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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론과 자유의지의 양립

bravebird 2023. 8. 8. 19:09

어제 쓴 똥글(너무 길고 이 글과 핵심이 중복되므로 없앰)이 궤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찾아보았더니 양립가능이론이라는 것에 가까운 것 같다. 즉 결정론과 자유의지는 양립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일단 신학적인 숙명론은 믿지 않는다. 내 생각의 재료에는 아브라함계 유일신 사상의 영향은 전무하다.

 

단 인과율은 믿는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 과거가 있었으면 현재가 있고 현재가 있었으면 미래가 있다. 딱 이 정도 차원에서 세상사에 이미 결정된 것들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 미래의 구체적인 세부 사항까지도 전부 다 세세히 정해져 있다고까지는 생각 않는다.

 

사람은 자신의 선택이나 행동에 따라 펼쳐질 몇 가지 가능성의 존재를 직관적으로 안다. 예를 들어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닐 것인지 공부를 더 할 것인지 고를 수 있었다. 그러한 선택을 가로막는 어떠한 힘도 없었다. (대학원 불합격이라든지 재정적인 걱정거리라든지 등등 마치 가로막는 힘처럼 보이는 것들이 있긴 했으나 결국 다 핑계일 뿐이고 난 뭐든 선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각각의 선택은 각자 다른 결과와 연결되어 있다. 회사를 다닌 결과와 공부를 더 한 결과는 명백히 다를 수밖에 없다. 즉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그리고 그 선택에 결부된 결과의 내용은 어느 정도 결정돼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선택은 할 수가 있으므로 자유의지도 있다. 즉 미래란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는 것도 맞고 지금도 계속 형성 중인 것도 맞다. 뭐 대충 이런 생각을 '양립가능이론'이라고 하는 것 같다.

 

여기서 한 단계 더 생각해 보았는데, 현재 선택에 따른 미래 결과를 추단해서, 즉 미래에 영향을 받아 현재 자체를 바꿔버릴 수도 있다. 예컨대 나는 졸업 후 공부했을 경우에 발생할 '공부와 돈벌이를 병행해야 하는 미래'를 예상하여 그냥 회사에 가서 쭉 남았다. 정해진 미래에 자유의지가 영향을 받아 현재가 바뀐 것이다. 그래서 원인과 결과, 현재와 미래는 시작도 끝도 없이 서로 맞물리며 계속 돌고 돈다. (이거는 또 불교 연기설 아닌가?)

 

가끔 이런 인류의 오래된 난제를 생각해보면 재밌다. 그런데 나는 순수 사변만으로 논증하는 것에 도무지 익숙지가 않아서 쓰나마나한 똥글을 쓴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양립가능이론이라는 것도 엄연히 존재하고 나름대로 말이 된다는 걸 알아낸 것이 오늘의 소득이다. 자유의지고 결정론이고 뭐고 이제 더 이상은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차피 답도 없는 문제니까 좋을 대로 믿을 것임. 

 

마지막으로 정리해보면, 속세에서 먹고 살기 위해 경제활동 중인 부캐는 약간 자유지상주의(자유의지주의)에 가깝다. 정해진 것 따위는 없어. 가능하다면 더 많은 돈을 벌겠다. 연봉 상한 돌파. 규제 그딴거 안 믿어. 정부가 개개인 각자의 이익을 온전히 대변해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 이익은 내가 스스로 대표한다. libertarianism.

하지만 돈벌이 따위 다 끝났다, 나는 집에서 다리 긁으며 천장에 파리나 세는 할머니가 될 것이다! 하는 본캐는 양립가능론자에 가깝다. 미래는 인과율에 의해 약간은 결정이 되어 있지만 바로 그것이 현재의 내 자유의지를 추동하기 때문에 미래는 지금도 계속 형성 중이다. compatibilism.

 

 

동영상 출처 5분 뚝딱 철학

https://www.youtube.com/watch?v=w_1L10oqNjw 

https://www.youtube.com/watch?v=PCmn2M7Rx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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