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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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동남아시아

방콕 첫째-둘째날

bravebird 2024. 2. 24. 20:30

이 글은 노트 앱에 매일 틈틈이 남겨둔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한다. 여행을 다니면서 어떤 식으로 기록을 해야 할지 좀 실험 중이다. 기존에는 일기장에 그날그날의 팩트 위주로 휘갈겨 기록을 하고 나중에 생각이 많이 나는 것에 대해서는 아예 새롭게 써서 블로그에 올렸다. 아주 일부분만 블로그에 올렸다. 그런데 이번은 출타 기간이 길어서 틈틈이 기록을 남겨두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라는 개념은 없을 듯 하다.
 
출발하는 날 집에서 아침부터 분주히 출국 준비를 했다. 원래 500불을 준비해 놨는데 공항에서 200불을 추가로 뽑았다. 부탄에서 드라이버와 가이드 팁으로만 그 정도 쓸 것 같아서 더 필요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번은 바로 직전보다는 짐이 무거웠다. 뺀다고 뺐는데도 많았나 보다. 중간에 포기하고 많이 버려야 될 듯 하고 추운 데부터 가서 두꺼운 옷을 빨리 집으로 부쳐 버려야겠다. 근데 난 여행에서 생필품이나 옷을 쇼핑해 가면서 다니는 게 더 싫다. 

 

 

원래 책은 한 권도 안 가지고 오려고 했는데 결국 칼림퐁에서 샀던 칼림퐁에 관한 책 한 권을 가져와서 공항과 기내와 중간중간 쉴 때 읽었는데 금방 넘어갔다. 잘 가져온 것 같다. 재밌고 알차다. 칼림퐁에 가면 저자가 운영하는 북카페에 가볼 예정인데 이 분이 쓴 칼림퐁에 대한 책을 더 사오고 싶으니 칼림퐁 숙소 주인 아저씨에게 미리 연락을 드려야겠다. 저번에 갔을 때 숙소 주인 아저씨가 이 책 저자와 친구라고 하셨었다. 기내에서는 책만 본 건 아니고 탑승하자마자 이륙도 하기 전에 엄청 잤으며(비행기 특) 먹을 것 냄새 맡고 일어났고 중간에 게임도 했다. 
 



방콕 공항에 내려서는 심야에 숙소까지 택시타고 오느라 욕봤다. 일단 카드결제가 안 되길래 급히 현금 2000바트를 뽑아야 했는데 약 7만 몇천원 돈에 불과한데도 출금 수수료만 11%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방콕에 올 때는 현금이 꼭 필요하다. 택시 기사는 구글 지도를 이용할 줄도 몰라서 내 숙소가 어딘지 모른다고 승차거부를 했다. 밤 11시쯤 되어가는 시간이라 마지못해 다른 택시 하나를 집어탔는데 이 기사는 미터기대로 가면 흥정해서 가는 것보다 훨씬 더 비싸다며 흥정가를 500바트로 불렀다. 이게 대체 말이 되는 소리여야지 원... 내가 미터기 틀라고 해서 결국 미터 틀었는데 337 바트 나왔고 이래저래 뭐가 더 붙어서 400바트 주고 왔다. 고속도로 통행료 25바트 정도 냈다. 나는 이렇게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택시를 흥정해야 하는 게 너무 싫고 심야나 새벽에 공항에서 숙소 이동하는 그런 게 너무 귀찮다. 인도가 이 점에서는 약간 나은 게 대도시에서는 우버가 막힘없이 잘 되는데 방콕에선 우버가 안 된다는 사실을 몰라서 내가 그랩이나 볼트 같은 앱을 안 깔고 무작정 온 게 잘못이었다. 나중에 갑자기 미터 끄고 개소리 할까봐 사진 찍었는데 숫자는 정작 안 보임.
 

 
 
숙소는 캡슐호텔이었다. 내가 잠자리는 별로 가리지 않는데다 일단 잠자리가 딱 독립돼 있어서 좋다. 화장실은 공용이다. 내가 1인실 숙소를 간다면 잠자리 때문이 아니라 샤워 때문인데 심야에 방에 들어오거나 아침에 일찍 나가도 마음대로 화장실을 써도 되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은 돈을 쓰기만 하면서 다니는 장기 여행이므로 1인실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야 할 듯 하다. 첫날에는 도착한 시간이 너무 늦어서 당장 쓸 짐만 간단히 풀고 대충 씻고 누웠다. 다행히 공항 실내에 있다가 택시를 타고 온 거라 땀이 많이 나진 않았다.
 

 
 
다음날 아침은 구글 맵에서 근처에 국수집이 보이길래 와봤는데 2018년도부터 매년 미슐랭 맛집으로 선정된 곳이었다. 단돈 70바트인가에 똠얌 국수 중자를 맛있게 먹었는데 양이 좀 적었다. 나중에는 대자로 시켜야될 듯 하다. 먹고 나서는 근처에 있는 벤짜시리 공원이 포켓몬 성지 그 자체이길래 한 바퀴 돌면서 포켓스탑을 돌렸다. 하여튼 방콕 올 때 아무 것도 조사한 것이 없다. 걍 지도에 보이는 대로 감.
 

Rung Rueang Pork Noodle
벤짜시리 공원 (앉은 자리에서 동시에 포켓스탑 10개 정도 잡힘)

 
 
그 다음은 지하철을 타고 잇싸라팝 역까지 가서 왓아룬까지 걸었다. 너무 더웠다. 핸드폰이 뜨거워져서 카메라 구동이 안 되기도 한다. 디지털 카메라를 따로 가져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걸 따로 들고 다니는 게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의미가 있구나. 왓아룬을 보고서는 보트를 타고 강 건너로 넘어가서 태국 왕궁과 왓프라깨우를 둘러봤다. 불교 사원인 왓프라깨우에 들어가서 한국 스타일로 삼배를 했더니 태국 할머니가 웃으며 합장해주셨다. 나는 신전 같은 데 가면 무조건 다 기도는 하는데 뭘 빌어야 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아서 다른 사람 좋은 일만 빌곤 했는데 이번엔 오직 내 생각만 하며 세 가지 바로 떠올려서 빌었다. 
 
1. 나도 하면서 즐겁고 세상에도 일말의 도움이 되는 일을 찾을 수 있기를
2. 그런 일을 찾게 되면 각고의 노력을 다할 수 있게끔 건강을 지킬 수 있기를
3. 화를 줄일 수 있기를
 
그리고 세 가지 일에 감사했다. 
 
1.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심신 멀쩡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
2. 원하는 것은 대체로 스스로의 힘으로 얻을 수 있었던 것
3. 꼭 필요한 때에 휴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
 

왓아룬
왓프라깨우

 
 
딸린 식구가 없는 덕분에 그동안 꿈만 꿔오던 장기 여행을 바로 실천할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족이 있었다면 적적하지 않고 마음 둘 데가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을 것이다. 뭐 어떻게 돼도 감사하다고 운 좋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무렇게나 살아도 상관이 없는 것 같다. (?) 어떻게 살든 간에 70살 80살 먹은 할머니가 되어서 모든 일을 다 지나간 일로 만들면 성공이란 말이야. 
 
왓프라깨우에 가기 전 먹은 코코넛의 영향인지 똥이 너무 마려워서 왓포사원으로 서둘러 향했다. 역시 화장실엔 휴지가 없었고 변기 테두리 상태를 보니 대인신뢰가 없는 공간임이 역력했다. 그나마 옆에 인도식으로 샤워기가 있어서 한번 헹궜다. 다만 내가 휴지를 가져올 것을 깜빡 잊어서 자판기에서 사야 했는데 양이 턱없이 적어서 더 사서 썼다. 그 전에 편의점에서 단백질 음료랑 우유 사마시느라고 만든 동전이 없으면 적잖이 당황했지 싶다. 관광지를 다닐 땐 역시 개인 휴지를 꼭 다니고 다니는 것이 좋을 듯 하다. 하여튼 일을 보고(?) 마음이 편안해진 후에(!) 왓포에서도 똑같은 기도를 했다. 그리고 거대 와불상을 봤다.
 

왓포 와불상

 
 
이날 바로 근처에 있는 메모리얼 브리지 위 야경 스팟에서 친구 H를 만났다. 그리고 너무 놀랍고 감사하게도 W도 태국으로 놀러를 왔다. 셋이 다 같이 만나서 왓아룬이 건너다 보이는 촘 아룬이라는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그 다음 카오산 로드로 이동하여 태국 맥주 창을 2잔 마시고 그랩을 잡아 타고 같이 숙소로 돌아옴. 셋의 숙소는 전부 프롬퐁 역 근처에 몰려 있어서 같이 다니는 게 용이했다.
 

 
이날 처음으로 손빨래를 좀 했는데 복면과 팔토시와 팬티는 다음날 흔적도 없이 바짝 말라 있었다. 만족한다. 
 
그리고 할 말 많은데 진짜 반도 못 쓰겠다. 여행 다니면서 유튜브 편집해서 올리고 블로그 글 쓰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하는 거임? 나 이제 밥 먹으러 나가야 돼. 나가서 놀아야 된다. 내일 새벽 6시 비행기 타야 돼서 오늘 거의 밤 새야 될 수도 있으니까 그때 더 추가하든지 할 것이고 귀찮으면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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