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한국어와 일본어에서 "이다"와 "있다"의 차이점 본문
한국어와 일본어를 비교하다 보면 두 언어의 존재 개념의 표현 방식에서 흥미로운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어에서 "이다"와 "있다"를 구별하여 파악하는 것과 달리 일본어에서는 "である" 표현을 통해 두 개념을 연속선상에서 파악하는데 이는 언어적 분석뿐만 아니라 철학적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언어학, 철학, 인지 등의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다소 인내심을 요하는 이 글을 읽어보시면 흥미를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단 필자의 개인적 궁금함에서 시작하였고 가설적이며 비약이 있을 수 있는, 순 흥미 위주의 내용입니다.
1. 일본어의 だ
일본어 명사나 な형용사의 보통체는 "だ"입니다. 한국어의 "이다"와 비슷하며, 부정형은 "じゃない"입니다. 여기서 "じゃ"는 "では"의 줄임말로, 회화체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では"를 분해하면 다음과 같은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 "で": 도구 또는 자격을 나타내는 조사로 "로/로써[도구] / 로서[자격]"의 의미.
- "は": 한국어의 "은/는"처럼 강조의 보조사. 생략 가능.
결과적으로:
- 긍정형: だ (이다)
- 부정형: じゃない = ではない = でない (가 아니다)
예를 들어:
- 学生だ (학생이다)
- 学生じゃない (학생이 아니다)
- 親切だ (친절하다)
- 親切 じゃない (친절하지 않다)
2. 일본어의 である
"である"는 "だ"의 문장체이므로 마찬가지로 "이다"라는 뜻입니다. で(도구/자격의 의미)와 ある(있다)의 조합으로, "로서/로써 존재하다"라는 뜻을 내포합니다.
- 彼女は社長である (그녀는 사장이다) = 社長だ
- 私は学生である (나는 학생이다) = 学生だ
- 父は親切である (아버지는 친절하다) = 親切だ
"である"를 풀어서 보면 다음과 같은 의미가 됩니다.
- 그녀가 사장이라는 상태/자격으로 있다.
- 내가 학생이라는 자격으로 있다.
- 아버지가 친절함이라는 상태를 통해 존재하다.
즉 である는 "이다"의 의미이지만 요소별로 풀어서 보면 "로서/로써 있다"의 뜻입니다.
3. 일본어와 한국어의 존재 및 상태 표현 비교
일본어에서 "없다"는 의미를 가진 "ない"는 형용사로 분류됩니다. 반대로, "(사물이) 있다"에 해당하는 "ある"는 동사로 분류됩니다.
한국어의 "없다"는 형용사지만, "있다"는 동사와 형용사의 특성을 모두 지닙니다. 이를 구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 진행형인 "-는/-ㄴ"을 넣어본다. 동사는 진행의 상을 가질 수 있지만 형용사는 불가능하기 때문.
- 주체를 사람에서 무생물 또는 동물로 바꾸어 본다. 동사는 의지가 개입된 행위를 나타내지만 형용사는 의지와 무관한 상태를 나타내기 때문. 동물에게 동작의 의지 및 주체성이 있는지에 대한 것은 별론으로 함.
이 실험의 예를 들면:
- 그 놈은 간다. → 가능 (동사)
- *그 놈은 멋있는다. → 불가능 (형용사)
- 일동, 지금 자세 그대로 있는다. → 사람 주체, 동작으로 가능 (동사)
- *책상이 있는다. → 무생물 주체, 불가능 (형용사)
- *고양이가 있는다. → 동물 주체, 불가능 (형용사)
즉 한국어와 일본어에서 "있다"에 해당하는 표현들은 품사 분류 자체가 다릅니다. 가장 기본 어휘인데 문법적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4. 두 언어의 존재 표현에 드러나는 사고 구조의 차이
한국어는 "이다"와 "있다"를 별도의 어휘로 구분하여 표현합니다. "이다"와 "있다"가 어휘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독립적 개념이며 두 단어는 형태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어원적으로는 기원이 다릅니다.
- "이다": 상태나 자격을 서술하는 연결어.
- "있다": 존재나 위치를 표현하는 동사/형용사.
- 예: "학생이다", "책상이 있다".
반면 일본어에서는 "である"가 "이다"와 "있다"를 통합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である"는 "로서/로써 있다"라는 의미로, 상태(이다)와 존재(있다)를 동시에 표현하며 두 개념이 문법적으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 "で": 상태나 자격을 나타내는 조사.
- "ある": 존재를 나타내는 동사.
- 예: "学生である(학생이다)", "問題がある(문제가 있다)".
이 차이는 두 언어가 존재를 언어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에서 중요한 차이를 보입니다. 한국어에서는 "이다(상태)"와 "있다(존재)"를 명확히 구별합니다. 이는 존재와 상태를 구분하는 사고방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일본어에서는 "로서/로써 있다(존재)"가 즉 "이다(상태)"이므로 두 개념이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있습니다. 이는 존재와 상태를 연속선상에서 이해하는 경향을 보여줍니다.
즉 두 언어는 존재와 상태를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식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사고방식을 보여줍니다. 한국어와 일본어의 뿌리는 아직 명확히 입증된 학설은 없으나 두 언어는 문법의 근간과 고대 및 근현대 어휘 면에서 상당한 유사성을 공유하는 언어입니다. 공통 조어를 공유하는 친척 언어라는 설도 유력합니다. 그러나 인간 의식의 근본에 해당하는 존재에 관한 어휘인 '이다/있다'에서 드러나는 양국 언어의 운용 차이는 큽니다. 이들 언어가 공통 조어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아주 오래 전 갈라져서 독립적으로 진화해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5. 일본어 존재 표현 である와 존재론
일본어의 である와 한국어의 "이다/있다"를 비교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존재론적 질문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 나는 있기 때문에 인 걸까?
- 이기 때문에 있는 걸까?
- 임과 있음은 하나인가?
이러한 문제들은 서양철학의 존재론에서 다루는 핵심 질문입니다. 서양철학에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존재(being)와 본질(essence)의 관계를 계속 논의해왔습니다. 참고로 영어에서는 be 동사가 "이다"와 "있다"의 의미를 모두 갖고 있습니다.
결론
일본어와 한국어의 존재 및 상태 표현을 비교해 보면 두 언어가 존재를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의 "이다/있다"는 어휘적으로 명확히 구분됩니다. 반면 일본어의 "である"는 두 개념을 모두 내포합니다. 이는 두 언어가 많은 유사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존재와 상태에 대한 인식을 언어로 구조화하는 방식 상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일본어 표현 "である"를 통해 "로서 존재하다"를 "이다"와 동일하게 파악하는 사고 구조를 엿볼 수 있으며 이는 존재와 본질 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존재론적 사고를 자극합니다.
https://bravebird.tistory.com/132
현재 인도에 출장을 와서 국내선을 기다리는 공항에서 10년쯤 전에 썼던 위 글을 간만에 뒤적였습니다. 그 다음 ChatGPT에게 읽히고 도움을 받은 결과 최악이었던 가독성을 개선하여 본 글을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추가 수정은 필요합니다.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은 정말 재미가 쏠쏠합니다. 지금은 미루어둔 일본어가 언젠가 진일보하게 되면 본 주제를 담은 연구 자료도 찾아 읽으면 재밌을 듯 합니다.
"渡辺誠治의 박사논문인 「現代日本語の存在表現の研究」는 현대 일본어에서의 존재 표현을 심도 있게 분석한 연구입니다. 또한, 野間秀樹의 저서 「言語存在論」은 언어와 존재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탐구하며, 일본어의 존재 표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라고 ChatGPT가 알려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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