 얘기를 해보겠다.베이징 종루(钟楼)와 고루(鼓楼) 근처에는 원나라 시대부터 오래된 명소인 후통(胡同, 골목길)이 많다. 이곳에는 나이 지긋한 라오베이징(老北京) 어르신들이 많이 살고 있다. 물론 엄격하게는 최소 3대가 여기서 산 노인이라야 라오베이징 사람으로 치지만 나한테는 뭐 다 엄청난 베이징 선배님들만 가득한 곳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공간이자, 낮에 햇볕 쬐고 이웃들끼리 잡담 하고 장기 한판 두는 휴한의 공간이다. 내 꿈은 언젠가 여기 할아부지들 마작판에 쓱 끼어들어서 마작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얼굴도장 찍으려고 거의 매일매일 출석체크를 했다. 아마 이 꿈은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종고루 근처의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