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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주의 관련 천재적인 스탠드업 코미디

bravebird 2023. 5. 8. 21:33

https://youtu.be/xU-zhajzad4?list=PL7yjQCiqNkiLBPBmjFWMsEtmFiS6O8Sfr 

 
 
요 며칠 유튜브를 보다가 Vir Das라는 인도 코미디언을 알게 됐다.
 
최근에 북미 정치 코멘터리 유튜브 영상을 몇 개 보다가 wokeism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PC주의를 요즘 wokeism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런 단어가 새로 생겼다니. 뭔가 모르는 게 많은 듯 하여 wokeism에 관한 비디오를 몰아서 찾아보다가 세상이 너무 암울한 것 같아서 울적해졌다. 그러다가 Vir Das의 이 영상을 보게 됐다.
 
강력 추천한다. 아니 무조건 봐야 한다. 이 사람 천재다. 1천만 조회수를 넘길 만하다.
내 생각과 너무 비슷해서 반가운데 정말 쉽고 재치 있게, 매우 호소력 있게 말한다. 상황극에서 흉내도 너무 잘 낸다 ㅋㅋㅋㅋㅋ 분명 너무 웃긴데 내용에 울림이 있다.
 
PC에 대한 나의 이런저런 의견은 길고 노잼이니까 접어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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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종 차별이나 성차별이나 성 지향에 대한 차별 같은 것들은 철폐되는 것이 맞다. PC가 왜 시작되었는지 그 취지 자체는 이해한다.

 

(단, 차별에 대해서는 의견을 더하겠다. 단순 차이를 가지고 구조적인 차별을 하는 것에는 당연히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능력이 대등하고 하는 일도 동일하고 일하는 장소도 같은데 단지 인종만 다르다고 보수를 다르게 줘버리면 그건 정의롭지 못하다. 그런데 능력이 확연하게 다르다면? 혹은 근무하는 나라가 서로 다르고 그 두 장소 간에 물가 수준이 크게 차이난다면? 그렇다면 보수를 다르게 책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차별은 오히려 정의로울 수 있다.)

 

2. 하지만 현시대의 PC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면 인간 본성에 위배되며 비현실적이다. 세상 만물에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그리고 낯선 것은 잘 모르기 때문에 일단 경계하거나 신기해 하거나 갈피를 못 잡거나 하여간 조금 다르게 대하는 것이 인간 본성이다. 아직 사회의 때가 묻지 않고 말 못하는 아기도 어느 정도 시기가 되면 안과 밖,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구별하여 본능적으로 낯을 가린다. 근데 PC에서는 엄연히 존재하는 차이가 마치 없는 것처럼 믿고 행동하게 만들려고 한다.

 

흑인을 흑인이라고 하고 여자를 she나 woman이라고 하는 것 자체에는 원래 문제가 없다. 문제가 아닌 것을 너무 문제로 키운 것이다. 완곡어법으로 애써 매너있는 척 하려는 것이 실은 더 위선적이다. 오히려 다름을 과도하게 의식하고 있으면서도 애써 감추려 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낼 뿐이다. 

 

3. 나는 인도 여행 중에 누가 나한테 니하오 곤니찌와 해도 상관없고 심지어 사와디카 해도 상관없다. 악의가 있거나 희롱하는 태도인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을 때 거슬리는 것이지 인삿말 자체는 아무렇지도 않다. 그건 악의나 차별은 아니고 우호적인 무지일 때가 대부분이었다. 길에서 만나는 평범한 인도 사람들은 대부분 PC를 잘 모르고 신경도 쓰지 않는다. 무엇보다 나부터가 인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 사람 구별 못한다. 좀더 잘 알려진 부자 나라인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사람도 구별 못한다. 애초에 한국 중국 일본 사람도 다는 구별 못한다. 비슷하게 생긴 게 사실이잖아.

 

또 나도 초등학생 때 똑같이 했다. 길에서 백인을 보면 너무 신기해서 무조건 헬로우라고 말했다. 당연히 거기에는 악의도 차별도 없었다. 다만 저 사람이 알고 보면 러시아인인지 브라질인인인지 아니면 일본에 귀화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인지 구별할 수 있는 지력과 경험과 초능력이 없었을 뿐이다. 뭘 몰라서 나이브했을 뿐이다. 사람은 완전하지 않다. 그러므로 사상에도 어느 정도 융통성이 있어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현재 PC는 별로 그렇지 못한 것 같다.

 

4.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할 수 있어야 한다. AI와 달리 인간은 그게 가능하기 때문에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다. 난생 처음 흑인을 보고 반가워서 Black! Black! 하는 인도 시골동네 사람들과, 오바마한테 black이라고 사퇴하라고 하는 KKK는 다르게 취급할 수 있어야 한다. black이라는 단어에만 반응해서 둘을 똑같이 인종차별주의자로 매도해 버리는 사상은 인류 진보의 결과가 아니라 도리어 반지성주의다.

 

5. 요즘 영미권 대학에서 제인 에어가 제국주의 사상이 담긴 책이라고 뭇매를 맞고 클래식 취급을 못 받고 심지어 읽지 말라 한다고 한다. 이 부분은 나도 영문학을 전공했어서 대충 알고 있다. 당시에도 제인 에어와 Wide Sargasso Sea를 같이 읽으면서 탈식민주의와 여성주의 비평을 배우는 게 일반적인 커리큘럼이었다. 식상할 정도로 여러 수업에서 똑같이 그렇게 답습하는 것이 조금 의문이었다. 탈식민주의 자체가 학계의 유행 같았다. 그런데 제국주의와 서구중심주의와 식민성을 비판하는 교수님들부터가 전부 예외가 없이 미국 명문대 출신이었다. 나는 탈식민주의에 관심이 있고 재밌어 했었는데도 그런 생색내는 분위기에 현타가 왔고 그 내용으로 글도 몇 번 썼다. 현재 영미권 대학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한층 더 근본주의적으로 변질된 모양이다.

 

하지만 제인 에어의 주 내용이 제국주의는 아닌 것 같다. 영국 여자와 서인도 제도 출신의 크레올 여자가 대조적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용감한 여자가 등장하는 이야기이고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고 개인의 독립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미스테리 이야기이기도 하다. 제국주의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그게 그 시절의 패러다임이었는데 어떻게 아무런 영향도 안 받을 수 있는가? 이미 지나간 과거에 활동한 작가나 그때 쓰인 책 자체에 무슨 잘못이 있는가?

 

혹시 도끼를 휘둘러서 노파를 죽이는 걸로 시작하는 죄와 벌도 살인교사 도서이므로 읽으면 안되는 건가? 창녀인 소냐를 성녀로 그리기 때문에 여성을 극단적으로 타자화하고 있으니 절대 읽으면 안되는 건가? 정복지인 시베리아에 유형지를 만들고 주인공을 거기로 유배 보내니 식민 소설인가? 성경도 막 남의 아내를 뺏고 동성애를 비난하는 얘기가 나오니까 읽으면 안되겠네. 그리스 신화도 여자 때문에 전쟁이 시작된 이야기가 나오니까 여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책이라서 읽으면 안되겠군. 이런 식으로 하면 세상에 읽을 책이 없고 배울 지식이 없고 인간 전체가 예외 없이 죄인일걸...

 

6. PC주의는 피해자, 약자, 피지배자를 과도하게 신비화한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문명을 때묻지 않고 순수하고 자연 친화적이라고 숭배하는 서양인들을 극히 혐오한다고 한다. 오히려 자기들이 서양인보다 더 많은 동물을 죽이고 더 많은 숲을 태웠다고 주장한다고. 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서양인들이 만들어준 울타리 속에서 그들이 원하는 낭만적인 모습대로 박제되어 구경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쁜 놈, 사악한 놈이 될 수 있는 자유일지도. No, their fundamental right is to be evil also. If we can be evil, why shouldn’t they be evil and so on. 슬라보예 지젝 동영상에서 인용. 

 
나는 한참 걸려서 이렇게 노잼으로밖에 말 못하는 것을 이 사람은 5분만에 너무 재밌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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