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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내 실력을 아득히 초월하는 곡이며 교향곡 자체도 처음이라 과연 체력적으로 어떨지 모르겠다. 그러나 별 수 없다. 되는 만큼 해야지 뭐. 시작한지 2개월 정도 되었고 앞으로 남은 시간은 2개월 정도가 있으니 중간쯤 왔다. 3악장의 16분음표 스피카토 부분과 4악장 거의 전 구간이 너무 빠르다. 현재 내 몸뚱이로 처리 불가하다. 원 박자대로 도저히 연주할 수 없다. 혼자 연습할 때는 일단 음정만 신경쓰면서 천천히 하다가 조금씩 속도를 올려본다. 그런데 합주에 가면 생각보다도 훨씬 더 빨라서 당황스럽다. https://youtu.be/a_B02BZp-5Y?si=AMsAnzZrOO5D9OPl&t=18313악장 스피카토 부분 30분 31초부터. 난 연주불가. 4악장은 가장 어렵고 가장 길어서 악보만 봐도 지친..
인도지사 인력들의 한국 단체출장을 인솔하는 일을 맡았다. 당연 이게 정규 업무는 아니다.말 그대로 잡무 TF의 리더를 맡은 거임. 이게 스트레스가 미쳤음. 일단 인도지사 일처리 답답한 건 악명 높음. 내가 여행으로도 많이 가본 나라잖음. 예약해둔 호텔 한밤중에 도착했는데 뜬금 취소처리 돼있고버스표 예약해놓고 가면 오버부킹 돼있고 이런 나란거 아주 잘 알고 있음. 인도는 기본적으로 자연이 문명에 의해 덜 길든 나라고즉 카오스 그 자체라 정확성이나 예측가능성을 요구하기가 어려우며 work ethic 역시 우리 기준에서 많이 느슨함. 근데 이 출장인솔이란 업무가 그야말로 잡무임. 같이 일하는 한국인 TF 멤버들한테도 이 일은 우선순위가 최하위임. TF 멤버들은 조각나 있는 태스크만 처리하면 됨.예컨대 기차..
10/2 출국 10/10 귀국 일정으로 베이징에 다녀왔다. 더보기요 몇달간 일회성 특수 지출이 많아 카드값이 많이 나왔다. 황금 연휴라도 그냥 돈을 아낄까 하다가 출발 이틀 전 비행기표를 냅다 끊었다. 한국도 모처럼의 황금 연휴, 중국은 국경절 연휴이니 나도, 중국 친구들도 휴가를 내지 않아도 되는 드문 기회이기 때문임. 10월 2일 하루만 휴가 내면 10월 3일 출발편보다 수십만원이 저렴해져서 그냥 다녀옴. 참고로 10일은 전사 차원에서 연차 소진일. 중국 친구 집에 8박 전일정 머물렀다. 베이징 팡산구 창양 인근으로 가본 적 없는 새로운 동네였다. 지하철역과 매우 가깝고 쇼핑 센터나 식당가가 잘 형성된 멀끔하고 편리한 동네였다. 다만 시 중심부인 동청, 시청구까지는 지하철로 약 1시간 이상이 소요..
최근 회사 복지로 풀배터리 검사를 받았는데, 웩슬러 검사 기준으로 IQ가 140 몇이 나왔다. ???나는 그냥 110쯤 나오겠거니 했다. 평균보다는 약간 높을 것 같지만 특출나단 생각은 없었으니까. 평소에 지능에 전혀 관심도 없었고 대화의 화제로 올린 적도 없었으며 재볼 생각도 안 했다.회사 복지로 풀배터리 검사를 받을 수 있어서 해본 건데, 거기에 능지 검사가 포함돼 있었을 뿐이다.초등/중등 시절 학교에서 단체로 검사한 적이야 있지만 알기 쉽게 두세 자리 수치로 결과를 받은 적은 없었다.중학교 때 지능 검사는 이게 뭐하는 시험인지 몰라서 오답 점검까지 해가며 뭔 중간고사 기말고사처럼 풀다가 엄청 낮게 나왔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성실한 성격 덕분에 내신이 좋았고 수시로 대학을 갔다.수능을 못 ..
올해 1월부터 비올라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오케스트라 합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릴 때 바이올린을 잠깐 만져는 봤었기 때문에 현악기 중에서 하나 골라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부는 악기는 오래 하면 왠지 어지럽고 많이 피곤할 것 같다. 물 고이는 것도 싫음. 이게 결정적.) 근데 어릴 때 그래도 조금이라도 접해 봤었던 바이올린보다는 왠지 저음 악기를 하고 싶었다. 우선 난 낮은 소리가 더 듣기 좋다. 나 자체도 목소리가 낮다. 바이올린은 음역대가 너무 높아 내 귀엔 편안하지는 않다. 그리고 주선율보다는 화음이나 리듬의 뼈대를 만드는 쪽에 좀더 가까운 그런 악기를 원했다. 또한 애초부터 합주가 목표이기 때문에 합주에 빠르게 합류할 수 있고 실제 요긴한 도움을 줄 수 있길 바..
이 글은 「지지 않는 벚꽃」의 창작 노트입니다. 다만 이 노트는 해설이나 정답이 아니라, 제가 그 글을 쓰게 된 우연의 계보와 직관의 흐름을 기록한 것입니다. 부모가 자식의 삶을 대신 살 수 없듯 그 글은 이미 제 슬하를 떠났습니다. 며칠 전 아침 세수를 하려던 참에 문득 에즈라 파운드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이름만 알 뿐 아는 바는 전혀 없었다. 최근에 어디선가 접한 적도 전혀 없는데 왠지 혀끝에서 맴돌았다. "에즈라… Ezra... 이스라엘이랑 관계 있나? 근데 대체 왜 아침 댓바람부터 생각났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세수를 하고는 출근길에 올랐다. 그 당시는 며칠 전의 불가사의한 순간을 내내 반추하던 중이었다. 글로 오래전 교류했지만 모습은 내 쪽에서만 아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출근길 지하철..
오래전 글로 알았던 사람이 있다. 얼마 전 출근길에 그 사람이 지하철 출입구로 들어가는 걸 우연히 봤다. 실제로 만난 적 없으나 뒤에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의 모습도 알지만, 그는 나를 활자로만 안다. 개찰구를 지나며 거리가 좁혀졌을 때 바라보았더니 역시 그 사람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 사람이 문득 활짝 웃었다. 그 찰나, 마치 나를 알아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다른 생각을 하던 표정이 옮겨온 것일 테지만. 나를 알아보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개연성은 희박하다. 어쨌든 그 이후 내게 시선이 머무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는 바로 다음 역에 내렸고, 내가 서 있던 문간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멀어져갔다. 강산이 바뀔 세월만큼 서로 활자로만 아는 사이. 그나마도 몇..
이번에 모스크바에서 10년 만에 아센을 만났다. 러시아에 도착한 날 문득 떠올라 예전에 주고받았던 이메일 주소와 왓츠앱을 뒤져 메시지를 보냈다. 이미 러시아를 떠났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바로 답장이 왔다. 아센은 여전히 모스크바에 거주하고 있었다. 아센은 2022년에 조그만 동네 카페를 열었다. 레닌그라드 기차역이 있는 콤소몰 광장과 프로스펙트 미라 근처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오갈 때도 들를 수 있어 좋았다. 아센은 내가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2014~2015년에는 쿠즈네츠키 모스트에서 바를 운영하고 있었다. 나는 모스크바에 올 때마다 항상 금요일 저녁 도착이었고, 키타이 고랏의 호스텔에 짐을 두고 곧장 아센의 바로 향하는 것이 휴가의 시작이었다. 돌아온 모스크바, 아센의 바, 다시 만난 사람들, 휴가 ..
약 2배 이상. 이번에 러시아 여행을 했을 때 생각보다 너무 비싸다고 느꼈다. 찾아보니 2014~2016년 대비 환율 자체는 의외로 비슷했지만, 그 사이 인플레이션이 굉장한 수준이었다. 2014년 대비 현재 소비자물가지수는 2배 이상이며, 특히 외식이나 숙소 물가에서 물가 상승을 체감할 수 있었다. 2015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박 숙박에 약 10만 원을 냈던 반면, 이번 여행에서는 동일한 골목 안, 비슷한 컨디션의 저예산 1인실 숙소가 3박에 20만 원 수준이었다. 외식도 수프에 요리 하나 시키면 2만원 정도 했다. 10년 전 당시에는 이 가격에 이렇게 볼 것이 많아도 되는가 싶었고, 러시아 여행 대체 외않가?!!? 여길 놔두고 더 멀고 더 비싼 유럽을 웨 가? 싶었지만, 이번에는 메뉴판 보는 것..
러시아에 휴가를 온 지 일주일 정도 되었다. 거의 10년 만이다. 처음 왔던 2014년엔 크림 사태가 있었고, 2025년 현재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진행 중이다. 2014년 당시에 썼던 글들을 다시 보니, 당시 나름 이쪽저쪽의 입장을 모두 살펴보려는 노력이었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러시아의 입장을 꽤 적극적으로 이해해 주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래서 2025년 5월 7일자의 생각을 덧붙인다.다수의 러시아 사람들은 서방과 미국의 보편주의적 관점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특히 러시아인 대다수가 나라를 찢어서 팔아 넘겼다고 싫어하는 고르바초프와 옐친 시기에 겪은 극심한 혼란과 강대국 지위 상실에 대해 집단 기억이 형성돼 있어 민감하게 반응한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의 제국적 시각은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