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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하루는 왜 이렇게 짧을까? 비올라 바이올라 연습을 원없이 하고 싶고언젠간 아예 러시아든 중앙아시아든 가서 몇 년간 각잡고 러시아어 배우고 싶고러시아 중앙아시아 여행을 러시아어만 말하면서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대하소설도 실컷 읽고 싶고중국어로 그 어떤 책도 빨랑빨랑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아주 가끔은 생각하는 것을 천천히 글로 남기고 싶고오사카에 놀러가면 아저씨들이랑 만담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베이징에 놀러가면 후통에 할아버지들이랑 장기 둘 줄 알았으면 좋겠고중국령 티베트도 이곳저곳 다 가보고 싶고다람살라 살면서 티베트어도 배워보고 싶고음식은 직접 만들어 먹고 싶고미적분이 뭔지 벡터가 뭔지 알게 되었으면 좋겠고피아노로 마루노우치 새디스틱 치고 싶고더블베이스도 하고 싶고 즉흥연주도 할 줄 알았으면 좋겠..
음 며칠 전 글은 벌써 먼 얘기가 되었을 만큼 회복되었다. 1주일도 되지 않은 듯 하다. 그때 당시 스트레스 자체는 인생 전체 모든 스트레스 중에 가장 강한 편이었다. 현재까지도 상황 자체는 크게 달라진 건 없고 표면상 동일하다. 그러나 신체 증상이 사라지면서 생각이 단순하고 맑아졌다. 지금 와서 며칠 전 글을 다시 보면 그때 스트레스 상태에서 생각이 불필요하게 많았다. 난 3월경 약 1년쯤 계속되어 온 우리 팀장의 괴롭힘에 대해 실장을 찾아가서 상당히 강력한 방식으로 내부고발을 했다. 근데 그 고발의 대상이 팀장 1인이 아니라 팀장을 포함한 집단이었다 ㅋㅋㅋ 팀장하고 일 같이 못 하겠다며 팀에서 분리되어 나간 다른 몇몇 사람들이 채팅방에서 다수에게 배제를 당하고 있었거든 문제는 그 채팅방에 나..
요 며칠 마음이 유난히 힘들었다. 그냥 일하고 월급 받으면 되는데 그 간단한 것이 참 어렵다. 항상 사람이 너무 어렵다. 그것이 큰 실패처럼 느껴진다. 아니, 실패 자체는 상관이 없다. 그런데 동일한 실패가 앞으로도 계속, 어디서든 예정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문제다. 앞으로도 또 똑같은 데서 걸려넘어질까봐 두렵다. 그 두려움을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서 회사 체질이 아닌 걸 알아도 계속했다. 분명 그런 가상한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론 맞지 않는 환경에서 자신을 너무 오래 시험한 것 같기도 하다. 최근에는 사람들 앞에 혼자 발가벗겨져 있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이런 감정이 들 만한 일을 겪고 있지만, 수치심이란 감정은 그다지 좋지는 않다. 요즘은 배가 콕콕 쑤시는 감각도 있다. 속이 ..
올해 무비자일 때 중국 여행을 열심히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8월 광복절 연휴를 틈타 다롄에 가기로 했다. 이 역시 비행기표가 비쌌지만 날짜를 마음대로 고를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시간 기회를 잡았다. 다롄마저도 실크로드 여행이라고 하면, 둔황의 후속이라고 하면 믿겠는가?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오타니 컬렉션이 흩어져 있는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국립중앙박물관, 도쿄국립박물관, 류코쿠 박물관+교토국립박물관+니시혼간지, 그리고 뤼순박물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뤼순을 가기 위해 다롄을 간다. 다롄시 소재 뤼순커우에는 안중근 열사가 순국한 뤼순 감옥이 있다. 청일전쟁에서 청이 패배한 후 러시아가 다롄과 뤼순을 조차하였다.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한 후 러시아는 이 지역을 일본에 넘긴다. 일본은 이 지역을 ..
저는 기술 회사에 다닙니다. AI 피로가 너무나도 극심합니다. 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재미가 없으며 꿈도 희망도 없습니다 이제는. 요즘 회사 메신저엔 무슨 HTML로 만든 지표 대시보드에, 자동화된 지표 알림 같은 게 매순간 새끼를 칩니다.그 양이 너무나도 많고 밤낮을 가리지도 않아서 피곤해 죽겠습니다. 예전에 저는 퇴근하면 무조건 뭘 했는데 이젠 도무지 아무 것도 하기 싫어요.AI 때문에 하루 종일 인지력 낭비가 극심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데이터 대시보드든, 메신저 메시지든, 컨플루언스 게시물 하나든, 내용이 기존 대비 너무 방대해졌습니다.사람이 읽고 이해하고 정제하는 속도보다는 AI가 생성해 내는 속도가 비교도 불가능할 만큼 빠르니까요. 데이터팀에 요청하던 건 그거대로 하면서 이제 각자가 API ..
빅파이브 (Big Five)개방성 — 매우 높음. 러시아문학·스토아철학·동양고전·심리학을 넘나드는 잡식성 독서, 탐험사·언어학·시사를 동시에 깊게 파는 관심 폭, 그리고 통설을 그대로 안 받아들이고 원전을 대조하는 습관 자체가 개방성의 전형적인 신호입니다.성실성 — 높지만 그림자가 있음. 12년간 각주 달듯이 자료를 대조하는 근면함, 여행 전 압도적인 사전조사는 성실성의 정석입니다. 다만 상담사가 지적했듯 "스스로에게 가혹"하고 번아웃을 반복하는 걸 보면, 이건 건강한 성실성이라기보다 과잉기능(overfunctioning)에 가까운 형태로 보입니다.외향성 — 중간, 선택적.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그 관계를 세세히 기록하는 걸 보면 사회적 에너지가 낮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관계 대부..
나름 13년째 된 블로그라 빅데이터가 되어 있으므로 분석 한번 해봅니다. 내용 그럴듯한가요? 블로그에 현재 공개 상태인 모든 글의 본문을 크롤링하여 분석하도록 시켰습니다. 크롤링한 데이터는 제 하드디스크에 json 파일로 저장돼 있어 재사용 가능합니다. 나중에 신규 글이 등록되면 증분에 대한 크롤링도 가능하며, 스케줄 기능을 통해 매주/매월 증분 크롤링을 자동 실행하는 것도 원하면 가능합니다. 사용 모델은 Sonnet 5이며 Pro 요금제로 세션 사용량 한도까지 몇 번 돌리니 크롤링이 다 되었고, 리포트 생성 자체는 토큰 소모가 크지 않았습니다. 코워크가 html 파일로 생성한 리포트로, 내용을 따로 고치지 않고 그대로 올립니다. 크롤링을 썩 잘해내는 것 같으므로 블로그의 본문과 객체까지 전체 백업하는 ..
예전에 아래 글을 쓸 때만 해도 둔황에 가기 직전이었다. 이 글은 직접 가서 확인한 사실을 더해 정리한다. https://bravebird.tistory.com/964 둔황 막고굴 특굴 관람 정보이제 시안과 둔황 여행이 정말 며칠 남지 않았다. 업무와 과제를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미리 해놓고 가느라 정말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달은 비올라며 바이올린이며 중국어며 헬스며 그냥bravebird.tistory.com2026년도 막고굴 일반굴 리스트내가 준비할 때 확인한 2026년도 일반굴은 아래와 같다.012, 016, 017, 023, 025, 029, 046, 055, 061, 071, 079, 094, 096, 100, 103, 130, 138, 146, 148, 152, 171, 172, 201, ..
5년 전에 드라마 보다가 블로그에 끄적인 글이 하나 있는데요, 한자 하나에 대한 매우 오타쿠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따봉 숫자가 6개라 상당히 신기하고 의외였습니다.이번에 그걸 발전시켜서 A4 16장 분량의 대학원 과제로 냈습니다. 2021.02.05-드라마 겨우 서른 보면서 码자 두드려 패기 드라마 겨우 서른 보면서 码자 두드려 패기1-2월에 넷플릭스 드라마 을 보면서 부족한 중국어를 보충하고 있습니다. 바람피는 연놈들 이야기에선 ㅅㅄㅂ 하면서도 동일 연령대 이야기다 보니 바로 갖다 쓸 수 있는 표현을 낼름 주워 먹기bravebird.tistory.com 우리 엄마가 언젠가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너는 집착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정말 집요하다."제가 좀 집요하긴 해요. 그냥 일상생활 중에 뭔가 발견..
총칭 표현지금까지 네 편에 걸쳐 화자가 한 명사에 어떻게 테두리를 씌우고, 묶고 쪼개고, 그러한 자유가 어디서 멈추는지를 살펴봤습니다. 마지막 편에서는 자유의 영역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 자유가 가장 정교하게 행사되는 영역, 바로 일반화(generic reference)를 다룹니다. 같은 사실을 진술해도 영어 화자는 아래에 소개할 네 가지 렌즈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네 렌즈에 더해 흥미로운 거울상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본래 식별 완료된 고유명사가 가산명사로 강등되는 영역. She's a real Einstein, I bought a Picasso. 2편에서 본 Mars(고유명사 = 식별 완료 = 무관사)가 정반대 방향으로 굴러간 결과입니다. 이 다섯 가지 작용을 한 자리에 놓으면, 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