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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대통령이 파면이 됐다. 파면까지 이르지는 않길 바랐으나, 사실 법리적 측면만 놓고 봤을 땐 이러한 결론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전 대통령이 제기했던 각종 선거 관련 의혹이나 안보 위협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히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적 의미에서 그러하다는 것이지, 법리적으로 그가 실체적인 물증을 갖추고 행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여러 사안에 대해 심증은 갖고 있었으나 물증이 부족한 채 계엄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사용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뜬금이 없었을 것이다. 비록 인명 피해는 없이 짧은 촌극으로 끝났으나 의문을 자아내는 조치였다. 일반 시민이나 정치인은 오늘의 재판에 대해 각자의 정견에 따라 여러 의견을 가질 수 있겠지만, 헌법재판관들로서는 최종 결론을 오늘과 같이..
나는 안보관은 예전부터 보수이다. 기본적으로 안보나 외교에 있어선 이상주의보다 현실주의가 맞다고 봤다. 서해교전, 천안함, 연평도 같은 사건 모두 뉴스로 생생히 봐서 기억하며,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하는 음모론자들은 정신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봤다. 더하여 중국사를 좋아하는데 특히 유목국가와 정주국가 간 관계에 관심이 많아서 그로부터 북한과 남한의 관계를 유추해서 이해하다 보니 북한이 경제적 자립 불가한 약탈국가며 핵무기를 활용한 위협과 갈등이 체제유지 수단이라는 인식이 분명하였다.경제관은 20대 중후반 정도까지만 해도 진보 쪽에 좀더 가까워서 신자유주의보다는 수정자본주의 내지 사회민주주의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20대에 원래 대부분 아직 가진 것은 없고 혈기 내지 정의감 같은 게 많으니까 자연스러운 수순..
나는 트럼프를 인간적으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관세를 높이고 내수와 제조업 기반을 확충하고자 하는 그의 정책 방향성 자체는 상당 부분 논리적으로 이해가 간다. 현재 인건비와 물가가 비싼 미국에서는 제조 공장이 빠져나갔고, 이로 인한 공급망의 취약성은 코로나 시기에 극명하게 드러났다. 국제 무역과 분업은 효율적이나, 기본적으로 실물 기반 산업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고용을 창출하고 대외 의존성도 줄일 수 있다. 이는 기본적인 식량 안보, 에너지 안보, 반도체 안보가 중요한 이유와도 같다. 그런 면에서 트럼프의 정책 방향성은 꽤 냉철한 현실 인식에 기반했다고 본다. 트럼프가 그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이나 본인을 표현하는 태도가 거칠어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가 제시한 문제의식이나 그가 당선..

把는 중국어에서 매우 자주 보이는 글자입니다. 기본적으로 '쥐다'라는 의미의 동사입니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한) 줌'이라는 양사이기도 합니다. 동작의 대상을 강조하는(SVO 구조가 기본인 중국어에서 O를 앞으로 전치시키는) 개사(영어의 전치사에 해당)로 쓰이기도 합니다. 쥐는 동작은 뭔가를 극명하게 대상화하는 동작이기에 동작의 대상을 나타내는 개사로 의미가 발전한 것입니다. 이 용법으로 제일 자주 보게 됩니다. 오늘 어떤 글을 읽는데 一把가 '한 줌'이라는 즉자적인 의미 그대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어디선가 '한 수 보여주지!' 하는 말도 一把라는 표현을 활용했다는 기억이 어렴풋이 있어서 찾아보았습니다. 의미상 완전히 통하는 영어의 grasp와 꿰어져서 기억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1. 내가..

그간 내 정치관이 어떻게 형성돼 온 것인지 종종 되짚어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역사 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빼놓을 수 없는데, 내 한국사 기초 지식은 사실 수능 때에 머물러 있어서 업데이트가 필요하긴 하다. 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는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해 공과 중에 과가 강조되고 북한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으로 서술되었다는 논란이 있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 바로 이 책으로 근현대사를 배우고 수능을 봤다. 고등학교 졸업 때쯤 이 교과서 관련 논란에 대해 알게 됐던 것 같다. 그래서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다시 읽어보려고 보관을 꽤 오래 했다. 근현대사를 저 책으로 아예 처음 접했으므로 당시로서는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근데 게을러서 결국 다시 펴보지 못했고 아마 몇 년 전에 버렸..

요즘 자각몽을 자주 꾸는데 정말 신비롭다. 내가 자각몽을 꾸는 조건은 주로 자다 깨서 잠이 들락말락 하거나 얕게 잠든 때인 것으로 생각된다.난 뭔가 꿈을 꿨다는 느낌만 어렴풋이 있지 기억을 거의 못하는 편이었는데 재작년 말 정도부터 입면환청, 엄청난 속도의 삽화적 이미지, 자각몽, 심지어 예지몽 등 꿈 관련해서는 신세계를 보고 있어서 이제 자다 깨면 녹음할 것이다. 예지몽은 무슨 미신 오컬트 그런 차원이 아니라, 사람이 자는 중에 뇌가 현상을 해석하고 뭔가를 직감하고 시뮬레이션하고 대비하기 때문에 결국 높은 확률로 실제 일어나는 일이 되므로 예지몽이 되는 것이라고 본다.자각몽 1.꿈 내용 자체는 기억이 안 난다. 그러나 꾸다가 이게 꿈인 걸 알았다. "이거 꿈인데 깨어나면 기억을 거의 못할 거니까 카메라..
이거 내가 상상하기 즐기는 주제이다. 매우 재미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거나 꼭 애를 낳아 길러야겠다는 가치관이 있는 건 아니라서 이번 생에 엄마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는 항상 재미가 있다.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 내가 자라면서 한 것들, 혹은 부모님이 날 키우면서 실천하신 것 중에 좋았던 것들, 성장기를 돌아볼 때 아쉬웠던 것들,2020년대 한국의 육아를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반면교사 삼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생각해보고 반영시키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최근 한국의 육아 문화에서 기함하였던 것들은 언급을 해야겠다. - 무조건 보호자가 등하교를 시켜야만 하는 것 (이것은 규정으로 되어 있어 선택지도 없어 보인다)- 중..

작년 여행을 떠올리면 유난히 기억이 많이 나는 부분이 있다. 작년에 네팔에만 2개월을 있었고 카트만두 타멜에 오래 지냈다. 포카라와 룸비니 일정이 다 끝나고 카트만두로 돌아왔을 때 타멜에 짐을 풀었었다. 그러다 랑탕 트레킹을 다녀와서 쉬다가 또 쿰부 트레킹을 다녀와서 쉬었다. 그러니까 타멜에 꽤 오래 있었는데 그때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들었다. 그 생각이 무척 많이 난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알게 된 것은 한 2~3년 전으로 노래의 명성에 비하면 너무 최근이다. 작년 타멜에서 불현듯 이 노래가 생각나서 듣기 시작했다. 내용이 마치 카뮈의 이방인 같다는 생각을 했다. 웃긴 것은 난 보헤미안 랩소디는 정말 좋아한 반면, 대학교 때 읽은 이방인은 뭐 이런 이상한 책이 있냐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이걸 명작이..

어제 초저녁에 일찍 잠들었다가 새벽에 깼는데, 그 후로는 한동안 깊이 잠들지 못했다. 다시 잠들려고 시도했지만 여전히 깨어 있는 상태임을 느꼈다. 반쯤 졸고 있었으니 아마도 눈을 감고 있었을 텐데도 심지어 눈을 뜨고 깨어 있다고 느꼈다. 진짜 깨어 있었는데 막 잠으로 빠져들기 시작한 상태였는지, 가짜 깨어남 즉 한창 꿈꾸고 있는 상태에서의 착각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여튼 현실과 꿈이 잘 구별되지 않는 상태였다. 이때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삽화적인 이미지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거나,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내 평소의 생각들 내지 무의식이며 이건 꿈이라는 걸 분명히 인지한 채로 내용을 귀기울여 들었다. 들은 내용을 기억해서 글로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결국 잠이 들었고 아침에 출근하려고 깨어났을 ..

예전부터 학교든 회사든 취미 모임 같은 데서든 좀 난감했던 점이 있다. 나는 정치 성향을 굳이 따지자면 중도 우파 쪽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데 학교나 회사나 모임에서 반대쪽 성향인 분들이 상당히 정치 의견을 뚜렷하게 피력하는 경우가 많았다. 옛날에 학교 선생님들도 좀 그랬고, 현재 우리 업계 자체가 그런 성향인 걸로 잘 알려져 있으며, 내가 현재 속해 있는 어떤 스포츠 모임에서 20~30대 여성 회원만 모아놓은 카카오톡 단체방이 있는데 그 인구 특성상 또 그런 성향인 모양이다. 반면, 자유주의 보수 우파 쪽 사람들은 무리짓는 걸 대체로 즐기지도 않는 것 같고, 정치 이야기를 아예 입에 잘 올리지 않는 것 같다. 그... 광화문 같은 데 맨날 계시는 태극기 부대 그런 극단적인 분들 말고... 20~40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