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여행/유럽 (24)
독수리 요새
2022년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출장을 갔었는데 개인 일정을 가질 수 있어서 그라나다를 찍고 나서 마드리드에서 며칠 놀았다. 숙소는 도시 중심가의 이동이 편한 동네에 잡았는데 바로 근처 큰길가에 흥미롭게도 카지노가 있었다. 이름은 그랑 비아 카지노였다. 그전까지 카지노를 생전 가본 적이 없었으나 언젠가 꼭 한번 가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강원랜드까지 가기는 너무 번거로워서 미루고 있던 차에 숙소에서 몇 분 걸리지도 않는 도보 거리에 있는 카지노는 놓칠 수 없었다. 하지만 할 줄 아는 게임이 없는 상황이었다. 텍사스 홀덤을 칠 줄도 모르고 블랙잭을 할 줄도 모르고 다른 건 뭐가 있는지 잘 모른다. 그리고 나는 룰을 배우는 게 언제나 늦은 사람이라 현장에서 딜러의 설명을 듣고 뭔가 새로운 것을 ..
헬싱키 만네르하임 박물관 드디어 감. 뉴욕에서 온 박물관 좋아하는 아저씨들이랑 문앞에서 마주쳐서 같이 투어함. 그 중에 한 분은 역사 선생님이어서 만네르하임 책까지 읽고 온 분이었고, 나머지 한 분은 심지어 니콜라이 레릭을 알고 있어서 뉴욕에 있는 레릭 센터에 가보려고도 했다고 한다. 나중에 뉴욕 가면 꼭 연락 드릴 거임. 아 참고로 혹시 나중에 만네르하임 박물관 갈 분들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하고 가세요. 1시간 가이디드 투어로만 볼 수 있어서 예약을 해야 하는데 저는 운이 좋게 30분만 기다리고 영어 투어에 낄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공항 가서 PCR 검사 문제 해결한 다음에(운좋게 핀에어에 한국인 직원분이 계셨음. 연결 항공편이 하루 밀린 건 알고 보니 이미 내 항공권이 컨펌되기 전부터 결정된..
지금 헬싱키다. 서울 가는 핀에어 환승편이 연락도 없이 하루 늦춰졌다. 그걸 출발지 공항에서 체크인 할 때 알게 됐다. 인간적으로다가 쉬발! 한번 하긴 했는데 사실 운명의 데스티니를 느꼈다. 불가항력적 사유로 헬싱키 체류 개꿀 ㅋㅋㅋ 체크인 카운터는 하필 핀에어가 아니라 코드셰어 항공사 직원이 보고 있었다.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잘 확인이 안 되던지 탑승 임박할 때까지 보딩패스도 안 내줬다. 내가 일단 헬싱키부터 가서 핀에어랑 알아서 쇼부 본다고 하고 일단 타고 왔다. 비행기는 핀에어와 코드셰어가 된 이베리아 항공 비행기였다. 이베리아 항공은 기내에서 돈을 내면 와이파이가 된다. 기내에서 와이파이 되는 거 처음 봤다. 잠깐 고민하다가 상황도 상황이거니와 처음 보는 서비스니까 5.99유로 주고 1시간 딱 사..
현재 조식을 잔뜩 먹고 돌아와서 컴퓨터를 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독일 남동생이 여기 출장지까지 와서 일주일 휴가를 보내고 갔다. 10년 전에 교환학생 버디 동아리의 같은 조원으로 만나서 10년째 꾸준히 연락 중 ㅋㅋ 오히려 당시 내가 맡았던 중국, 홍콩 버디들보다도 더 볼 일이 많음 ㅋㅋㅋㅋㅋㅋ 한국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친구라서 한국에 들어오면 꼭 보고, 나도 2015년에 베를린 갔을 때 포츠담에 계신 친구 가족까지 방문했었다! 이때 친구 어머님이 해주신 귀중한 말씀대로 난 세 가지 기둥을 고르게 떠받치는 균형의 수호자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음. (1. 인간관계 2. 일 3. 취미) 처음 이틀은 나도 일정이 없어서 이곳저곳 같이 걸어 돌아다녔는데 관광도 관광이지만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친구는..
안네 프랑크의 집. 이번 휴가 때 사진 거의 찍지 않았다. 그나마 남은 것도 다 발로 찍은 것 같다. 뭐 구글 검색하면 좋은 사진 천지니까 골라잡으면 되므로 상관 없음. 여하간 친구랑 따로 일정을 잡았던 이날, 오전 내내 암스테르담 유대인 지구를 구경하고 저녁 때 마지막으로 안네의 집을 찾았다. 줄이 엄청나게 길어서 들어갈 생각은 애초에 접었다. 운하변에서 안네의 일기를 읽으며 안네의 창문이랑 맞은편 건물을 하염없이 쳐다보다 왔다. 안네가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을 풍경.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안네의 일기를 마저 읽다가 목이 메어서 잠깐 울었다. 안네는 어처구니없이 밝고 씩씩한 사람이었다. 책 반납 전에 헤어지기가 너무 아쉬워서 그 자리에 앉아서 베껴 적고 반납했다. 범우사 책이었음. 안네는 굉장히 영리한..
작년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눈에 띄는 그림이었다. 카라바조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음. 그러고 보면 카라바조는 정밀하고 잘 다듬어진 딱 고전파 느낌인데 할스는 붓자국이 좀 거친 편이네. 순간순간의 인상을 포착하려 했던 인상주의 화가들이 할스를 좋아했다고 한다. 엽서로 만들어져 있었으면 당장에 사왔을텐데 그렇지가 않았다. 메모해놓지도 않아서 그냥 나중에 boy + skull + national gallery 해서 찾았다. (클릭) 요것은 초상화가 아니다. 삶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바니타스화다. * 바니타스(Vanitas)는 16-17세기의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지역에서 정물화에 특히 관련있는 상징과 관련된 예술작품의 한 종류로, 그 이외의 장소들과 다른 시기에서도 인기가 있었다. 바니타스는 라틴어로 ..
어제 친구랑 만나서 구글맵 켜놓고 계획 짰다. 각자 헬싱키, 암스테르담을 알아봐와서 조합하는 데는 딱 2시간 정도 걸렸다. 최우선순위 장소를 미리 선별해와서 가까운 곳들을 같은 날에 묶었고, 시간대별로 계획짜고 그러진 않았다. (숨막힘) 식사는 둘다 한끼 때우면 된다는 마음씨라 식당은 전혀 안 찾아왔더군... 일정 정하기가 아주 편했다. ㅋㅋㅋ 공동비용 관련해서는 헬싱키에서는 내가, 암스테르담에서는 친구가 카드 결제하고 나중에 반반 나누기로. 나는 여행가면 그냥 관광지 위주로 다니다가 틈 나면('틈 내서'가 아님) 주변에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는다. 여행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먹고 입고 꾸미는 등등 감각적인 것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런 걸 다채롭게 누리는 사람들이 확실히 재밌게 사는 것 ..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도시, 암스테르담》이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는데 스피노자 부분이 좋아서 한번 더 봤다. 원래 스피노자가 네덜란드 사람인지도 몰랐고 무슨 주장을 펼친 철학자인지도 전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암스테르담과 자유주의와 도저히 떼어놓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심지어 직접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철학 굉장히 머리아파함) 매력적인 주장을 펼친 사상가였다. 스피노자의 조상은 이베리아 반도 출신 유대인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성씨가 스페인 느낌이다. 1300년대에 에스파냐 카톨릭 교회가 강제개종 정책을 시행하면서 겉으로는 카톨릭, 속으로는 유대교를 믿는 크립토 유대인(Crypto-Jew)이 늘어났다. 이후 1492년도에 에스파냐 왕국이 그라나다 왕국을 함락시키면서 이슬람 세력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쫓겨났..
올해 7월에는 아주 친한 친구랑 암스테르담+헬싱키 간다. 도시 하나씩 골랐는데 나는 헬싱키, 언니는 암스테르담을 골랐지만 사실 암스테르담은 따로 가보려고 했을 만큼 굉장히 궁금했던 곳이다. 지금껏 모든 유럽 도시는 흩어져 있는 실크로드 문화재를 보려고 간 거였고 헬싱키도 마찬가지인데, 암스테르담은 순전히 그 자체 때문에 가볼 생각이었다. 암스테르담 내지는 네덜란드가 왜 궁금했는가? 이유는 무수하다. 자유주의 국가. 경제적 자유주의와 사회적 자유주의가 융합된 곳이다. 네덜란드는 해양팽창 시대를 주름잡았던 초기 자본주의 상업대국으로 지금까지도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다. 동시에 사회자본이 풍부한 복지국가다. 한국은 전쟁으로 다같이 망하고 출발한 쁘띠부르주아의 나라로 평등주의가 지배적인 곳이다. 그런 곳에서 경제..
작년에 런던 갔을 때 알게 된 스티븐이 한국+일본 놀러와서 수요일에 여러 명 같이 만났다. 작년에 가기 전에 글 하나 썼는데 후일담이 없어서 이제라도 써 보기로. (2016/08/03 - [여행/유럽] - 런던 여행 퀘스트: 펍에서 영국식 유머 관찰하기) 영국도서관 구내서점에서 구경한 책. 둘다 사옴. 물론 아직 안 읽음. 영국인들의 아이러니 섞인 만담이 정말 구경하고 싶어서 펍에 가볼 계획을 세웠었다. 이전에는 여행지 로컬들 사는 얘기가 궁금하면 바에 혼자 찾아가서 사장이나 종업원을 공략한 다음 그 집 단골들과 줄줄이 새끼치듯 얘기 나누는 전략을 사용했다. (유용하고 안전함) 그런데 런던에서는 방법을 바꿔서, 자기 단골 펍에서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에 끼워줄 수 있는 런더너를 찾아보기로 했다. 영국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