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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첫 번째. 물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물건이 상하는 걸 굉장히 싫어해서 잃어버리거나 더러워지면 속상해 한다. 뭐든 흠집없이 고이 오랫동안 사용하려고 노력을 한다. 옷의 올이 약간 풀리거나 보풀이 생기는 것도 싫고 가방에 흙이 묻는 것도 싫다. 네팔과 인도에서 장기 여행을 하다 보면 도저히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없다. 풍상이란 것이 얼마나 강력한지 매일 느낀다. 모든 것이 먼지바람과 마찰로 쉽게 더러워지고 상해 버리며 이동이 잦기 때문에 잃어버리기도 쉽다. 여기 사람들은 풍상 앞에서 약간 포기했기 때문에 물건이 상해 버리거나 잃어버려도 그다지 속상해하지 않는다. 물건은 적당한 걸 취해서 한동안 유용하게 썼으면 그걸로 그만이다. 사라지거나 상하면 고이 잊어버리고 새로 사면 된다. 적당..
현재 초모리리와 푸가 인근의 목초지에서 돌아와서 다시 레에 있다. 명절 및 가족 행사차 고향에 온 다람살라 친구들과 그 가족, 친척, 친구들과 매일 함께다. 혼자인 때가 거의 없으므로 한동안 글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계획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고 계획할 수도 없었던 행운들이 이어진 여행이 계속되고 있다. 7월 26일이면 인도 체류 90일째가 된다. 그때쯤이면 여행이 만 5개월째다. 비자 규정상 한 번 입국 시 최대 90일까지 체류 가능하므로 인도는 곧 빠져나가야 한다. 그래서 요 며칠 전부터 준비해서 파키스탄 비자 1개월짜리를 오늘 신청 완료했다. 넉넉하게 2개월로 하고 싶었으나 최근에 1개월 이상짜리는 잘 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또 리젝트 당할 경우에 수정 제출 후 기다리기가 번거로워서 그냥 1개월로 ..
초마가 잔스카르에 다시 나타난 것은 푼촉에게 부담이었던 것 같다. 당시 티베트는 은둔 국가였기 때문에 외국인에게 티베트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간첩 행위로 간주될 위험이 있었다. 따라서 푼촉은 장라보다 더 외진 곳으로 가자고 했다. 바로 잔스카르의 푹탈 사원이다. 푹탈 사원은 잔스카르의 하이라이트 그 자체이자 내가 잔스카르에 간 이유이다. 2019년 심라에서 만난 콜카타 친구 라제스와리가 2022년에 추천해준 후 꼭 가고 싶었다. 라제스와리는 도로가 부설되지 않았을 당시 3일씩이나 트레킹을 해서 푹탈 사원에 갔다. 라제스와리가 일부러 고생을 자처한 게 아니라 걸어서만 갈 수 있을 만큼 심산유곡에 있다. 2024년 6월 23일에 내가 갔을 때는 접근성이 대폭 개선되어서 트레킹은 단 1시간이 걸렸다. 잔스카르 ..
6월 29일 토요일 라다크 잔스카르 밸리의 중심지인 파둠을 떠나서 레로 왔다. 그 전날인 6월 28일 금요일 아침, 초마가 승려 푼촉과 함께 면벽 수행하듯이 티베트어를 공부했던 장라 고성(Zangla Palace)에 다녀왔다. 장라 고성은 파둠 중심부에서 33km 정도 떨어져 있다. 파둠에서 지낸 게스트하우스 호스트 리즈완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데리고 가줬다. 뿐만 아니라 돌아오는 길에 있는 주요 볼거리 총 세 군데(카샤 사원, 실라 폭포, 걀와 링나)도 데려다 줬다. 잔스카르는 워낙 외진 데여서 다른 관광객들을 쉽게 만날 수 없었기에 혼자 택시를 대절하려면 금액이 상당해서 못 갔을 것 같다. 게다가 난 게스트하우스 방도 1박 500루피에 혼자서 썼다. 리즈완의 가족들이 밥도 다 해줬다. 그래서 떠나는 ..
현재 히마찰 프라데시 마날리에서 이틀째다. 곧 라다크 잔스카르로 들어가려고 한다. 가는 곳마다 정보를 주는 인도 전문가 러시아 친구 알렉산더 덕분에 중요한 사실이 생각나서 책 한 권을 재독 중이다. 헝가리인 티베트 학자 알렉산더 초마에 대한 The Hungarian Who Walked to Heaven. 원래는 초마에 대해서 거의 몰랐다. 2022년 말에 다르질링을 갔을 당시, 알렉산더가 초마 묘소에 한번 가보라고 알려주어 알게 되었다. 초마에 대해 알아보려고 고른 이 책은 비행기 안에서 금방 끝냈을 만큼 100페이지 정도로 간결하면서도 내용이 충실하고 흥미진진하여 추천하고 싶다. 헝가리는 민족 및 언어적으로 타 유럽국과 구별된다. 헝가리 민족의 기원은 학계의 오랜 호기심거리였으며 아시아 유목 민족인 훈..
6월 1일에 다람살라에 와서 아직도 이곳에 있고 아마 6월 전체를 히마찰 프라데시에 있을 것 같다. 히마찰 오기 전에 실리구리에서 뉴델리로 비행기 타고 와서 구르가온에 이틀 머물렀는데 그때도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글이 너무 밀렸고 그동안 너무 특별히 재밌었기 때문에 뭘 어떻게 어디서부터 다 써야 할지도 잘 모르겠지만 오늘 틈이 생겨 델리와 구르가온의 일을 마저 조금 남겨 본다. 델리에서는 마침 오광이가 귀국 직전이라 일정이 잘 맞았다. 오광이는 아루나찰 프라데시 퍼밋을 같이 받아 타왕을 함께 여행한 한국인 여행자 친구인데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같이 겪은 사이라고 할 수 있다. 타왕 이야기는 무조건 따로 쓴다. 타왕에서 우연히 만나 우리랑 같이 놀았던 체텐도 마침 델리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우리 셋은 다..
바그도그라에서 비행기 타고 와서 도착한 구르가온에서는 너무 고맙고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누구인지는 비!밀! ㅋㅋㅋㅋ 숙소를 예약하고 미리 돈을 냈는데도 거기서 잘 수 없었던 나에게 방 한 칸을 기꺼이 내어준 은인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며칠간 데리고 다니며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시원한 차도 태워주고 인도 국립박물관도 함께 구경하고 다람살라 가는 야간 버스도 기다려 주고 모든 면에서 세심히 보살펴주었다. 덕분에 구르가온과 델리에 지내는 며칠간 그야말로 호강했고 든든했으며 즐거웠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솔직하게 나누어 주었으며 소중한 시간을 기꺼이 내어 주었다. 이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라면 감당하기 어려울 만한 일인데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끝까지 야무지게 자기 자신을 도운 결과 어려움을 확실..
현재 다람살라 맥로드 간즈이며 모처럼 시간이 나서 태블릿을 들고 카페에 와있음. 오늘은 인도 여행 절망편. 지금 C Form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내일부터 이틀간 달라이 라마 설법이 있는데 참가하려면 숙소에서 만들어주는 C Form이란 문서를 내야 한다. 그런데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우리 숙소에서 만들 줄을 모른다. 그냥 한 장짜리 서류를 양식만 채워서 주면 되는데 일요일이라서 못 만든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인지 아예 모르겠고 영어도 잘 안 통해서 두손 두발 다 들었다. 11시까지 만들어 준다길래 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시간만 낭비했다. 내가 어제 새벽 3시 돼서 자고도 이거 신청하러 가려고 6시에 일어났는데 그냥 기다리다가 아침이 다 갔다. 안 되는 이유가 주말이어서인 거면 아예 처음부터 안 된다고 할..
5월 26일 일요일 다르질링 * 7시부터 택시스탠드 대기 * 8시-9시반 라방라-싱탐 이동 * 9시반-10시경 싱탐-랑포 이동 * 랑포 체크포스트에서 시킴 출경 도장 받음 * 11시-12시경 랑포-칼림퐁 이동 * 12시반-18시반 칼림퐁-다르질링 이동 (극성수기라 미친 교통체증) * 이동하는 길에 1박 1500짜리 홈스테이를 하나 예약했는데 도착해 보니 예약 메시지를 못 받았고 남은 방도 없다는 거임 ㅋㅋㅋ 방을 하나 줄 수는 있는데 이미 그 방에 있는 다른 사람을 나오게 해야 되고 1800이라는 거임... * 전날 와서 이미 숙소 가족과 친구가 된 브라질 사람 프란치스코가 무슨 천사 같은 미소를 짓고 나오면서 자기 방을 양보해주고 간이 방(?)으로 이동하겠다고 함. 1박 1800으로 예산초과에 화장실마..
5/23 목요일 (Buddha Purnima) * 조식 먹고 숙소에서 시간 보냄 * 숙소 아저씨가 강톡 가는 셰어택시를 예약해 주심 * 숙소에서 중식도 해주심 * 쿠날이 택시스탠드에 마중 나와줌 * 셰어택시 타고 가는 길에 석가탄신일 행렬 구경 * 랑포 체크포스트에서 시킴 퍼밋 획득 * 오후 3-4시경 강톡 도착 * 숙소 올라가는 길에 미친 개새끼한테 깨물렸으나 긴바지라서 살이 꿰뚫리진 않았고 피멍 5개로 그쳐 광견병 우려는 없음 ㅋㅋㅋ 역시 인도에선 피부를 가리는 것이 상책이다 * 짐 풀고 카페 픽션(=라치나 서점)으로 이동 *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라만 아저씨와 얘기함 * 서점에 같이 있다가 서점이 닫을 때 라만 아저씨와 내게 차를 태워준 슈밤과 저녁으로 한식을 먹음 * 4인 도미토리였는데 나머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