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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2014년 겨울에 모스크바 갔을 때 칼미키아 사람들을 몇 알게 되었다. 어떤 바에 1주일 간격으로 두 번 찾아갔는데, 갈 때마다 마주쳤던 한 그룹의 친구들이었다. 생긴 게 내 친구랑 너무 닮아서 고려인인가 싶어 물어봤더니 칼미크족이란다. 와, 오이라트 후손 아니냐고, 너무 반갑다고 반색을 했더니 그 쪽에서 더 놀라고 반가워 했다.이 사람들은 한 무리의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대여섯 명을 한꺼번에 알게 되었다. 덕분에 2015년에 다시 한번 모스크바를 갔을 때 또 만날 수 있었다. 이 중에 한 분이 몇 개월 전 내가 마침 핀란드 여행을 준비중일 때 만네르하임 사진을 올렸다. 중앙아시아 탐험 중에 찍은 오이라트인 사진들! 이 사진들을 다시 웹검색해서 러시아 블로그들을 찾아냈다. 원글 캡션에는 전부 칼미크인이라고..
이번에 토르구트 귀순비 드디어 목격!! 캬!! 2017. 9. 20. 수. 딱 1주일 됐다. 토르구트 이야기는 이전 글에서 꽤 자주 다뤘다. 토르구트는 오이라트(서몽골) 연맹을 이루던 한 부족이다. 강희제가 네르친스크 조약 및 3차례의 친정을 통해 정복하려 했고 십전노인 건륭제가 끝내 복속시킨 준가르가 오이라트 부족 중 제일 잘 알려져 있다. 나머지가 호쇼트, 데르베트, 토르구트다.오이라트는 신장의 준가르 분지를 중심으로 중국 서북부에 살았다. 티베트 불교를 믿고 티베트 내정과도 많이 얽혀 있었는데 특히 칭하이 성의 코코노르(칭하이 호) 주변에 살던 호쇼트가 그렇다. 호쇼트의 라짱 칸과 제5, 6대 달라이 라마, 제5대 달라이 라마의 섭정 상게 갸초, 그리고 강희제에 얽힌 이야기가 특히 어마어마하게 재밌..
아편전쟁 이후 체결된 난징조약(1842)으로 동아시아의 전통적 조공체제는 막을 내리고 청은 근대 조약체제에 편입되었다. 그런데 청은 이전에 이미 러시아와 호혜·평등을 원칙으로 하는 네르친스크 조약(1689)과 캬흐타 조약(1727)을 맺은 적이 있다. 강희 연간의 네르친스크 조약은 헤이룽장 국경을 확정하고 현지 주민의 관할권을 정리하는 내용이었다. 옹정 연간의 캬흐타 조약은 러시아인들이 베이징 외에 캬흐타 등지에서도 국경무역에 종사할 수 있도록 했고, 베이징에 러시아 정교회 교당 건설을 허용했으며 할하(외몽골)와 시베리아 간 국경을 확정하는 내용이었다. 청은 왜 조공·책봉 체제의 전통에서 한참 벗어나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러시아와 대등한 입장에서 조약을 체결했을까? 바로 준가르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오이..
이 블로그에는 아주 눈엣가시같은 글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 제일 대표적인 것은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읽고 쓴 글이다. (bravebird.tistory.com/355)정말 감명 깊게 읽은 책이지만 도대체 어떤 부분이 내 일상의 무슨 구체적인 조각을 건드렸는지 얘기하는 데 실패했다. 개인적인 인상을 구체적인 글로 번역해내는 데는 원래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해를 도울 에피소드나 이미지를 찾아내서 아이디어와 연결시키고, 생각을 다듬고 단어를 골라가며 글을 여러 번 수정하는 엄청난 노동이 필요하다. 그런 노역은 귀찮아 전부 생략했기 때문에 저 따위가 된 것이다. '좋은 차와 번듯한 집 이거 진짜 원하는 건가?' 하는 뻔하디 뻔한 하품나는 생각이 그나마 저 글의 중심 생각인 듯 하다. 그런데 '개인주의'와 ..
계절 바뀌는데 입을 바지가 없어서 퇴근길에 잠깐 사러 갔다. 한번 옷가게를 가면 다른 것도 죽 살펴보고 입어도 본다. 당장은 살 마음이 없는 옷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감을 잡아보려고 한번 입어본다. 살 옷이랑 매치시킬 만한 건 뭐 있는지 꼭 물어보고 걸쳐본다. 최대한 조합해서 다양하게 써먹어야 하니까. 어제는 와 이건 뭐 세련되고 우아하기가 그지없는 올블랙 롱 원피스가 있어서 입어봤다. 소재도 디자인도 절제미가 있는 훌륭한 기본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잘 살펴보니 보통 옷이 아니었다. 앞 중간부분이 깊이 수직 절개돼 있고, 갈라져 보이는 안에는 비치는 검정 슬립이 들어있었다. 코피 빵!! 그냥 입고 서있으면 심플한 옷인데 저런 반전이 숨어있는 것이다. 옷이 이 정도는 돼야 입는 재미가 있다.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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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가 쓴 Let My People Go Surfing 책을 주말에 다 읽었다. 파타고니아는 아웃도어 브랜드 회사인데 평소에 옷 잘 만든다고는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더 멋지다. 나는 비즈니스 월드에 대해서 대체로 삐딱한 생각이다. 직접 몸을 담게 되면서 좀 바뀌긴 했어도 이 두 가지 생각은 그대로다. (1) 이런 물건 없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데 자꾸 없는 욕망까지 조장해서 팔아 먹는다. (2) 이렇게까지 일 안해도 생존에 문제가 없는데 수당도 안 줄 거면서 쓸데없는 트집을 잡아 퇴근을 안 시킨다. 이런 인상이 뿌리가 박혀 있다. 사실 이젠 나도 그 일부가 되었음을 인정하기 때문에 시장의 압박이라든지 인간의 어리석음^O^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곳이 세상에 어딨겠는가 싶고..
안네 프랑크의 집. 이번 휴가 때 사진 거의 찍지 않았다. 그나마 남은 것도 다 발로 찍은 것 같다. 뭐 구글 검색하면 좋은 사진 천지니까 골라잡으면 되므로 상관 없음. 여하간 친구랑 따로 일정을 잡았던 이날, 오전 내내 암스테르담 유대인 지구를 구경하고 저녁 때 마지막으로 안네의 집을 찾았다. 줄이 엄청나게 길어서 들어갈 생각은 애초에 접었다. 운하변에서 안네의 일기를 읽으며 안네의 창문이랑 맞은편 건물을 하염없이 쳐다보다 왔다. 안네가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을 풍경.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안네의 일기를 마저 읽다가 목이 메어서 잠깐 울었다. 안네는 어처구니없이 밝고 씩씩한 사람이었다. 책 반납 전에 헤어지기가 너무 아쉬워서 그 자리에 앉아서 베껴 적고 반납했다. 범우사 책이었음. 안네는 굉장히 영리한..
아우구스투스 프레데릭 루돌프 회른레: 1821년 인도에서 태어남. 독일계 성공회 선교사의 아들. 런던에서 산스크리트어를 배웠고, 당시 영국령 인도의 수도였던 캘커타에서 학문 연구. 인도 고문서 해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다. 영국 편에서 고문서 수집 경쟁에 참여했다. 희대의 고문서 위조범인 이슬람 아훈에게 깜빡 속는 바람에 뻘논문까지 쓰게 되지만, 동료 학자들이 슬쩍 넘어가줌. 개이득~ (오렐 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클릭)바우어 고사본 일부. 위키피디아 펌. (이미지 클릭) 바우어: 인도 육군 정보부 장교. 스코틀랜드 탐험가인 앤드루 댈글라이쉬(Andrew Dalgleish)를 청부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해 수색하던 중, 굴람 카디르라는 현지인으로부터 51매의 자작나무 껍질로 된 문서를 사서 캘..
8시 출근 23시 퇴근 24시 집도착;; 그건 둘째치고 일 내용 자체에 대해서 관심이나 의욕이 없고 수동적인 자세라 요즘 하는 일이 정말 발퀄인 것 같다. 매너리즘 쩐다. 만사 귀찮다. 묻는 말에 대답도 깔끔하게 못 하겠고 왠지 모두들 앞에 바보가 된 것 같고 스스로 한심하다. 회사 다니면서 뭘 배웠는지 묻는 글에 댓글로 대답한 적이 한번 있다. 오랜만에 접속해서 그 댓글을 한번 읽어봤다. 2014년에 적은 것이다. 말은 참 기가 막히게 잘해요..ㅋㅋ... 이래서 글쓰기는 자꾸 경계하게 된다. 어눌해도 좋으니 행동이 꽉찼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훌륭한 동료들이 주변에 꽤 있다. 나는 갈 길이 먼 사람이지만 보고 배울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어디서든 배울 점은 찾을 수 있음. 잘하지 못하는 시절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