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프란스 할스 본문
Young Man holding a Skull (Vanitas) 1626-8, Frans Hals
작년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눈에 띄는 그림이었다. 카라바조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음. 그러고 보면 카라바조는 정밀하고 잘 다듬어진 딱 고전파 느낌인데 할스는 붓자국이 좀 거친 편이네. 순간순간의 인상을 포착하려 했던 인상주의 화가들이 할스를 좋아했다고 한다.
엽서로 만들어져 있었으면 당장에 사왔을텐데 그렇지가 않았다. 메모해놓지도 않아서 그냥 나중에 boy + skull + national gallery 해서 찾았다. (클릭) 요것은 초상화가 아니다. 삶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바니타스화다.
* 바니타스(Vanitas)는 16-17세기의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지역에서 정물화에 특히 관련있는 상징과 관련된 예술작품의 한 종류로, 그 이외의 장소들과 다른 시기에서도 인기가 있었다. 바니타스는 라틴어로 "바니티"를 뜻하고 대략적으로 해석하면 세속적인 삶과 모든 세속적인 추구, 물질의 무의미함과 일치한다. (한국어 위키백과 검색결과)
네덜란드는 역사책만 몇 권 봤지 정작 구체적인 여행 정보는 전혀 몰라서 이제 남은 시간 동안 벼락치기 하기로 했다. 대충 감은 잡고 가야 될 거 아니야 ㅋㅋ 여행책을 읽다 보니 프란스 할스 미술관이라는 데가 있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게 아니라서 무심코 넘기려다가 그림이 하나 보였다.
두 번째 그림! 이거 보고 딱 저 위에 해골 든 소년이 생각났다. 찾아보니 같은 작가가 맞았다! 프란스 할스 미술관도 갑자기 궁금해졌다. 할렘 시내에 있는 건데 기차로 가깝지만 암스테르담 일정만도 빡빡한 이번엔 기회가 없을 것 같다. 네덜란드 한번 더 갈 핑계 +1.
Pekelharing, Judith Jansdr Leyster , 1629
이번에는 프란스 할스 미술관 웹사이트 구경으로 만족하기로. 이건 할스의 제자인 유디트 레이스터의 그림이다. 모자도 같고 색감도 비슷하고 평소에 화풍 자체도 유사해서 할스 작품으로 오해받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엄연히 제자 작품이다. 1600년대에 활동한 여성 화가라니 시대를 앞서갔지만 27세에 결혼해 남편과 암스테르담에서 살면서 그림을 접었다고 한다.
유럽은 이번에 핀란드와 네덜란드를 가면 6개국을 찍게 된다. 사실 크게 보면 비슷비슷한 문화권이고 주력분야도 아니다 보니 이제 당분간 그만 가야지 생각하지만 미술관은 가면 갈수록 욕심난다. 반 고흐 그림을 그동안 모스크바 푸쉬킨 미술관에서, 런던 내셔널 갤러리와 코톨드 갤러리에서, 그리고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보다가 이번에 네덜란드 본진에 입갤한다. 렘브란트 그림도 그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에서, 베를린 국립 회화관에서 보다가 이번에 아예 암스테르담의 생가에 간다. 프란스 할스라는 잘 모르던 화가 그림을 런던에서 봐뒀다가 1년 후 네덜란드에서 번지수를 찾기도 하고. 이런 경험을 하니 자꾸 유럽 미술관이 궁금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그림을 발견하고, 그게 장소를 옮겨도 꼬리에 꼬리를 무니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