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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표 번역

bravebird 2023. 9. 28. 01:27

드디어 그 유명한 제갈량 출사표의 원문을 배우게 되어 한번 직접 번역해보겠다.

 

 

 

신 제갈량이 아룁니다. 선제께서 나라를 개창하시고 반도 이루지 못하였는데 중도에 돌아가셨습니다. 오늘날 천하는 삼분되어 있고 익주는 피폐하니, 이는 진실로 나라가 위급하여 존망이 달린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안으로는 시위하는 신하가 게으르지 않고, 밖으로는 충성스러운 병사들이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 것은 아마도 선제의 각별한 대우를 추념하여 폐하께 보답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신하들에게 의견을 구하시어 선제께서 남기신 덕을 빛내시고 지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은 실로 마땅합니다. 망령되이 스스로가 보잘것없다고 여겨 인증과 비유가 올바름을 잃은 나머지 충성스러운 간언을 막으셔서는 아니됩니다. 궁중과 부중은 모두 한 몸이니, 신상필벌을 함에 있어서 차이가 있어서는 아니됩니다. 만약 간악한 짓을 저질러 법령을 어긴 자와 충성스럽고 선한 일을 한 자가 있다면 마땅히 유사에 회부해 상벌을 논하도록 하시어 폐하의 공평하고 분명한 이치를 밝히셔야 합니다. 편벽되고 사사로운 조처로 안팎의 법을 다르게 해서는 아니됩니다.

 

시중과 시랑의 벼슬을 맡은 곽유지, 비위, 동윤 등은 모두 어질고 성실하며 그 뜻이 충성스럽고 순수합니다. 따라서 선제께서 발탁하여 폐하에게 남겨 주셨습니다. 어리석은 저는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궁중의 일은 대소사를 막론하고 모두 그들에게 자문한 연후에 시행하시면 반드시 부족하고 모자란 점을 채워 널리 이로운 바가 있을 것입니다. 장군 상총은 성품과 행실이 깨끗하고 공평하며 군대 일에 정통한 바, 지난날에 시험삼아 등용하시고 선제께서 그를 일러 능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의논하여 그를 중부독에 천거하였던 것입니다. 군대의 일은 대소사를 막론하고 모두 그에게 자문하시면 반드시 군대를 화목하게 할 수 있고, 우수한 인물과 모자란 인물이 각각 제자리를 찾아갈 것입니다.

 

현명한 신하를 가까이하고 소인배를 멀리한 것은 전한이 흥성한 이유입니다. 소인배를 가까이하고 현명한 신하를 멀리한 것은 후한이 기울고 망한 이유입니다. 선제께서 살아계실 적에 매번 신과 이 일을 논하면서 환제와 영제의 일에 대해서 탄식하고 통한해하지 않으신 적이 없었습니다. 시중, 상서, 장사, 참군 이들은 모두 곧고 성실하며 충절을 위해 죽을 수 있는 신하들입니다. 원컨대 폐하께서 그들을 가까이하고 신임하신다면 한나라 황실의 융성은 날짜를 꼽아가며 기다릴 만한 것입니다.

 

신은 본래 평민으로 남양 땅에서 몸소 밭을 갈았습니다. 난세에 구차하게 목숨을 보전하고자 했을 뿐, 제후들 사이에서 현달하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선제께서는 신을 비천하다 여기지 않으시고 외람되게도 스스로 몸을 굽히시어 세 번이나 초가집으로 찾아오셔서 신에게 당시 세상사를 물으셨습니다. 저는 이에 감격하여 마침내 선제를 위해 힘껏 뛰어다니리라 약속하였습니다. 후에 국운이 기울게 되는 지경을 만나고 패전의 시기에 임무를 받아 위난 중에 명을 받든 이래로 지금까지 21년이 되었습니다. 선제께서는 신이 근신함을 아시고 붕어하실 때 신에게 큰일을 맡기셨습니다.

 

명을 받은 이후로 밤낮 염려하고 탄식하면서 부탁하신 바를 이루지 못하여 선제의 성명을 상하게 할까 걱정하였습니다. 그리하여 5월에 노강을 건너 깊은 불모지로 들어갔습니다. 남만은 이미 평정되었고 무기와 갑옷은 충분합니다. 마땅히 삼군을 독려해 이끌고 북으로 중원을 평정해야 합니다. 노둔한 재주나마 다하여 간사하고 흉악한 무리를 제거하고 한나라 황실을 다시 일으켜 옛 도읍지로 복귀하기를 바라는 것만이 선제께 보답하고 폐하에게 충성하는 신의 직분입니다. 손익을 짐작하고 충언을 남김없이 아뢰는 것은 즉 곽유지, 비위, 동윤의 임무입니다.

 

바라옵건대 폐하께서는 신에게 적을 토벌하고 나라를 부흥하는 일을 맡겨 주십시오. 만약 성공하지 못한다면 신의 죄를 다스리시어 선제의 영전에 고하여 주십시오. 만약 덕행을 진작시키는 말이 없다면 곽유지, 비위, 동윤 등의 태만을 꾸짖어 그 허물을 밝혀주십시오. 폐하께서도 역시 마땅히 스스로 도모하시어 옳은 길을 신하들에게 물어 취하시고, 바른 말을 살펴 받아들여 선제의 유조를 깊이 받들어 주십시오. 신은 받은 은혜에 감격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이제 먼 길을 떠나게 되어 표문을 쓰면서 눈물이 흘러 무슨 말씀을 올려야 할지 모르겠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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