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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

안네 프랑크

bravebird 2017. 8. 10. 21:26

안네 프랑크의 집. 이번 휴가 때 사진 거의 찍지 않았다. 그나마 남은 것도 다 발로 찍은 것 같다. 뭐 구글 검색하면 좋은 사진 천지니까 골라잡으면 되므로 상관 없음. 여하간 친구랑 따로 일정을 잡았던 이날, 오전 내내 암스테르담 유대인 지구를 구경하고 저녁 때 마지막으로 안네의 집을 찾았다. 줄이 엄청나게 길어서 들어갈 생각은 애초에 접었다. 운하변에서 안네의 일기를 읽으며 안네의 창문이랑 맞은편 건물을 하염없이 쳐다보다 왔다. 안네가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을 풍경.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안네의 일기를 마저 읽다가 목이 메어서 잠깐 울었다. 안네는 어처구니없이 밝고 씩씩한 사람이었다. 책 반납 전에 헤어지기가 너무 아쉬워서 그 자리에 앉아서 베껴 적고 반납했다. 범우사 책이었음.

안네는 굉장히 영리한 사람이다. 중학생이 쓴 글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을 정도다. 나는 그 나이에 생전 일기를 쓰지 않았지만 아마 썼다면 크레이지아케이드니 바람의나라니 뭐니 하는 얘기나 실컷 했을 것 같은데... 안네는 위험 속에서 기회를 보는 용감한 사람이었고, 매사 솔직하고 당당했다. 호기심은 물론 야심까지 만만찮은 친구였다. 떠들지 말라고 반성문을 내준 선생님을 글로 웃겨버린 일화를 보면 재치에 유머까지 대단했다. 당돌하고 생기가 흘러 넘치는 아주 매력적인 젊은 여자의 모습이 일기에 그대로 살아 있다. 열넷 열다섯 살의 나이에 은신처에 갇힌 처지에서도 내가 되고 싶은 모습 그대로를 다 갖고 있었고, 가장 쉬운 말로 모든 것을 담담히 표현하는 재능까지 있었다. 안네가 눈앞에 있다면 당장 친구해 달라고 했을 거다. 안네는 정말 멋진 친구였을 것이다. 내가 남학생이었다면 주저 없이 데이트를 신청했을 거고.

안네는 아우슈비츠에서도 여전했다고 한다. 안네 자매와 같이 수용소 생활을 했던 여인은 안네가 얼마 안 되는 식량을 사람들에게 선뜻 나눠줬으며 고된 노동 속에서도 의연하고 웃음이 많았던, 비범할 만큼 훌륭한 아이였다고 회고했다. 안네는 같은 수용소의 친언니가 병으로 죽자 곧 뒤를 따라갔다. 아우슈비츠 해방 불과 몇 개월 전이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아몬드 꽃. 이날 안네의 집을 떠난 다음 반 고흐 미술관 야간개장 때 가서 본 그림. 반 고흐가 동생 테오의 아들이 태어났을 때 선물로 준 작품인데 아기가 환희에 차서 바라보곤 했다고 한다. 안네에 대한 글을 써놓고 다시 읽어보니 지금 사무실에 붙여놓은 이 그림이 안네랑 겹쳐 보인다.


(+) 
은신처를 급습한 경찰들은 안네의 아버지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여기서 행복했소?"
안네 아버지는 아이들의 키높이 눈금을 조용히 가리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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