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한일 존재 표현 ③ 존재 표현의 네 가지 부류 본문
앞선 글에서 이어지며
우리는 1편에서 일본어 'である'를 풀어 "~로서 있다 = 이다"라는 등식이 어원적 사실임을 확인했습니다. 한국어 '이다'와 '있다'는 별개의 어휘이지만, 두 언어가 "계사를 만드는 방식" 자체를 공유하는지는 아직 열린 질문이었습니다. 2편에서는 "자격이 곧 장소"라는 인지언어학적 원리를 따라가며, 한국어 '에·에서·(으)로'와 일본어 'に·で·へ'가 놀라운 평행을 이루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시야를 한일 두 언어 바깥으로 넓힙니다. 원글의 저자는 첫 번째 글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중국어의 有와 是와 在에 대해서도 같이 생각해보면 좋겠지만 각 글자의 생성연원도 잘 모르고, 무엇보다 중국어는 문법적으로 한국어나 일본어와는 확 달라서 단순비교가 어려우니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기가 어렵다."
이 글에서 바로 그 비교를 시도합니다. 중국어의 是·有·在가 한일의 이다·있다·ある와 어떻게 대응하고 어디서 어긋나는지를 살핀 뒤, 스페인어와 영어까지 포함하여 "인간은 존재를 어떻게 말하는가"라는 큰 그림을 그려 보겠습니다.
1. 중국어의 세 단어 — 是, 有, 在
중국어(만다린)에는 존재와 관련된 핵심 단어가 세 개 있습니다. 한국어·일본어와 비교하면 흥미로운 대응과 어긋남이 동시에 나타납니다.
是(shì) — 계사입니다. "그는 학생이다"를 중국어로 하면 "他是学生(tā shì xuéshēng)"이 됩니다. 한국어 '이다', 일본어 'だ/である', 영어 'is'에 해당합니다.
有(yǒu) — 소유와 존재를 동시에 나타냅니다. "나는 차가 있다"는 "我有车(wǒ yǒu chē)", "여기에 사람이 있다"는 "这里有人(zhèlǐ yǒu rén)"입니다. 한국어 '있다'의 소유·존재 기능에 대응합니다.
在(zài) — 위치를 나타냅니다. "나는 집에 있다"는 "我在家(wǒ zài jiā)"입니다. 한국어 '있다'의 위치 기능에 대응하지만, 중국어에서는 有와 별개의 단어입니다.
여기서 핵심적인 차이가 드러납니다. 한국어 '있다'와 일본어 'ある'는 존재·소유·위치를 모두 혼자 감당하는 만능 선수인데, 중국어는 이 영역을 有(소유·존재)와 在(위치)로 나눕니다. 그리고 계사는 세 언어 모두 별도의 단어(이다 / だ·である / 是)를 가지고 있지만, 그 어원이 전혀 다릅니다.

한국어와 일본어가 오른쪽 세 칸(존재·소유·위치)을 하나의 동사로 통합하는 반면, 중국어는 소유·존재를 묶되(有) 위치를 따로 떼어냅니다(在). 영어는 아예 소유를 'have'라는 별도의 타동사로 분리합니다. 같은 개념 영역을 언어마다 다른 방식으로 분절하고 있는 것입니다.
2. 중국어 是의 어원 — 지시대명사에서 계사로
중국어 是의 어원은 일본어 'である'의 어원과 완전히 다릅니다. 일본어의 계사가 존재동사로부터 왔다면, 중국어의 계사 是는 지시대명사(demonstrative pronoun)에서 왔습니다.
왕리(王力, 1937)의 고전적 연구 이래, 중국어학의 정설은 이렇습니다: 고대 중국어에서 是는 원래 "이것(this)"을 뜻하는 지시대명사였습니다. Zhan & Traugott(2019)의 정밀한 분석에 따르면, 고대 중국어(기원전 5~2세기)에는 계사가 필수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교사이다"를 그냥 "他,老师(그, 교사)"처럼 주어와 술어를 나란히 놓으면 됐습니다. 여기서 是가 끼어드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고대 중국어의 화제-평언 구조(topic-comment structure)에서, 是는 앞에 나온 화제를 되받는 대명사 역할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귀(富與貴)는, 이것은(是) 사람이 원하는 바이다(人之所欲也)" (논어, 기원전 5세기)에서 是는 "이것"이라는 대명사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대명사 기능이 약해지고, 주어와 술어를 연결하는 계사 기능이 강해졌습니다. Peyraube & Wiebusch(1994)는 이 변화가 늦어도 진(秦)나라 시대(기원전 180년경)에 일어났다고 봅니다.
이것은 일본어 'である'의 어원(존재동사에서 계사로)과 완전히 다른 경로입니다. 일본어에서는 "있다 → 이다"의 경로를 밟았지만, 중국어에서는 "이것(지시) → 이다(계사)"의 경로를 밟은 것입니다. 한편, 고대 중국어에는 是 이전에 爲(wéi)라는 동사가 계사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이 爲는 "하다(to do)"와 "~이다(to be)"의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是가 발달하면서 爲의 계사 기능을 대체했습니다.
3. 중국어 有의 특수한 위치 — 소유인가, 존재인가
중국어 有(yǒu)는 우리 논의에서 특히 흥미로운 위치를 차지합니다.
有는 소유("나는 차가 있다 — 我有车")와 존재("여기에 사람이 있다 — 这里有人")를 동시에 표현합니다. 언뜻 보면 한국어 '있다'와 비슷한데,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어 "나는 차가 있다"에서 '나는'은 화제(topic)이고 '차가'가 주어입니다. 구조적으로는 "나에 관한 한, 차가 존재한다"인 것이죠. 반면 중국어 "我有车"에서는 '我(나)'가 주어이고 '车(차)'가 목적어인 타동사 구문으로 분석될 수 있습니다. 즉 有는 영어 'have'에 더 가까운 면도 있습니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유형론에서 중요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Leon Stassen(2009)의 Predicative Possession은 420개 언어의 소유 구문을 조사한 대규모 유형론 연구인데, 그는 중국어를 화제 소유형(Topic Possessive) — "X(화제)에 관한 한, Y(소유물)가 존재한다" — 으로 분류했습니다. 한국어, 일본어와 같은 유형입니다.
그런데 Chappell & Creissels(2019)의 "Topicality and the typology of predicative possession"은 이 분류에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동아시아·동남아시아 71개 언어를 분석한 이 연구는 중국어 有가 실제로는 Have형(소유 타동사형)에 더 가깝다고 주장합니다. 그 근거는, 有가 쓰인 문장에서 소유자(我)가 단순히 화제가 아니라 동사의 주어로 기능하며, 의문문에서도 소유자를 질문할 수 있다("谁有车? — 누가 차가 있어?")는 점입니다. 단순 화제라면 이런 조작이 어려워야 합니다.
Chappell & Creissels는 일본어는 명확히 처소 소유형(Locational Possessive)이라고 봅니다. 일본어에서 소유자는 'に'(처소·여격 조사)로 표시되고("Johnに車がある"), 화제 표지 'は'가 붙을 수 있지만 없어도 문장이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어도 비슷한 구조입니다.
정리하면, 중국어 有는 한국어 '있다'·일본어 'ある'와 겉으로는 비슷하게 보이지만, 문법적 행동은 상당히 다릅니다. 한국어·일본어의 존재동사는 "X라는 장소/영역에 Y가 존재한다"는 자동사 구문인 반면, 중국어 有는 "X가 Y를 가지고 있다"는 타동사 구문에 더 가깝다는 것이 Chappell & Creissels의 분석입니다. 원글의 저자가 "중국어는 문법적으로 한국어나 일본어와는 확 달라서 단순비교가 어렵다"고 쓴 것은 정확한 직관이었습니다.
4. 스페인어 ser와 estar — 한국어 '이다'·'있다'의 쌍둥이?
이제 지구 반대편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스페인어에는 계사가 두 개 있습니다. ser와 estar입니다. ser는 라틴어 esse("존재하다")에서, estar는 라틴어 stare("서다")에서 왔습니다. 이 구별은 한국어 '이다'와 '있다'의 구별과 놀라울 정도로 평행합니다.
ser는 본질적·항구적 속성을 나타냅니다. "나는 학생이다" — "Soy estudiante." "이것은 책이다" — "Esto es un libro."
estar는 일시적 상태나 위치를 나타냅니다. "나는 집에 있다" — "Estoy en casa." "나는 피곤하다" — "Estoy cansado."

물론 두 언어가 어원적으로 관련된 것은 전혀 아닙니다. 한국어와 스페인어 사이에 유전적 친연성은 없습니다. 그런데 인지적·기능적으로는 같은 방식으로 세계를 나누고 있습니다. "X가 무엇인가(정체)"와 "X가 어디에/어떤 상태에 있는가(위치·상태)"를 구별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원글의 저자가 관찰한 "한국어는 이다/있다를 어휘적으로 분리한다"는 사실이 한국어만의 특수성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어뿐 아니라 포르투갈어, 카탈루냐어, 갈리시아어 등 로망스어 일부가 같은 분리를 보입니다.
5. Freeze(1992)의 발견 — 겉모습 아래의 공통 구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전혀 다른 것 같은 언어들이 실은 같은 밑그림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가장 체계적으로 보여준 것이 뉴멕시코 대학의 Ray Freeze(1992)입니다. Language지에 발표된 "Existentials and Other Locatives"는 인용 1,300회 이상을 기록한 기념비적 논문입니다.
Freeze의 핵심 발견은 이렇습니다. 다음 세 영어 문장을 보십시오:
"The book is on the table." (위치)
"There is a book on the table." (존재)
"I have a book." (소유)
표면 구조는 제각각이지만, Freeze는 이 세 문장이 심층 구조에서는 같은 처소적(locative) 관계의 다른 실현태라고 주장합니다. 영어 'have'는 사실 "~에게 있다(to be + 처소)"가 하나의 동사로 융합된 형태라는 것입니다.
이 주장의 증거는 다른 언어들에서 옵니다. 라틴어로 "나는 책이 있다"를 말하면 "Mihi est liber" — 직역하면 "나에게 책이 있다"입니다. 여기에 'have'에 해당하는 동사는 없고, 존재동사 est(~이다/있다)와 여격 mihi(나에게)만 있습니다. 이 라틴어 구조가 프랑스어 "J'ai un livre", 영어 "I have a book"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나에게"와 "있다"가 하나의 타동사 'have/avoir'로 융합된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논의에 주는 시사점: 영어·프랑스어가 'have'라는 별도의 동사를 사용한다고 해서 한국어·일본어·중국어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아닙니다. 유럽 언어의 'have' 아래에도 "~에게 있다"라는 처소적 구조가 숨어 있습니다. 차이는 표면에 있지, 인지적 밑그림에 있지 않습니다.
6. Stassen의 네 가지 유형 — 세계 지도 위의 큰 그림
Stassen(2009)은 420개 언어를 조사하여 소유 표현의 네 가지 기본 유형을 제시했습니다. WALS(World Atlas of Language Structures) 온라인에서 이 지도를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처소 소유형(Locational Possessive) — "Y가 X의 장소에 있다." 러시아어 "У меня книга(나에게 책이 있다)"가 대표적입니다. 소유자가 처소격 또는 여격으로 표시됩니다. 유라시아 대륙과 북아프리카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일본어도 여기에 속합니다.
화제 소유형(Topic Possessive) — "X에 관한 한, Y가 존재한다." 한국어 "나는 차가 있다"의 구조입니다. 동아시아·동남아시아에 집중되어 있으며, Stassen의 분류에서는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가 모두 여기에 속합니다(다만 위에서 보았듯이 이 분류는 논쟁 중입니다).
접속 소유형(Conjunctional/With-Possessive) — "X가 Y와 함께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호주에 집중됩니다.
Have형(Have-Possessive) — "X가 Y를 가지고 있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서유럽과 중부유럽이 핵심 지역입니다.
이 유형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시아 동부가 하나의 거대한 "존재동사로 소유를 표현하는" 지역을 형성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는 세부적인 문법 구조에서는 차이가 있지만(위에서 보았듯이 有의 타동성 문제 등), "소유를 존재동사로 표현한다"는 큰 틀에서는 같은 전략을 공유합니다.
반면 서유럽은 'have' 동사를 별도로 발달시킨 지역이고, 러시아어와 라틴어는 그 중간에 위치합니다(처소격 + 존재동사). Freeze의 분석이 시사하듯, 'have'형도 역사적으로는 "처소 + 존재"에서 출발한 것이므로, 네 유형은 사실 하나의 인지적 원형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문법화한 결과인 셈입니다.
7. 유럽 언어의 계사 —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하다
원글의 저자는 "영어에서 be동사는 '이다'와 '있다' 둘다 의미한다"고 썼습니다. 맞는 말인데, 이 be 자체가 사실 여러 다른 단어의 합성물이라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영어 'be'는 인도유럽 조어(Proto-Indo-European)의 세 개의 서로 다른 어근이 합쳐진 것입니다.
*h₁es- — 원래부터 계사였습니다. 영어 'is', 라틴어 'esse'가 여기서 왔습니다.
*bʰuH- — "성장하다, 되다"를 뜻했습니다. 영어 'be' 자체가 여기서 왔습니다.
*h₂wes- — "살다, 거주하다"를 뜻했습니다. 영어 'was, were'가 여기서 왔습니다.
즉 영어의 단일한 'be' 동사는 사실 세 개의 어원이 하나의 활용 패러다임으로 뭉친 결과입니다. 이것을 언어학에서는 보충법(suppletion)이라고 합니다. 한국어로 치면 "하다"의 과거형이 갑자기 전혀 다른 단어가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가다 — 갔다"에서 '가-'와 '갔-'의 차이가 보충법의 흔적입니다).
스페인어 estar가 라틴어 stare("서다")에서 왔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서다"라는 구체적 신체 동작이 "어딘가에 있다"라는 존재 의미로, 다시 "~한 상태이다"라는 계사 의미로 확장된 것입니다. 이것은 2편에서 다룬 인지언어학의 핵심 원리 — 구체적·공간적 경험에서 추상적 의미로의 확장 — 의 또 다른 사례입니다.
8. 다시 출발점으로 — 원글의 질문에 대한 답
원글의 저자는 일본어 토씨 하나를 뜯어보다가 형이상학적 존재론까지 도달했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남겼습니다:
"나는 있기 때문에 인 걸까, 이기 때문에 있는 걸까, 임과 있음은 구별되지 않는 하나일까?"
이 세 편의 시리즈를 통해 밝혀진 것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언어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일본어에서는 "~임(이다)"이 "~있음(ある)"으로부터 만들어졌으므로, 임과 있음이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입니다. "~로서 있다 = 이다"라는 등식이 어원 자체에 새겨져 있습니다.
한국어에서는 "~임(이다)"과 "~있음(있다)"이 별개의 어휘입니다. 임과 있음은 최소한 한국어 내부의 역사에서는 처음부터 구별된 두 개의 개념이었습니다.
중국어에서는 계사 是가 지시대명사("이것")에서 왔으므로, "있음"과는 전혀 다른 경로를 밟았습니다. 대신 소유·존재의 有와 위치의 在가 또 다른 방식으로 존재 영역을 나누고 있습니다.
스페인어에서는 ser("~이다")와 estar("~에 있다")가 각각 다른 라틴어 어근에서 왔지만, 둘 다 넓은 의미의 "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영어에서는 be가 "~이다"와 "~있다"를 모두 담당하면서, 세 개의 서로 다른 어원이 하나로 합쳐져 있습니다.
언어마다 "임"과 "있음"의 관계를 다르게 설정합니다. 그러나 인지언어학과 언어유형론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그 밑바닥에는 공간적 경험(어딘가에 있음)이라는 인지적 원형이 놓여 있다는 점입니다. 존재, 위치, 소유, 자격, 정체성 — 이 모든 추상적 개념은 "어딘가에 있다"라는 가장 구체적인 경험에서 가지를 뻗어 나간 의미 네트워크의 갈래들입니다.
9. 시리즈를 마치며 — 무엇이 정설이고 무엇이 가설인가
세 편에 걸쳐 다룬 내용을 학술적 합의 정도에 따라 정리합니다.
확립된 사실:
일본어 'である'는 'にてあり(に + て + あり)'에서 음운 변화로 형성되었으며, 회화체 'だ'는 'である'의 후속 축약형입니다.
'である'의 'ある'는 어원적으로 존재동사 'ある'와 같습니다.
한국어 내부에서 계사 '이-'와 존재동사 '있-(이시-)'은 별개의 어휘입니다.
한국어 '에서'는 '에 + 있-(이시-) + 어'에서 문법화되었고, 일본어 'で'(← にて)와 평행한 경로입니다.
한국어 '(으)로'의 자격·도구 의미는 본래의 방향격 의미에서 확장된 것입니다.
중국어 계사 是는 지시대명사에서 발달했으며, 이는 일본어 'である'(존재동사 기원)와 완전히 다른 경로입니다.
인지언어학의 핵심 명제 — 추상적 개념은 공간적 경험의 은유적 확장으로 표현된다 — 는 광범위하게 지지됩니다.
다수가 인정하지만 논쟁 중인 것:
한국어와 일본어 사이에 어떤 형태의 유전적 관계가 있을 가능성, 즉 한일공통조어 가설.
두 언어가 "비종결 계사 + 존재동사 → 새 계사"라는 결합 패턴을 공유한다는 Frellesvig(2001)의 가설.
중국어 有를 화제 소유형으로 볼지(Stassen) Have형으로 볼지(Chappell & Creissels)의 유형론적 분류 문제.
이런 주장을 한 학자는 사실상 없음:
한국어 '이다'와 '있다'가 한 단어에서 갈라진 동원어라는 직접적 주장.

10. 원글의 직관, 최종 평가
원글의 저자가 도달한 핵심 통찰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である'를 'で + ある'로 풀어서 "~로서 있다 = 이다"라는 등식을 발견한 것. 이것은 일본어학의 정설(にてあり)과 정확히 일치하는 분석이며, 어원 사전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조 분석만으로 이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직관의 질이 높습니다.
둘째, 한국어는 계사('이다')와 존재동사('있다')를 어휘적으로 분리하고, 일본어는 계사('である') 안에 존재동사('ある')가 구조적으로 들어 있다는 비교. 이것은 두 언어의 실제 차이를 정확히 포착한 관찰이며, 이 시리즈 전체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한국어 쪽에서 "'이다'와 '있다'는 어원적으로 기원이 다르다"고 판단한 것도 한국어 내부의 사실로서 정확합니다. 'で'의 자격 의미가 처소 의미와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는 감각도 인지언어학의 핵심 명제와 방향이 일치합니다. "중국어는 문법적으로 한국어·일본어와 확 달라서 단순비교가 어렵다"는 유보도 건전한 판단이었습니다.
다만 이 시리즈를 통해 학술 문헌을 추적해 본 결과, 블로그 원글의 몇몇 부분은 수정이 필요합니다. 세 가지를 짚겠습니다.
첫째, "두 언어는 존재와 상태를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식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사고방식을 보여줍니다"라는 표현.
"근본적으로 다른 사고방식"이라는 말은,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이른바 사피어-워프 가설의 강한 버전을 암시합니다. 그런데 현대 인지언어학에서 이 강한 버전은 지지를 받지 못합니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같은 인지적 영역 — 존재, 위치, 자격 — 을 다른 방식으로 문법화한 것이지, 화자들이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페인어 화자가 ser/estar를 구별한다고 해서 영어 화자와 다른 존재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 "다른 사고방식"보다는 "같은 인지적 영역을 다른 방식으로 문법에 담은 것"이 더 정확한 기술입니다.
둘째, "공통 조어를 공유하는 친척 언어라는 설도 유력합니다"라는 표현.
한일 유전적 관계 가설은 다수의 학자가 가능성을 인정하지만, "유력"이라고 단정하기에는 학계의 합의 수준이 그에 미치지 못합니다. 1편에서 다루었듯이 Vovin(2010)은 기존에 동원어로 제시된 것들의 상당수가 차용어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며, 지지자 측의 Whitman(2012)조차 "두 언어의 유전적 관계가 성립하더라도 그 거리가 매우 멀다"고 인정합니다. "유력한 가설 중 하나이나 확정되지 않았다"가 더 정확합니다.
셋째, 언어 구조에서 존재론(형이상학)으로의 직접적 도약.
"나는 있기 때문에 인 걸까, 이기 때문에 있는 걸까"라는 질문은 매력적이고, 이 시리즈가 존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본어 'である'의 구조가 존재론적 진리를 직접 반영한다고 보는 것은 위험한 추론입니다. 언어는 화자들의 인지적 구성 방식을 반영하는 것이지, 존재의 본질을 코드화한 것이 아닙니다. 같은 "임과 있음"의 관계를 일본어는 한 방향으로, 한국어는 다른 방향으로, 중국어는 또 다른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것이 존재의 본질이 아니라 인간의 인지적 선택임을 보여줍니다. 언어에서 철학으로 가려면, 중간에 인지언어학이라는 다리를 한 번 건너야 합니다 — 그리고 그 다리를 건너고 나면, "임과 있음은 하나인가"라는 질문의 답이 언어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흥미로운 철학적 발견이 됩니다.
이 세 가지를 빼면, 원글의 직관은 전문적 훈련 없이 도달한 것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습니다. 방향이 근본적으로 틀린 부분은 없었고, 부족한 부분은 주로 깊이 — 왜 그런지(인지적 메커니즘), 어디까지 확실한지(학설의 합의 수준), 다른 언어에서도 그런지(유형론적 비교) — 의 문제였습니다. 일본어 토씨 하나에서 출발해 형이상학까지 갈 수 있다는 원글의 결론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형이상학으로 가기 전에 들러야 할 중간역이 있었는데, 그것이 인지언어학과 언어유형론이었던 셈입니다.
참고문헌
중국어 是의 어원·발달
- Zhan, F. & Traugott, E. C. (2019) "The development of the Chinese copula shì construction" — PDF (Stanford)
- Peyraube, A. & Wiebusch, T. (1994) "The origin of the copula shì in Chinese" — JSTOR
- 중국어 是의 인지적 접근 — ResearchGate
중국어 有·在·是의 용법 비교 (입문용)
- "Expressing Location and Existence in Chinese: Using 在, 有 and 是" — DigMandarin
- "The Ultimate Guide to Existence in Chinese" — HanyuAce
중국어 有의 유형론적 위치 논쟁
- Chappell, H. & Creissels, D. (2019) "Topicality and the typology of predicative possession" — PDF
- Stassen, L. (2009/2013) "Predicative Possession" — WALS Chapter 117 | WALS Feature Map 117A
- 동아시아·동남아시아 116개 언어의 존재·소유 표현 유형론 — De Gruyter (Chappell & Lü 2022)
유형론 — Freeze의 통합 분석
- Freeze, R. (1992) "Existentials and Other Locatives" — JSTOR
한일 존재 표현 비교
- "Existential Locatives and Possessives in Japanese and Korean" — eScholarship (UC Berkeley)
- 일본어 존재동사 ある·いる의 역사 — Imabi
인도유럽어 계사의 다중 어원
- Indo-European copula — Wikipedia
인지언어학 (1·2편 참고문헌 재수록)
- Lakoff, G. (1993) "The Contemporary Theory of Metaphor" — PDF
- Heine, B. (1997) Possession: Cognitive Sources, Forces, and Grammaticalization — JSTOR 서평
한일조어 가설 (1편 참고문헌 재수록)
- Frellesvig, B. (2001) "A common Korean and Japanese copula" — JSTOR
- Francis-Ratte, A. (2016) Proto-Korean-Japanese — OhioLINK
- Vovin, A. (2010) Koreo-Japonica — Google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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