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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최근 고등학교 1학년 동창을 동네에서 만났다. 친구는 이미 혼인신고를 했지만 결혼식을 곧 올리게 되었다고 청첩장을 건네주었다.우리는 몇 년 전에도 다른 친구랑 같이 만났고, 가끔 친구의 남편과 같이 게임도 하곤 했다. 친구는 고등학교 때와 아주 똑같이 햇살 같았다. 그리고 정말 아름다웠다. 친구는 ENFP다. 반면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MBTI를 하면 INTJ가 나온다. 내가 봐도 좀 전형적이다. INTJ랑 많이 다르지만 정말 잘 맞는 환상의 조합이라고 하는 바로 그 ENFP. 친구 덕분에 너무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내고 고등학교 기억에 흠뻑 젖었다. 고등학교 때를 사실 그다지 뒤돌아보지 않았었다.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고등학교를 하루빨리 떠나고 싶었던 것 같다.당시 나는 대구에서 이사를 온 직후였..
저는 기술 회사에 다닙니다. AI 피로가 너무나도 극심합니다. 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재미가 없으며 꿈도 희망도 없습니다 이제는. 요즘 회사 메신저엔 무슨 HTML로 만든 지표 대시보드에, 자동화된 지표 알림 같은 게 매순간 새끼를 칩니다.그 양이 너무나도 많고 밤낮을 가리지도 않아서 피곤해 죽겠습니다. 예전에 저는 퇴근하면 무조건 뭘 했는데 이젠 도무지 아무 것도 하기 싫어요.AI 때문에 하루 종일 인지력 낭비가 극심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데이터 대시보드든, 메신저 메시지든, 컨플루언스 게시물 하나든, 내용이 기존 대비 너무 방대해졌습니다.사람이 읽고 이해하고 정제하는 속도보다는 AI가 생성해 내는 속도가 비교도 불가능할 만큼 빠르니까요. 데이터팀에 요청하던 건 그거대로 하면서 이제 각자가 API ..
예전에 아래 글을 쓸 때만 해도 둔황에 가기 직전이었다. 이 글은 직접 가서 확인한 사실을 더해 정리한다. https://bravebird.tistory.com/964 둔황 막고굴 특굴 관람 정보이제 시안과 둔황 여행이 정말 며칠 남지 않았다. 업무와 과제를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미리 해놓고 가느라 정말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달은 비올라며 바이올린이며 중국어며 헬스며 그냥bravebird.tistory.com2026년도 막고굴 일반굴 리스트내가 준비할 때 확인한 2026년도 일반굴은 아래와 같다.012, 016, 017, 023, 025, 029, 046, 055, 061, 071, 079, 094, 096, 100, 103, 130, 138, 146, 148, 152, 171, 172, 201, ..
5년 전에 드라마 보다가 블로그에 끄적인 글이 하나 있는데요, 한자 하나에 대한 매우 오타쿠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따봉 숫자가 6개라 상당히 신기하고 의외였습니다.이번에 그걸 발전시켜서 A4 16장 분량의 대학원 과제로 냈습니다. 2021.02.05-드라마 겨우 서른 보면서 码자 두드려 패기 드라마 겨우 서른 보면서 码자 두드려 패기1-2월에 넷플릭스 드라마 을 보면서 부족한 중국어를 보충하고 있습니다. 바람피는 연놈들 이야기에선 ㅅㅄㅂ 하면서도 동일 연령대 이야기다 보니 바로 갖다 쓸 수 있는 표현을 낼름 주워 먹기bravebird.tistory.com 우리 엄마가 언젠가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너는 집착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정말 집요하다."제가 좀 집요하긴 해요. 그냥 일상생활 중에 뭔가 발견..
총칭 표현지금까지 네 편에 걸쳐 화자가 한 명사에 어떻게 테두리를 씌우고, 묶고 쪼개고, 그러한 자유가 어디서 멈추는지를 살펴봤습니다. 마지막 편에서는 자유의 영역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 자유가 가장 정교하게 행사되는 영역, 바로 일반화(generic reference)를 다룹니다. 같은 사실을 진술해도 영어 화자는 아래에 소개할 네 가지 렌즈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네 렌즈에 더해 흥미로운 거울상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본래 식별 완료된 고유명사가 가산명사로 강등되는 영역. She's a real Einstein, I bought a Picasso. 2편에서 본 Mars(고유명사 = 식별 완료 = 무관사)가 정반대 방향으로 굴러간 결과입니다. 이 다섯 가지 작용을 한 자리에 놓으면, 영어..
관사·단복수 관련 제약 사항3편까지 영어 화자는 꽤 자유로웠습니다. 명사를 유계화할지 무계화할지 결정하고, 대상을 묶거나 쪼갤지 선택하고, 그 결정이 동사 수 일치까지 영향을 줬습니다. 화자의 선택에 문법이 따라왔습니다. 그런데 화자가 아무리 the나 a나 단복수를 자유롭게 고르고 싶어도 통사 구조 자체가 선택을 박탈하는 영역도 있습니다. 이 문장을 봅시다. 전 여기서 is를 써야 할지, are을 써야 할지 좀 고민스러웠습니다. Tears is the only way to release this pain. 머릿속에서는 그림이 분명했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행위 = 유일한 방법". 단일한 한 가지 방법이니까 의미상 단수입니다. 여기선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 중요한 게 아니고 눈물 흘리는 행위 그 자체가 ..
계절이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간만에 스냅샷을 찍어 놓는다. 시안과 둔황은 잘 다녀왔다. 기록할 것이 무척 많은데 엄두가 안 난다. 이러다가 10년 못 쓴 것도 많은데 에라 모르겠다. 대학원 첫 학기도 끝났다. 필기 시험은 사실 적당히 공부했다. 이왕 하는 거 식스시그마를 추구하면 당연 좋지. 그러나 이 나이 먹고 이 AI 시대에 반드시 모든 걸 정밀하게 외워서 100점 받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나름 판단했다. 과목이 중국어 문법인데 사실 학부 때 배운 내용 대비 추가된 것은 아주 많지 않았고, 중국어를 사용한 지 벌써 반평생이 되어 문장 구사를 본능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암묵지가 대부분 형성되어 있는 내용이다. 잘 모르고 있던 내용의 덩어리가 있다면 공부했다. 그러나 오직 시험을 목적으로 암기해..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대학생 때 중고책방에서 사 와서 몇 번인가 시도했지만 도저히 세 페이지 이상 읽지 못하고 그대로 책장에 박아 둔 책이다. 전혀 연이 없는 책 같아 팔아 버리려다가, 그래도 영문학 전공자인데 읽긴 읽고 보내자고 생각한 것만 몇 년째였다.그러다 최근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제야 다 읽었는데, 정말 명작이다. 긴 말 않겠다. 그냥, 사람이 단 하루를 살더라도 그 하루 안에 가능성과 회한과 비애와 권태와 희망과 소원과 기쁨과 회의, 그야말로 모든 것이, 온 세계가 펼쳐지고 접히는 이야기다. 그것도 매일매일, 살아 있는 한 끝도 없이.이 책에선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도 않지만 줄거리로 요약하기가 곤란하다. 내 매일매일도 항상 그렇다. 난 하루를 마칠 때 다섯 줄짜리 수첩에 간단..
휴가 갔던 거 벌써 1개월 되어가죠... 是不是做了一场梦? 이제 기말고사도 끝났겠다, 숨 좀 돌리자. 이번에 시안 둔황 여행가서 모아온 표현 정리한다. 현지에서 재밌거나 써먹을 만한 말을 들으면 틈틈이 휴대폰에 써놨다. 러프하게 써놓았던 걸 노트북LM에 넣어서 정제를 했다. 그러면서 관련 표현도 좀더 주워 담았다. 요즘도 그때 들어간 유스호스텔 위챗방에 계속 남아 있으면서 종종 얘기를 하고, 재밌는 말을 보면 또 모은다. 직접 경험한 구체적인 여행 상황과 결부된 표현들이 대부분이라 한번 정리하면 절대 안까먹음. 이 중에 AI에서 건진 거 말고 내가 직접 들은 말들은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목소리로 어떤 표정으로 말했는지 기억남. 这个能攒天合联盟的里程吗? (이거 스카이팀 마일리지 적립..
시안은 가까웠다. 한 3시간 반 걸렸나 그보다 덜 걸렸나? 이번에 출발 한 달쯤 전에 예매를 해서 그런지 비행기표가 글쎄 환승을 해야 되거나 출도착 시간이 너무 안 좋은 것밖에 안 남았더라고. 이리저리 시간 계산하자니 머리가 너무 아픈 거라. 그래서 그냥 대한항공, 게다가 올 때는 비즈니스인 비싼 표로 걍 앗쌀하게 사버렸다. 비즈니스 전혀 원치 않지만 내가 선택한 날짜가 매진이 된 건지 그런 옵션만 남았다. 그래서 서울 시안 왕복만 80만원 돈을 씀. 다소 좀 비싸지만 이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비행기표 다른 거 한참 더 찾느라 고민하고, 환승하고, 피로해하고 할 시간에 돈으로 시간을 사는 선택을 한 거지 뭐. 주식이 벌어 주겠지! 하며 샀었지만 금요일에 몇 달치 월급만큼 내렸쥬 하하하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