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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사람들의 금전관은 참 다양하다. 나는 돈을 조금씩 남겨서 비축하는 걸 당연히 여긴다. 누가 시킨 적 없고 그냥 본능적으로 그렇게 했다. 반반무많이 느낌으로 현금과 위험자산을 배분해서 돈을 늘리는 데 관심도 많다. 다만 물욕은 별로 없다. 그런데도 돈을 왜 비축하고 투자를 할까? 난 어떤 일을 해야 하거나 뭔가 필요할 때 그냥 바로 실행하고 싶다. 또 혹여나 남에게 경제적 생존을 의존해야 하는 것이 생기는 게 싫다. 그러니까 돈이란 독립이자 자존이자 체면 같은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여유분의 돈이 필요하다는 건 나한텐 상식이지만 안 그런 사람도 많다. 일례로 내 친구 중 하나는 돈을 전혀 저금하지 않았다. 적게 버는 것도 아니라는데 그냥 다 써 버린다. 입는 옷은 매번 똑같다. 쓸데없는 물건을 사지도 않는..
https://www.youtube.com/watch?v=4V644AyWt3MDear readers, I recommend you to play the song while reading. 여행에서 돌아온 것은 7월 25일이었으니 한 달이 꼬박 갔다. 한 달은 참 짧고도 긴 것이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거의 대부분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원래 귀국 당시만 해도 회사 생활로 돌아갈 마음이 없었다. 그러나 직전 회사를 워낙 갑자기 나왔기에 그 다음 할 일에 대한 대비가 불충분한 상태라는 것은 인정해야만 했다. 더하여, 돌아와 보니 내 집에 사는 것은 생각보다 더 좋았다. 이곳에서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환기를 시키고 재고를 관리하고 하는 내무부 장관직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아브라함 매슬로의 "존재의 심리학"에서 매우 기억에 남는 부분이며 사회인이 된 후 계속된 제 오랜 고민과 직결된 내용을 가져왔습니다. 중고책방에 팔아서 밥으로 바꾸기 전에 메모하는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연구 대상자들은 모두 일반인들에 비해 비교적 더 자발적이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면서 자신을 덜 통제하고 억제했기 때문에, 행동에 대한 제재나 자기 비판을 줄이면서 편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사람의 비웃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아이디어와 충동을 숨기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자기실현으로서의 창조성이 갖는 본질적인 측면의 하나임이 밝혀졌다. My subjects, being relatively unself-conscious and relatively unasha..
아브라함 매슬로의 존재의 심리학은 예전에 어디서 주워와서 한 번 읽은 책인데 오늘 다시 읽고 곧 헌책방에 팔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여행 가서 사다 부친 책 때문에 책장이 가득찰 지경이라 약간 압도감을 느끼거든요. 일 안하고 노는 동안 열심히 책을 읽고 처분해서 꼭 필요한 것만 책장에 남기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 골칫거리로 남을 뿐이지요 ㅋㅋㅋㅋㅋㅋㅋ 책 속에 좋은 내용이 있는데 전반적으로 부자연스러운 번역투가 심해서 ChatGPT한테 시켜 영어 원문을 찾아보았습니다.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내네요. 프롬프트는 이렇게 사용했습니다. "This is the Korean translation of a part of the book "Toward a psychology of being" written..
아쌈 테즈푸르에서 아루나찰 프라데시 봄딜라까지는 겨우 5시간밖에 안 걸렸다. 중간에 체크포인트 두 곳에서 아루나찰 프라데시 퍼밋을 제출했다. 모든 입경 절차를 정식으로 밟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이 환영을 받으며 들어왔다. 참고로 체크포인트에서는 종이로 된 퍼밋을 직접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아루나찰 프라데시나 라다크 등등 퍼밋이 필요한 지방을 여행할 때는 퍼밋 복사본을 여러 장 지니고 다녀야 한다. 원래 타왕에 바로 가려다가 직통 표가 없어서 봄딜라로 온 거여서 아무 계획도 없었다. 특히 숙소는 예약을 해놓았다가 도리어 낭패를 볼 것 같아서 미리 찾지 않았다. 테즈푸르에서처럼 막상 현장에 갔을 때 외국인은 여기 못 있는다고 말을 바꾼다거나 오버부킹이 돼 있다거나 하면 일만 커질 것이다. 그래서 그냥 ..
그간 아루나찰 프라데시 여행에 대해서 쓰는 것은 꺼려 왔다. 이번 인도 여행은 거의 아루나찰 프라데시에서 시작을 한 셈이다. 그곳에서의 일은 향후 3개월간의 인도 여행 자체에 거대한 불확실성을 드리웠기에 그간 이걸 대체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그러나 이제는 귀국했으니 쓸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쓸 필요를 느낀다. 향후에도 인도에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있을 시 이 기록이 요긴할 수 있다. 베이징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었던 2012년, 티베트-몽골관계사에 대한 대학원 수업을 하나 들었다. 중국어로만 접하기에는 다소 난이도가 있는 내용이어서 한국에서 관련 책들을 우편으로 받아보았다. 그때 호쇼트 몽골, 준가르 몽골, 강희제의 청나라, 티베트 섭정 상게 갸초, 그리고 ..
2024년 7월 25일 목요일 집에 돌아왔다. 그동안 놀기만 하느라 글이 밀렸다. 이야기할 것은 수도 없이 많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사람의 실제 경험과 글은 속성이 완전히 다르다. 경험이란 것은 목차부터 먼저 정해놓고 할 수가 없다. 그러나 글에는 순서와 체계와 논리가 있어야만 한다. 따라서 경험을 글로 쓴다는 것은 3차원의 지구를 2차원의 지도에 억지로 펴서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지난 여행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조금 어색하다. 그래도 아무 것도 쓰지 않는 것보다는 뭐라도 쓰는 것이 나았기에 그냥 생각나는 대로 편히 쓰겠다. 원래 파키스탄을 1개월 여행하려고 비자까지 받았으나 그냥 귀국했다. 이미 5개월간 무척 즐거웠기 때문에 여기서 더 놀면 모든 재미가 ..
첫 번째. 물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물건이 상하는 걸 굉장히 싫어해서 잃어버리거나 더러워지면 속상해 한다. 뭐든 흠집없이 고이 오랫동안 사용하려고 노력을 한다. 옷의 올이 약간 풀리거나 보풀이 생기는 것도 싫고 가방에 흙이 묻는 것도 싫다. 네팔과 인도에서 장기 여행을 하다 보면 도저히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없다. 풍상이란 것이 얼마나 강력한지 매일 느낀다. 모든 것이 먼지바람과 마찰로 쉽게 더러워지고 상해 버리며 이동이 잦기 때문에 잃어버리기도 쉽다. 여기 사람들은 풍상 앞에서 약간 포기했기 때문에 물건이 상해 버리거나 잃어버려도 그다지 속상해하지 않는다. 물건은 적당한 걸 취해서 한동안 유용하게 썼으면 그걸로 그만이다. 사라지거나 상하면 고이 잊어버리고 새로 사면 된다. 적당..
현재 초모리리와 푸가 인근의 목초지에서 돌아와서 다시 레에 있다. 명절 및 가족 행사차 고향에 온 다람살라 친구들과 그 가족, 친척, 친구들과 매일 함께다. 혼자인 때가 거의 없으므로 한동안 글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계획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고 계획할 수도 없었던 행운들이 이어진 여행이 계속되고 있다. 7월 26일이면 인도 체류 90일째가 된다. 그때쯤이면 여행이 만 5개월째다. 비자 규정상 한 번 입국 시 최대 90일까지 체류 가능하므로 인도는 곧 빠져나가야 한다. 그래서 요 며칠 전부터 준비해서 파키스탄 비자 1개월짜리를 오늘 신청 완료했다. 넉넉하게 2개월로 하고 싶었으나 최근에 1개월 이상짜리는 잘 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또 리젝트 당할 경우에 수정 제출 후 기다리기가 번거로워서 그냥 1개월로 ..
초마가 잔스카르에 다시 나타난 것은 푼촉에게 부담이었던 것 같다. 당시 티베트는 은둔 국가였기 때문에 외국인에게 티베트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간첩 행위로 간주될 위험이 있었다. 따라서 푼촉은 장라보다 더 외진 곳으로 가자고 했다. 바로 잔스카르의 푹탈 사원이다. 푹탈 사원은 잔스카르의 하이라이트 그 자체이자 내가 잔스카르에 간 이유이다. 2019년 심라에서 만난 콜카타 친구 라제스와리가 2022년에 추천해준 후 꼭 가고 싶었다. 라제스와리는 도로가 부설되지 않았을 당시 3일씩이나 트레킹을 해서 푹탈 사원에 갔다. 라제스와리가 일부러 고생을 자처한 게 아니라 걸어서만 갈 수 있을 만큼 심산유곡에 있다. 2024년 6월 23일에 내가 갔을 때는 접근성이 대폭 개선되어서 트레킹은 단 1시간이 걸렸다. 잔스카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